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에도 집값 상승의 영향으로 주택 관련 담보대출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늘어난 가계대출의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 절반이 전세자금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은행들은 상당수 대출 상품 판매를 아예 중단하거나 짧은 기간 대출 금리를 크게 올리는 등 대출 규제에 나서고 있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KB국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 등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6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 대비 4.69% 증가한 701조 5,68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이 4.54%(473조 7,849억에서 495조 2,868억원), 신용대출이 6.02%(133조 6,482억에서 141조 7,005억원) 늘었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이 14.74%(105조 2,127억애서 120조 7,251억원)나 급증했다. 전세자금대출 가운데 생활자금대출은 약 2%에도 못 미치고, 나머지 98%는 대부분 집주인 계좌에 대출금이 직접 입금되는 실수요 전세자금대출인 셈이다.
이 영향으로 올해 5대 은행에서 늘어난 가계대출 31조 4,141억원 가운데, 전세자금은 거의 절반인 49.38%를 차지했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전체 주택담보대출(증가액 21조 5,019억원)의 비중도 68.45%에 달했다.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압박에도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3조 5,068억원, 이달 들어 16일까지 이미 79%인 2조 7,531억원이 증가했다. 같은 달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1조 8,720억원)도 지난달의 전체(3조 8,311억억원)의 49% 수준이다.
은행별로 보면 NH농협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은 지난해 말 대비 관리 목표 5%∼6%를 훌쩍 넘어 7.4%(126조 3,322억에서 135조 6,500억원)에 달했다.
이에 NH농협은 지난달 24일 이후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신규 담보대출을 전면 제한했다. 아울러 대출 금리를 0.2%포인트 추가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말까지 4.62%였던 증가율이 16일 현재 5.04%(125조 3,511억에서 131조 6,681억원)로 영업일 기준 약 2주 만에 0.42%포인트 올라 5%를 넘어섰다.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도 같은 기간 3.62%에서 4.37%(161억 8,557억에서 168억 9,222억원)로 급증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6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한도를 일제히 줄이고 금리도 또 올렸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각각 2.83%(126조 2,621억에서 129조 8,406억원), 3.9%(130조 3,528억에서 135조 4,871억원)로 4%를 밑돌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은행 전세자금대출은 올해 들어 21.4%(19조 1,797억에서 23조 2,815억원)로 급증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이달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를 0.3%포인트 줄이고, 전세대출 상품의 우대금리 항목도 축소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셋값 등이 올라 은행으로서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 증가를 막기에 역부족인 측면이 있다”라며 “하지만 다른 은행보다 아직 대출 규제가 강하지 않아 풍선효과로 대출 수요가 더 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