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재명(45)은 '노잼'이라 불린다. 매사 진지하고 농담을 잘 치지 못하는 탓이다.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소문이 났다지만 그는 지루하기보다 편안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화려하진 않지만 어리숙하지도 않고, 베테랑이지만 겸손을 잊지 않는 태도가 유재명을 그렇게 보이게 했다.

그런 그는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명당'에서 타고난 장사꾼 구용식 역을 맡아 극에서 코믹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스스로 노잼이라 부르는 사람의 코미디 연기는 퍽 자연스러웠다. 그는 비극적 색채가 강한 '명당'에서 호흡을 조절하는 인물이었다.

"튀지 않게 조심했다. 튀는 순간 밸런스가 깨진다. 큰 이야기를 끌고 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화롭게 분위기를 받쳐 주는 게 목표였다. 처음엔 부담스러웠다. 이렇게 크고 중요한 역이 왜 나에게 왔을까 싶었는데 구용식이 보니 신념이 있는 사람이더라. 단순히 조력자로 끝나는 역이 아니었다. 때론 방정맞지만 때론 행동으로 보여 준다. 말재주와 장사 수완이 좋다.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그의 말대로 구용식은 박재상(조승우 분)의 친구로만 끝나는 인물이 아니었다. 박재상과 대립하기도 하고 그를 돕기도 하면서 극의 끝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자였다.

"구용식은 참 직접적이다. 나는 술자리에서도 진지한 얘기를 한다. (웃음) 용식은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났으면 큰 부자가 됐을 거다. 나는 구용식이 통이 큰 인물이라고 본다. 친구를 따라 운명에 뛰어들었다가 과감히 벗어 던지고 어딘가로 떠날 수 있는, 그런 낭만적인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를 대중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어 준 작품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도 유재명은 웃음 전하는 활약을 펼쳤다. 그는 슬픔과 웃음이 어우러지는 순간이 진짜 코미디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웃프다'고 하잖나. 나는 절실한데 대중들이 보기엔 웃긴 거다. 코미디 연기가 참 어렵다. 의도가 들키는 순간 놓쳐 버리니까. 타이밍이 중요하다. '명당'에서는 감독님이 많은 믿음을 주셨다. 덕분에 자유롭게 연기했다. 처음엔 잘 해보고 싶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는데 현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했다."

유재명은 tvN 드라마 '비밀의 숲'과 '라이프'에 이어 이번 '명당'까지, 세 번 연속 조승우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명당'에서 조승우와의 연기 호흡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단언컨대 이 케미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 둘은 연기도 외모도 닮은 듯 안 닮았다. 그런데 잘 맞는다. 리액션만 받아도 내 연기가 돋보이게 되는 친구다. 특별한 고민 없이 맞춰진 것 같다. 리액션 하고 나서 '좋은데'라고 생각했다. 조승우씨는 중심이 단단한 배우다. 나 역시 집요하게 파는 스타일이다. 서로 그게 맞았던 것 같다."

여러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지만 유재명은 "카메라 울렁증이 있다"고 고백했다. 매번 떨리는 통에 매번 연습을 죽어라 해서 간다는 설명이었다.

"단역하면서 만들어진 습관이다. 기회가 많이 없다 보니까 주어진 역을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연습하는 게 몸에 뱄다. '명당'도 잘하고픈 마음이 간절했는데 현장에서 너무나 편하게 연습하고 진행돼서 즐길 수 있었다."

오랜 무명 시간을 거쳐 최근 이름과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유재명은 "작품 의뢰도 많이 들어오고 많은 분이 제 연기를 좋아해 주시는 걸 느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본능적인 불안이 든다.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주어진 역에 폼 재지 않고 정확하게 하는 게 목표다. 기대가 생기니까 그 기대에 부합하려는 부담도 생긴다. 그걸 또 이겨내야 한다."

한편 유재명은 오는 10월 5년간 교제해 온 띠동갑 연극배우를 인생의 반려자로 맞이한다. 결혼식은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유재명은 기쁨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짧게 전했다.

"되게 행복하다. 어안이 벙벙하고. 처음 하는 거라…. 소박하게 준비하고 있다. 준비한 게 많지 않다."

 

사진 지중근(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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