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부정적인 의미가 강했던 ‘B급 감성’이라는 단어가 스마트폰 세대와 결합되며 젊은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치트키’에 등극했다.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소수의 문화였던 ‘컬트’ 코드가 대중을 매료시키고 있는 것. 이런 현상으로 주말에 업무를 지시하는 광고주를 대놓고 고발하는 온라인 광고가 등장하는가 하면, 스낵부터 성인용품까지 많은 종류의 물건을 쌓아놓고 손님이 직접 제품을 찾아서 구매해야 하는 우스꽝스러운 쇼핑몰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B급 감성은 콘텐츠에도 강력한 영향을 가져왔다. 각종 예능, 드라마, 영화 또한 키치(kitsch, 괴상하고 저속한 사물의 미적 가치)적 요소가 다분히 반영된 B급 캐릭터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는 왜 B급 감성에 열광하는 걸까. 하위 문화가 아닌 트렌드 문화로 자리잡은 B급 감성의 매력 포인트를 살펴보자.

▶ 복.세.즐.확 - 복잡한 세상에서 즐거움만큼은 확실하게!
 

B급 감성이 소비자에게 전하는 가치는 단순하다. ‘병맛’과 ‘환장’의 연속이지만 적어도 복잡함과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것. 전통적으로 B급 감성이 빛을 발하는 대표 장르는 호러 코미디다. 기존 공포 영화의 공식을 깨고 우스꽝스러운 인물과 상황으로 긴장감 사이사이 황당한 전개를 야기하며 ‘단짠’ 같은 재미를 준다.
 

최근 호러 코미디 장르 애호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사탄의 베이비시터(The Babysitter)가 개성강한 주인공을 통해 몰입감 높은 ‘병맛’ 이야기를 선사한다. 나를 돌봐주는 섹시한 베이비시터가 알고 보니 악마 숭배자라는 오싹한 설정 속에 B급 감성을 녹여냈다. 엽기적인 주인공의 행동들로 인해 공포감보다는 어처구니 없는 웃음이 나온다. B급 감성이 충만한 호러물이 어떤 것인지 아직 공감할 수 없다면, ‘나 홀로 집에 19금 병맛 버전’이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사탄의 베이비시터를 추천한다.

 

▶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인 법
 

B급 감성의 주요 공식 중 하나는 어떤 일이든 웃음으로 승화시킨다는 것이다. 설사 그게 ‘현생’에서 비극적인 상황일지라도 웃픔을 대변하며 해학으로 마음의 짐을 덜어낸다. 직장에서 매일 벌어지는 소리없는 전쟁과 수많은 인간 군상을 웃음 코드로 기막히게 해석한 코미디나 시트콤이 많은 사랑을 받아온 이유도  바로 그런 것 아닐까?

넷플릭스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최신작인 YG 전자가 높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YG전자는 YG 내에서 기피 1순위 부서인 YG전략자료본부로 좌천된 승리가 위기의 YG엔터테이먼트를 살려내고, 회장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대환장 리얼 시트콤’이다. 화려한 복귀를 꿈꾸며 승리는 매일 팀원들과 발버둥치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
 

YG전자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승리의 고군분투 삶에 우리의 일상이 투영되어 보인다는 점이다. 오합지졸 YG전자 팀원들은 어딘가 부족하고 찌질함으로 똘똘 뭉쳐 있지만, 인간적인 모습이 현실 직장 생활과 닮아 ‘저런 캐릭터 꼭 있지’ 하는 공감을 자아낸다. 특히 허구의 상황을 마치 실제처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촬영하는 모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이러한 느낌은 극대화된다. YG전자는 10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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