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액션에 지친다는 말이 많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성난황소’는 그런 우려를 조금이나마 씻어준다. 거침없는 주먹질과 여기저기 터지는 웃음 폭탄이 마동석을 둘러싼 비판을 통쾌하게 날려버린다.

‘성난황소’는 거칠었던 과거를 잊고 수산시장에서 일하는 동철(마동석)이 어느날 아내 지수(송지효)가 어둠의 조직에 납치되자 그들에 맞서 겨루는 이야기를 담았다. 전형적인 액션 스토리인 건 사실이다. 이야기 전개도 말끔하지는 않다. 마동석의 액션도 늘 그랬듯 거침없다. 뻔하지만 재미는 보장한다.

‘성난황소’ 제목만 봐도 영화를 다 본 느낌이아. ‘건들면 죽는다’라는 협박이라도 하듯 조용히 지내던 황소가 한 번 성을 내면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든다는 것이다. 영화는 예상대로 흘러간다. 동철이라는 황소가 아내 지수의 납치로 성이 나고 모든 걸 박살내기 시작한다. 영화 초반에는 동철의 순한 부분을 강조해 그가 분노하는 장치를 마련하며 반전을 준다.

이어지는 액션들은 통쾌하다. 마동석 액션이 뻔하다고 하지만 볼수록 시원스럽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의 남다른 신체조건을 활용한 격투와 액션 스케일이 ‘성난황소’에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인 액션 또한 아니다. 액션 사이사이 코믹 요소를 집어넣었다. 상대를 들어 천장에 박기도 하고 마동석에 당하는 사람들은 조여오는 긴장감에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이런 웃긴 장면들이 액션에 숨을 불어넣었다.

마동석을 받쳐주는 캐릭터들도 인상적이다. 또 한 번 악역을 연기한 김성오는 마치 ‘투페이스’를 연상케한다. 조직의 보스로 근엄함보다는 다양한 성격을 보여줬다. 평범하면서도 한편으로 장난을 치기도 하고 그 누구보다 잔인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캐릭터가 진짜 미쳤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영화를 보다보면 ‘범죄도시’가 떠올려진다. 마동석 액션, 주변 인물들의 코믹함, 속을 알 수 없는 악역 등 비슷한 구석이 꽤 많다.

‘범죄도시’에서 마동석과 합을 맞춘 박지환은 김민재와 함께 웃음을 담당했다. 영웅 뒤에 뭔가 2% 부족한 캐릭터들의 존재는 많은 액션 영화에서 등장했다. 하지만 웃긴 걸 어떡하나. 비슷하고 단편적인 설정이라도 어떻게 연기로 풀어내 관객에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보는 이의 입장이 달라진다. 박지환과 김민재는 진지한 마동석 사이에서 제대로된 콤비를 보여주며 관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자기 역할은 톡톡히 한 셈이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이야기의 개연성이 부족하고 송지효, 배누리의 캐릭터가 영화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한 점이다. 송지효가 납치되는 과정 자체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저 김성오의 캐릭터가 미친 성격을 가졌고 그가 하는 일이 부적절하다는 것만으로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애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배누리도 초반에 잠깐 등장하면서 사건에 휘말리지만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성난황소’는 마동석의 액션과 코믹함을 가지고 승부를 볼 수 있다. 이 영화가 어떠한 심도 깊은 메시지를 던지는 것을 홍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동석의 액션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임은 분명할 것이다. 러닝타임 1시간 55분, 15세 관람가, 11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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