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자 그리고 남겨진 자의 슬픔과 다짐을 곱씹는 하루하루다. 소울메이트를 황망하게 떠나보낸 두 정치인의 단말마 외침이 귓전을 맴돈다.

 

 

2009년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이 알려지자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 몸의 반쪽이 무너지는 심정”이라고 오열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평생 민주화 동지를 잃었고 민주정권 10년을 같이 한 사람으로서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라고 탄식했다.

이어 28일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정부 지정 서울역 분향소를 방문해 조문을 마친 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반드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확실하게 바로 세우겠다"고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질책과 분노를 격앙된 어조로 표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죽어도 죽은 게 아니다. 많은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한 김 전 대통령은 29일 열린 영결식에 휠체어를 탄 채 참석, 권양숙 여사의 손을 붙잡고 아이처럼 온 얼굴로 눈물을 쏟아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두 전직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주도하며 한반도에 민주주의와 인권, 국민통합의 가치를 구현한 '동반자'였다.

 

 

2018년 7월23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는 가장 먼저 신촌 세브란스병원 영안실에 들러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지키기 시작했다. 함께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중간중간 눈물을 흘렸지만 심 전 대표는 내내 입을 굳게 다문 채 의연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24일 자정 직후 홀로 있던 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로소 마음을 무장해제하고 눈물로 적어 내려간 글을 남겼다. "나의 영원한 동지, 노회찬, 그가 홀로 길을 떠났다. 억장이 무너져내린 하루가 그렇게 갔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두 사람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당선, 국회에 동반 입성한 이후 15년 가까이 정치적 동지로 지냈다. 2008년엔 민주노동당을 탈당, 그해 3월 창당한 진보신당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어 진보대통합 논의가 무르익은 2011년 말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이 무산되자 다시 진보신당을 탈당했다.

이후 두 의원은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정의당까지 줄곧 같이하며 한국 진보정치계의 ‘소울메이트’로 불렸다. 노 원내대표는 심 전 대표의 남편인 이승배씨와 노동운동을 함께한 사이이기도 하다.

 

 

한편 노회찬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9시38분께 서울 중구에 위치한 모친과 동생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파트 계단에서 발견된 외투 안에는 유서 3통, 신분증이 든 지갑, 정의당 명함이 있었다. 유서에는 드루킹 측으로부터 돈 받은 사실이 있지만 청탁이나 대가성은 없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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