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로 생애 첫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눈물을 훔쳤던 천우희가 어느새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로 당당히 이름 올렸다. 작품마다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팔방미인 매력을 뽐낸 천우희는 ‘우상’으로 다시 한번 ‘한공주’ 이수진 감독과 만났다. 여기에 한석규, 설경구라는 전설적인 배우들이 가세했다. 하지만 천우희는 이들 틈에서도 ‘우상’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역시 천우희다!”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었다.
‘우상’에서 천우희가 연기한 최련화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그는 영화 중반부터 등장하고 극의 이야기를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줘야하는 최련화 캐릭터를 천우희는 제대로 소화해냈다. 출연결정부터 최련화를 이해하기까지 그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천우희의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우상’에서 최련화가 제 옷을 입고 탄생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내용보다 제가 맡을 캐릭터에 먼저 눈이 갔어요. 최련화라는 캐릭터가 워낙 강렬해 ‘내가 잘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앞서더라고요. 제가 겁을 냈던 거 같아요. 이 캐릭터에 제가 잠식당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그래도 이수진 감독님과 ‘한공주’에서 한번 작업했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할 수 있었어요. 한석규, 설경규 선배님이 참여하신다는 것도 ‘우상’에 출연한 결정적인 이유가 됐죠.”
그동안 천우희는 개성있는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써니’ ‘한공주’ ‘곡성’에서 그는 짧게 등장하든 극 전체를 이끌든 관객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며 압도적인 연기를 펼쳤다. ‘우상’에서 최련화 역시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다. 최련화의 첫 등장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천우희는 누군가를 사로잡을 듯한 표정으로 강한 인상을 관객들에게 심어줬다.
“최련화는 강렬하고 무서운 이미지를 가졌어요. 다만 그 이미지만 가지고 제가 연기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최련화에게서 연민을 느꼈고 한편으로 그가 불쌍하기도 했어요. 최련화는 확실히 악인(惡人)이 아니라고 믿어요. 제 연기로 련화가 관객들에게 인간적으로 보여졌으면 좋겠어요. 저는 항상 제가 맡은 캐릭터가 비호감이 되지 않길 바라요. 솔직히 구명회(한석규), 유중식(구명회)보다 최련화가 솔직하고 거짓없이 행동하죠.”
“그동안 제가 ‘센캐’를 많이 맡았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됐네요. 개성 강한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제가 그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촬영현장에서는 진심으로 모든 걸 쏟아붓지만 촬영이 끝난 후에는 훌훌 털어버리고 ‘천우희’로 돌아가죠. 제는 자기 감상적인 연기를 좋아하지 않아요. 연기할 때는 집중하고 캐릭터에서 빠져나올 때는 확실하게. 마치 스위치를 온오프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우상’에서 최련화를 연기하면서 그게 쉽지 않았어요. 촬영 기간동안 김주혁 선배 일도 그렇고 많은 일이 생겼죠. 그런 것에서 영향을 받은 거 같아요.”
‘한공주’ 이후 이수진 감독과 두 번째 만난 천우희는 그의 스타일을 이제 완벽히 파악했다고 말했다. 감독의 열정이 곧 천우희의 연기로 보여졌고 천우희도 이수진 감독과 함께 ‘우상’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이수진 감독님은 본인이 원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있어요. 그게 잘 나오지 않으면 세공하듯이 계속 섬세하게 맞추려고 노력하죠. 웬만하면 넘어갈 수 있지만 성에 안 차시나 봐요. 저는 그 마음을 지지하고 싶어요. 저도 테이크가 많아질수록 좋은 연기와 장면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이수진 감독님이 눈썹을 밀어보자고 제안했어요. 제가 장난으로 ‘감독님도 다 밀어요’라고 했는데 진짜 미셨더라고요. 솔직히 좀 얄미웠어요.(웃음) 제가 겁이 많아서 엄살을 부리긴 했어요. 눈썹 없이 연기하는 게 민망하기도 하잖아요. 막상 촬영현장에서 련화를 연기하면 그런 걱정은 생각조차 들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집에 들어가 눈썹없는 제 모습을 보면 괴로움이 느껴졌어요. 3주 동안 집에서 나가지도 않고 SNS만 계속 했죠.(웃음)”
‘우상’을 찍으면서 천우희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촬영현장에서의 태도, 연기에 임하는 각오 등 천우희가 ‘우상’을 통해 느낀 바는 컸다. 이로 인해 한 단계 더 성장한 천우희의 연기를 관객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우상’을 재미있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정신이 나갔구나’라고 느낀 게 CCTV 장면을 찍을 때였어요. 영화 속에서 제가 길에서 뛰는 모습이 잠깐 등장하지만 그걸 40번 이상 했거든요. 그 당시 장염에 걸려서 컨디션도 좋지 않았고 엄청 춥기도 했는데 계속 뛸수록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되는 거예요. 그게 저의 첫 촬영이기도 했고요. 그때부터 최련화라는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항상 현장에서 편안하게 있어요. 저의 성향 자체가 그렇고 연기할 때 온 힘을 쏟으니 평소에는 마음 편하게 있으려고 노력해요. 이번에는 제 스타일대로 안 되더라고요. (설)경구 선배님, (한)석규 선배님은 투덜대시면서도 완벽하게 연기하셨어요. 저도 그분들처럼 평정심을 잘 유지할 줄 알았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선배님들이 정말 대단하신 거죠.”
사진=CGV 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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