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하반기 안방극장이 작열하는 7월의 태양보다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상파 3사는 물론, 케이블과 종편 채널까지 가세하며 신작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 

콘텐츠 홍수의 시대에 새로운 드라마들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화려한 라인업 덕분이다. 특히 연기력과 스타성을 고루 갖춘 30~40대 배우들이 탄탄한 연출진과 대본을 만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 이병헌(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사진=BH엔터테인먼트)

이병헌은 자타공인 ‘장르장인’이다. 현대물과 사극을 비롯해 드라마, 스릴러, 액션 그리고 중년 남자배우들이 까다로워하는 멜로 장르에서도 위력적이다. 중저음의 매끄러운 목소리와 촉촉한 눈빛을 장착하고 있어서다, 그가 배우로서 자신의 장점 그리고 경험을 최대치로 뽑아내고 있는 작품이 ‘미스터 션샤인’이다.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 이 시대극에서 이병헌은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부모를 처참하게 잃은 뒤 미국으로 건너가 성장한 미 해병대 장교 유진 초이로 등장한다. '검은 머리의 미국인'인 사내는 이방인의 냉정함, 침략자의 오만함, 버려진 자의 복수심, 사대부 영애 고애신(김태리)에게 마음을 빼앗긴 남자의 섹시함과 질투심이라는 여러 겹의 감정을 스펙터클하게 펼쳐낸다. 이병헌이 첫 등장한 순간, 이래저래 말 많던 드라마가 영화적 깊이감으로 가득 채워졌던 기억이 선명하다.

 

★ 지성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
 

(사진=나무엑터스)

'믿보배' 지성이 여름 안방극장을 공략한다. 지성은 tvN 새 드라마 ‘아는 와이프’를 통해 세상에서 아내가 가장 무서운 ‘쫄보’ 남편 차주혁을 연기한다.

지성은 2015년부터 매해 한 작품씩 꾸준히 시청자들에게 선을 보이고있는 착실한 배우다. 오는 9월에는 영화 ‘명당’의 개봉까지 앞두고 있어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안방과 스크린을 아우르는 그의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을 예정이다.

특히 ‘아는 와이프’를 통한 지성의 컴백이 반가운 이유는 모처럼 선보일 코미디 연기 때문이다. 2015년 ‘킬미, 힐미’, 2016년 ‘딴따라’에서 밝은 이미지와 능수능란한 코믹감각을 과시했지만 이후 ‘피고인’에서 역대급 처절한 부성애 연기를 했다. 때문에 한지민과 생활밀착 코미디를 보여줄 지성의 반전 그리고 복귀에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 이동욱(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
 

(사진=킹콩by스타쉽)

단 2회 방영됐을 뿐인데 “이동욱이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였냐”는 말이 스멀스멀 들려온다. 대학종합병원 응급센터 전문의 예진우는 훌륭한 비주얼에 두뇌를 지닌 사람이나 병원에서 벌어지는 일에 무관심하다. 정의롭게 나서는 스타일도, 속내를 드러내는 인물도 아니다. 화이트칼라 특유의 시니컬하고 조용한, 평범한 인물이다. 하지만 새로운 총괄사장의 부임과 의문의 사건을 변곡점 삼아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동욱은 회색빛 캐릭터에 조금씩 변화하는 감정의 곡선을 그려가고, 긴장감 있게 음영을 드리운다. ‘연기神’ 조승우와의 투샷에서도 밀리질 않는다. 지난해 ‘도깨비’에서 무뚝뚝함부터 사랑스러움까지 냉온 매력을 소유한 저승사자와 정반대 캐릭터를 맡은 그에게 예진우는 배우생활 20여 년 만에 접속하는 인생캐릭터가 될 듯 보인다. 결정적인 순간에 터져나오는 단호박 성향, 감정을 쉽게 읽을 수 없는 깊은 눈빛과 죄책감이 깃든 내레이션으로 가치를 지키려는 자의 신념을 오롯이 극에 투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변요한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사진=CGV아트하우스)

변요한이 2년 만에 tvN ‘미스터 션샤인’으로 돌아왔다. 독립영화 ‘들개’로 충무로 샛별로 떠오른 변요한은 2014년 ‘미생’의 한석율 캐릭터로 안방극장까지 장악하며 배우에서 스타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영화 ‘하루’ 개봉 이후 두문분출하던 변요한은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으로 순항 중이다. 유진 초이(이병헌 분)와 구동매(유연석 분)가 카리스마로 점철됐다면 변요한이 맡은 금수저 한량 김희성은 흐름을 환기시키는 매력만점 캐릭터로 활약한다.

