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생애 첫 미니시리즈에 도전했다. 영화와 TV드라마 연출은 다르지만 그는 ‘리틀 드러머 걸’ 원작이 가지고 있는 첩보물의 재미 요소들을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에 꾹꾹 담아냈다. 캐릭터부터 배경, 소품, 로맨스 이야기까지 뭐 하나 눈을 사로잡지 않는 것이 없다.

# 1PICK: 70~80년대 분위기 물씬 풍기는 미술

‘리틀 드러머 걸’은 1979년 독일 등 유럽 여러 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첩보 스릴러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영토 분쟁으로 유럽 지역에 사는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테러가 이어지는 가운데 당시 시대 배경을 잘 드러내는 요소들이 눈에 띄어 흥미를 유발한다. 그 시대의 메르세데스 벤츠, 전화 다이얼, 녹음기 등 소품 뿐만 아니라 줌 촬영, 빠른 컷 전환이 70년대 전세계를 강타했던 ‘007’ 시리즈 같은 첩보물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특히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에서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았던 마리아 듀코빅 미술감독이 박찬욱 감독과 함께 하며 그 당시 남아있던 히피스타일, 아날로그 분위기를 세트, 소품에 가득 담아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 2PICK: 신구(新舊) 배우 케미...변신의 귀재! 마이클 섀넌

찰리 역을 맡은 플로렌스 퓨는 이미 ‘레이디 맥베스’로 자신의 연기력을 전세계에 알렸다. 신인답지 않은 대범한 연기는 이번 미니시리즈에서도 가감없이 발휘된다. 자신감 넘치고 시크하며 주도적인 여성인 찰리의 모습에서 ‘레이디 맥베스’ 속 플로렌스 퓨가 보일 정도다. 두 작품 모두 플로렌스 퓨는 주도적인 여성 캐릭터를 맡았다. 비밀요원 가디 베커 역의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대사가 적어 감정을 표정으로 드러내야하는 어려움을 극복했다. 그는 속을 알 수 없는 가디 그 자체가 돼 캐릭터에 대한 보는 이의 궁금증을 더욱 높인다.

무엇보다 마틴 쿠르츠 역의 마이클 섀넌의 연기가 독보적이다. 첫 등장부터 시선을 강탈하는 그의 모습과 이전 영화, 드라마에서 들을 수 없었던 목소리로 캐릭터에 알맞게 변신했다. 그는 억양과 목소리 톤 모두 바꿨지만 그게 자신의 원래 발음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능청스러운 연기, 상대를 눈빛으로 제압하는 파괴력 또한 일품이다.

# 3PICK: 폭파-총격장면 없이 긴장감↑, 첩보물+로맨스의 신선함

박찬욱 감독은 총격전, 추격전 등 첩보물 시그니처 장면들을 줄이고 원작에 담긴 로맨스 이야기를 많이 풀어내 신선한 느낌을 주며 남녀주인공의 러브라인을 통해 보는 이들의 몰입감을 높인다. 이번 1, 2편 시사회에서 총격전과 추격전은 단 한번도 나오지 않고 폭파장면은 단 한번, 1~2초 사이에 끝나버린다. 하지만 캐릭터간의 미묘한 갈등,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편집 기술 등이 보는 이를 긴장하게 만든다.

찰리와 가디 베커의 러브라인 또한 신선하다. 무명배우와 비밀요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누구하나 상대를 압도하지 않고 감정선을 유지한다. 또한 속내를 한꺼번에 드러내기보다 차근차근 서로를 알아가며 조금씩 사랑의 감정에 물들어가는 모습을 그려 스릴있는 장면 못지않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1979년 독일의 이스라엘 대사관 관저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자 정보국 고위요원 마틴 쿠르츠(마이클 섀넌)이 조사에 착수하고 영국 무명배우 찰리(플로렌스 퓨)가 비밀요원 가디 베커(알렉산더 스카스가드)와 함께 작전에 투입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1, 2편은 앞으로 벌어질 일의 준비과정이었다. 이 작품은 두 편만으로도 충분히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총 6편, 청소년 관람불가, 3월 29일 왓챠플레이 공개.

사진=‘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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