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우상’이 개봉 전부터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한 건 대사가 잘 전달되지 않은 이유 때문이었다. 특히 천우희가 연기한 련화 캐릭터의 연변 말이 문제였다. 이수진 감독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련화의 뉘앙스 만으로도 충분히 관객분들이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언론시사 때 볼륨이 작긴 했어요. 후회하기보다는 자막을 넣었으면 어땠을까 복기를 해봤죠. 그래도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영화 전체에 자막을 넣으면 모를까. 특정장면에만 자막을 넣으면 이상하게 보이잖아요.”

이수진 감독의 ‘우상’은 무엇일까? 대부분 존경하는 사람이 있고 놓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다. 이수진 감독은 “특별한 우상은 없다”면서 우상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우상화’처럼 사람을 좋지 않게 만드는 것 또한 우상이니 말이다.

“몸에 안 좋은지 알면서 끊지 못하는 술, 담배가 제 우상일 수 있어요. 다만 제가 ‘우상’을 만들었지만 나조차 우상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상이 인물이 될 수도 있고 물건, 사상이 될 수 있잖아요. 우상을 얻기 위해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에 세상과 타협하는 순간, 그것을 얻기 위해 불의를 모른 체하는 순간이 오는데 그런 식으로 살지 말아야겠다는 제 마음이 영화에 담겼어요. 관객분들도 자신에게 어떤 우상이 있고 그걸 얻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노력하는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우상’은 이수진 감독과 천우희가 ‘한공주’ 이후 5년 만에 다시 만난 작품으로 관객들의 기대를 모았다. 천우희는 ‘한공주’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그 후 자신의 영역을 넓히며 충무로 대표 배우로 우뚝 섰다. 어느새 엄청 성장해버린 천우희에게 ‘우상’ 출연을 선뜻 제안하지 못했던 이수진 감독이 캐스팅 확정 후 천우희의 연기에 또 한번 감탄하게 됐다.

“‘한공주’때는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 사이에 천우희 배우는 여러 작품에 출연했고 배우로서 ‘어른’스러워졌다고 느꼈죠. 이번에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천우희 배우를 더 알아갈 수 있었죠. 제가 ‘우상’ 편집본을 보다가 혼자 우희 모습을 보면서 욕을 할 때가 있었어요. 연기가 정말 좋아서 나오는 감탄사같은 거였죠. 련화라는 캐릭터에 완벽히 미쳐있는 우희의 모습을 보고 놀랐거든요. 우희의 연기가 관객분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줄 거라고 확신해요.”

‘우상’의 손익분기점은 약 260만명이다. 100억 가까이 되는 제작비가 ‘우상’에 투입돼 이수진 감독은 ‘한공주’ 때와 다르게 흥행에 많은 신경을 써야했다. “솔직히 걱정이 안된다면 거짓말이겠죠. ‘한공주’ 때와 다르게 ‘우상’은 많은 사람의 자본이 투입돼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손해를 끼치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우상’은 저를 비롯해 스태프가 열과 성을 다해서 멋부림이 아닌 공을 들여 찍은 영화예요. 그 노력이 관객분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까요?” 이수진 감독의 바람은 현실이 될지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제 장편영화 두 작품을 찍었고 상업영화 연출에 첫 발을 내딛은 이수진 감독. 5년 만에 신작을 낸 그의 다음 작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번 5년 간격으로 영화를 낼까?’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일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수진 감독이 앞으로 보여줄 영화는 무엇일지 기대가 됐다.

“한석규 선배님이 ‘3년에 한 작품씩은 해라’고 말씀하셨어요. 5년에 한 편씩 찍으면 죽을 때까지 몇 편이나 찍겠냐고 하시면서.(웃음) 저는 한 작품이 완전히 끝난 후 다음 작품을 준비해요. ‘우상’이 다 끝난 다음에 조금 쉬고나서 다음 작품을 생각해봐야겠어요. 지금은 아침에 아들을 어떻게 깨워서 유치원에 잘 보낼까 하는 생각 밖에 없네요.(웃음)”

“앞으로 뮤지컬 영화를 한번 찍어보고 싶어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뮤지컬 영화로서 인상적인 영화가 없는 거 같아서요. 제가 영화판에 들어오기 전에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어둠속의 댄서’를 봤는데 강한 인상을 받았어요. 뮤지컬 영화를 평소 즐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저만의 뮤지컬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사진=CGV 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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