김희성은 한마디로 단정짓기 힘든 묘한 매력을 가진 인물이다. 조부 김판서(김응수 분)가 저질러온 만행에 대한 후손으로서의 죄의식, 격동의 조선을 살아나가는 지식인의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어려움 모르고 자라 마냥 밝아 보이기만 하는 김희성의 숨겨진 매력은 드라마가 전개될수록 더욱 뚜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조승우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
 

(사진=굿맨스토리)

'연기 장인' 조승우가 이수연 작가와 ‘라이프(Life)’를 통해 두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됐다. 지난해 ‘비밀의 숲’을 통해 밀도 높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갓승우’로 불린 그가 또 한 번 웰메이드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것.

‘비밀의 숲’ 속 감정이 거세된 황시목이 이성으로만 세상을 보는 검사라면, ‘라이프’ 구승효는 재벌 2~3세가 아니라 근로장학생 출신의 계산에 능한 기업인이다. 그룹 오너의 눈치를 살피며 죽도록 능력을 입증해온 캐릭터다. 또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선이 있는 인물이므로 평면적인 악인은 결코 아니다. 조승우는 ‘라이프’ 1회에서 엔딩 단 1분의 출연만으로 시청자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아직 2회분이 방영됐을 뿐인데도 조승우의 다중적 연기, 압도적인 존재감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2014년 드라마 ‘신의 선물-14일’ 이후 좀처럼 드라마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조승우는 그 아쉬움을 씻어내기라도 하듯 두 작품 연속 ‘대박행진’을 예약했다.

 

★ 지현우 (MBC 월화드라마 ‘사생결단 로맨스’)
 

(사진=드림티엔터테인먼트)

록밴드 더넛츠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다 2003년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까칠한 지PD로 ‘국민 연하남’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지현우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유소 알바생, 반항아, 백수, 천재음악가 등 다양한 청춘의 얼굴을 그리며 성장했다.

2015년 인생 드라마 ‘송곳’의 진지한 원칙주의자 이수인 과장 역 이후 ‘원티드’ ‘도둑놈, 도둑님’, 영화 ‘살인소설’ 등 사회성 짙은 작품에 연이어 출연해오다 오랜만에 밝고 가벼운 로코 ‘사생결단 로맨스’로 돌아왔다. 의사인지 환자인지, 츤데레인지 ‘돌+아이’인지 구분하기 힘든 신경외과의사 한승주 역을 맡아 이시영을 상대로 격한 밀당과 고함지르기, 분노의 칫솔질 등 역대급 까칠남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교통사고 전후의 다른 결을 보노라면 그의 연기내공이 확연히 느껴진다.

 

★ 유연석(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사진=킹콩by스타쉽)

백정의 아들이었고, 운명의 굴레를 끊어버리려는 모친에게 쫓겨나 일본으로 건너갔다. 칼잡이로 성장해 무신회 한성지부장으로 조선에 돌아왔다. 어둠과 상처로 가득한 구동매 캐릭터를 맡으며 ‘응답하라 1994’의 무해한 ‘밀크남’ 칠봉이는 이제 말끔히 지워졌다.

“아무것도요. 그저...있습니다. 애기씨” “제가 조선에 왜 돌아왔는지 아십니까? 겨우 한 번, 그 한 순간 때문에” “백 번을 돌아서도 이 길 하나뿐입니다, 애기씨”. 매회 실질적인 명대사와 명장면의 주인공은 유연석이란 말이 허투루 들리질 않는다. 다가갈 수 없는 상대인 애신(김태리)에 대한 아픈 연정을 처연한 눈빛과 말줄임표 대사로 쏟아낸다. 서늘한 눈빛, 산발한 머리와 수염, 큰 키에 달라붙은 쓸쓸한 뒷모습마저 안방극장을 먹먹하게 한다. 유연석의 진한 감정연기가 여심을 뒤흔들고 있다. 장신을 이용한 호쾌하고 시원한 장검 액션은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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