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뮤지컬 ‘라이온 킹’이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했다. 한국 인터내셔널 투어의 첫 공연지인 대구에 이어서 서울 공연을 시작한 ‘라이온 킹’은 그 뜨거운 인기를 반영하듯이 객석은 가득 채워져 있었다.
‘라이온 킹’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명작 ‘라이온 킹’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의 히트와 함께 뮤지컬로 제작된 ‘라이온 킹’은 애니메이션의 감동은 그대로 살린 채 아프리카 초원을 그대로 담은 것 같은 생생함을 한 스푼 더했다. 지난 20년간 ‘라이온 킹’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20개국, 100여개의 도시에서 공연을 진행해왔다. 히트한 원작이 있었다지만 뮤지컬 자체의 매력이 없었다면 이토록 오래 사랑받지 못했을 터. 뮤지컬 ‘라이온 킹’은 명성만큼, 기대한 만큼의 무대를 보여주며 “역시나!”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뮤지컬을 관람하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것은 '사람이 동물을 어떤 방식으로 연기하고 연출할 것인가'였다.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은 아프리카 초원을 뛰어다니는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으며 야생의 자유로움, 생명의 순환을 그대로 표현했다. 하지만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넓은 초원과 그 위를 뛰어다니는 야생 동물들을 연출하는 것은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은 컸다.
‘라이온 킹’은 관객 석을 누비는 코끼리와 가젤, 코뿔소로 무대를 관객석으로 확대시켰다. 또한 긴 폴대에 새를 매달아 상공을 자유롭게 누비는 새를 연출해 허공까지 그들의 무대로 만들었다. 1막의 시작 '생명의 순환'에서 관객석을 통해 동물의 행진을 연출했다면, 2막의 시작에서는 날아다니는 새들의 군무를 표현했다. 이처럼 '라이온 킹'은 옆을 지나가는 야생동물과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새들까지 관객이 마치 아프리카 초원에 함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전거 형식의 이동수단에 가젤 퍼펫(인형) 6개를 설치해 배우가 이동수단을 움직이면 가젤떼가 역동적으로 함께 움직이게 하는 창의성도 돋보였다. 코끼리는 두 명의 배우가 함께 탈을 쓰고 움직여 압도적이고 거대한 덩치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기린은 실제 배우가 팔과 다리에 긴 폴대를 잡아 긴 다리를 연출했다.
또한 동물뿐만 아니라 밀림 속 바람에 흔들리는 초원 등 식물도 직접 배우가 연기해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자연을 표현했다. 다양한 초원 속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원근법을 사용, 저 너머 언덕에서 몰려오는 물소떼를 연출하거나 조명을 이용해 밤하늘 반짝이는 별과 초원을 표현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또한 퍼펫, 인형탈의 활용도 돋보인다. 라이온킹의 연출가 줄리 테이머는 동물과 인간 요소의 공존을 통해 생명의 순환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라이온 킹’의 배우들은 무대 뒤에 숨어 줄로 퍼펫을 조종하지 않는다. 퍼펫 마스크를 얼굴에 겹쳐써 표정을 가리지 않고, 배우는 인간으로서의 표정을 보여주며 때로는 퍼펫 마스크을 통해 동물의 모습을 함께 연출했다.
무파사의 집사, 코뿔새 자주와 심바의 친구, 티몬을 연출한 방식은 일본의 인형극 분라쿠에서 차용한 점도 인상적이다. 분라쿠는 인형사가 직접 무대 위에서 인형을 조종하는 일본의 전통 인형극. 하지만 전통 분라쿠와 다르게 퍼펫을 조종하는 배우는 퍼펫과 함께 살아 움직이며 역동적으로 인간과 동물 그 사이를 넘나든다. 자주역의 배우는 퍼펫을 조정하지만 동시에 무대 위에서 퍼펫을 분리해 스스로 극을 이끄는 장면은 인간과 동물, 그 사이를 넘나드는 뮤지컬 '라이온 킹'의 메시지를 잘 보여준다.
뮤지컬 ‘라이온 킹’이 오랜 세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라이온킹’이 전하고자 하는 보편적인 인류의 메시지 ‘생명의 순환(circle of life)’에 있을 것이다. ‘라이온 킹’의 오프닝이기도 한 ‘생명의 순환’은 다양한 동물들이 모여 프라이드 랜드의 왕 무파사의 아들이자 후계자, 심바의 탄생을 축하해주는 장면이다.
하지만 동시에 무파사에서 심바, 그리고 심바의 아들로 이어지는 순환을 보여주기도 한다. 죽음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듯이 영원히 함께일 줄 알았던 아버지 무파사의 죽음을 통해 어린 심바가 청년 심바로 성장하고, 이를 다시 반복할 것이라는 거대한 운명의 순환 고리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심바의 성장기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디즈니는 어린 심바의 역경과 고난, 그리고 극복이라는 단순한 서사에 '생명의 순환'이라는 거대한 메시지를 넣어 모두가 공감하고 감동할 만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한편 뮤지컬 ‘라이온 킹’ 서울 공연은 3월28일까지 계속 된다.
사진=디즈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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