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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정준영-최종훈, K팝 위상에 못미치는 소속사 리스크관리 ‘위기’

기사승인 2019.03.13  23: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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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게이트’가 연예계를 블랙홀처럼 집어삼키고 있다.

강남클럽 ‘버닝썬’ 폭행사태로 출발한 사건은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독버섯처럼 자라난 마약-탈세-성접대-디지털 성희롱-불법 몰카촬영 및 유포-음주운전-경찰유착 등 불법과 비리의 추악한 민낯을 명징하게 드러내고 있다. 대중의 사랑과 신뢰를 자양분 삼아 틀어쥔 스타권력의 타락상에도 한숨이 나오지만,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해당 연예기획사의 태도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승리(왼쪽)와 정준영/사진=연합뉴스

특정 연예인이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를 일으켰을 때 관리책임을 지닌 소속사는 고개를 조아리곤 한다. 부모도 자식을 온전히 관리하기 힘든데 머리 굵은 연예인을 24시간 철통 관리한다는 건 불가능할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 소속사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는 있을지언정 전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일반 기업도 마찬가지이듯 스타급 연예인을 둔 연예기획사의 가장 큰 역할은 리스크 관리다. 사전예방부터 시작해 문제 발생 시 피해(해당 연예인뿐만 아니라 소속사, 팬, 대중을 포함해)를 최소화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속 정확한 사태파악, 대책 수립, 언론홍보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게 필수다. 이번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되돌아봤을 때 거대 기획사든 중소 규모 신생 기획사든 낙제점을 면치 못할 것 같다.

사건이 일어나면 각 소속사의 홍보라인으로는 언론매체의 문의 및 확인 전화가 폭주한다. 과거와 달리 다매체 시대지만 기사에 ‘연락두절’ ‘묵묵부답’이란 표현이 나오지 않게끔 응대해야 한다. 완벽하게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창구는 늘 열려 있어야 한다. 봉쇄되거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사실확인에 제약이 생겨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게 된다.

더불어 최대한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소속 연예인과 함께해온 세월이 있기에 당사자의 말을 일단 믿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나, 그의 주장이 사실로 입증될 때까지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무조건 부정부터 하고 보는 관습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모 매체가 승리의 단체 카톡방 대화 내용을 첫 보도했을 때 YG엔터테인먼트에서 즉각 “카톡내용은 조작된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던 것이 바로 이런 함정에 빠져 탄생한 ‘장면’이다.

결국 이 매체의 보도가 사실이었음이 드러났고, 사면초가에 몰린 승리는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고, YG는 승리와의 계약해지를 밝히며 대중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마주하기 싫은 진실을 밝힌 기사를 ‘조작’으로 치부하고,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졸지에 ‘기레기’로 만들어버린 행위에 대한 진솔한 사과는 아직까지도 발견할 수가 없다.

최종훈(왼쪽)과 이종현/사진=연합뉴스

얄팍한 타이밍 전술은 이제 그만 구사해야 한다. 참고인 소환 통보를 받지도 않은 승리가 갑작스레 경찰에 자진출두한 날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역사적인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날이었다. 많은 대중과 언론매체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기 위한 날짜 선택이었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그간 민감한 정치·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연예계 스캔들이나 북한관련 뉴스가 터지며 이슈를 덮어버렸던 사례가 너무 많았던 학습효과 탓이다.

더욱이 정준영은 미국에서 급히 귀국한 날(12일) 자정을 넘긴 12시32분 소속사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정준영 사과문 전달드립니다’라는 보도자료를 언론매체에 뿌렸다. 2시간 전인 밤 10시14분 FNC엔터테인먼트에서는 ‘최종훈 이종현 관련 공식 입장 전달드립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최종훈은 성접대 의혹과 특별한 관련이 없으며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에 출석했을 뿐이고, 이종현은 정준영과 오래전 연락하고 지낸 사이였을 뿐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내용이다. 이렇듯 야심한 시각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면 별다른 확인 및 문의과정 없이 그대로 포털에 송출되거나 다소나마 묻힐 거라는 계산에 그 시간을 선택했던 것일까. 만약 그런 의도였다면 얄팍한 두뇌 플레이다.

위기에는 평상시 잘 드러나지 않는 본질과 실력이 선명하게 고개를 내민다. 위기일수록 정석적인 플레이가 요구된다. 위의 몇 가지 사례로 본 소속사들의 위기 대응은 정무적 감각도 떨어지고, 당당하지도 못하며 체계화된 매뉴얼도 없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리스크 관리는 부재한 채 허둥지둥 여론에 떠밀려 가는 모습만 보인다.

전가의 보도처럼 <불필요한 오해나 억측 및 추측성 보도는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입니다>라는 문구를 박아넣기 전에 ‘불필요한 오해나 억측, 추측성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최대한 역할하는 게 먼저다. 분노든 안타까움이든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는 대중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세계적으로 대세인 K-Pop과 달리 국내 가요기획사의 홍보는 글로벌 스탠다드는커녕 여전히 주먹구구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뼈 때리는 자성과 더불어 거시적인 관리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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