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서 이어집니다

 

이제 막 배우로서 첫발을 내디딘 전종서(24)의 시작은 화려하다. 거장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을 통해 신선한 연기력으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낸 건 물론, 무려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커다란 관심에 들뜰 법 한데, 그녀는 차분한 태도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다.

 

전종서는 ‘버닝’ 이전엔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소위 말해 ‘생짜 신인’이다. 데뷔작부터 세계 최고의 영화제인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자신이 칸에 섰다는 것 자체에 대해 어안이 벙벙하다는 느낌을 전했다.

“제가 연기 경력이 길었다면,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 섰다는 것의 의미를 더 잘 알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막상 그곳에 섰을 땐 ‘내 자리가 아니다’라는 생각이었죠. 그보다 더 큰 의미로 다가왔던 건 감독님, 선배님들과 ‘함께 갔다’는 사실이에요. 제가 잘해서 칸에 간 게 아니라 함께였기에 그런 큰 공간에 있을 수 있던 거죠.”

전종서에게 칸은 아주 커다란 기억으로 남았지만 칸으로 가기 전 공항에서 태도 논란으로 빈축을 샀다. 물론 그녀의 태도도 매끄러운 대처는 아니었지만 일부 네티즌들의 과격한 비난이 이어져 논란을 키웠다. 하지만 전종서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당돌한 소신을 전했다.

“제가 의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건 맞아요. 그런데 사실 공항에서의 촬영이 공식적으로 약속된 자리는 아니었거든요. 사진이 찍힐 거라는 건 전혀 몰랐어요. 그 전에 개인적인 일로 울어서 그 모습을 감춰야한다는 생각이 컸었죠. 약속된 자리였으면 제 행동이 틀린 거였겠지만, 갑작스런 일이었기에 제 행동이 틀렸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무엇이든 한 면모만 보고 정의 내릴 수 없잖아요. 어떤 행동을 하든 그건 개인의 자유고 권리는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이 같은 논란은 전종서가 이제 막 배우로서 첫 발을 내디딘 신인이기에 일어난 건지도 모른다. 연기 호평과 태도 논란, 칭찬과 비난을 모두 경험한 그녀는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활동을 이어갈지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저는 구체적으로 제 앞길에 대해서 그림을 그리지는 않아요. 내일 죽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웃음) 앞으로 제게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겠어요. 행복일 수도 불행일 수도 있죠. 그런데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는 현재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순리라는 걸 믿고 있어서, 제게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비관적으로 보일 지도 모르겠네요. 그만큼 저는 오늘에 대한 후회는 없이 살고 싶어요.”

 

‘버닝’으로 뜨겁게 데뷔한 전종서는 아직 공인으로서의 삶에 익숙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마음가짐만큼은 탄탄했다. 일상 속에서도 끊임없이 사람에 대해 궁금해 하고, 연기를 탐구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빛나는 가능성을 엿봤다.

“저는 평소에 책을 참 좋아해요. 특히 사람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심리학책을 정말 많이 찾아봤어요. 그런데 정답은 없더라고요.(웃음) ‘이런 행동은 이런 마음이 아닐까?’라는 식으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참 좋았어요. 이게 참 연기를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캐릭터 분석도 어쩌면 사람을 알아가는 것과 비슷하니까요.”

긴 인터뷰를 이어오면서 ‘앞으로 전종서는 어떤 배우가 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들어찼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좋아하다보니 또 연기가 하고 싶어졌다”고 배우가 된 계기를 밝힌 그녀는 앞으로 “편식하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영화를 봐주시는 분들이 없다면 배우라는 직업의 존재 가치는 없어진다고 생각해요. ‘버닝’처럼 시대를 찌르는 메시지의 영화도 필요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팝콘무비도 필요하지요. 앞으로 제가 매력적으로 여기는 영화가 있다면 가리지 않고 출연하고 싶어요.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또 배우 전종서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환영입니다.”

마지막으로 전종서에게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했다. 되돌아온 대답은 신인배우의 당돌함과 귀여움이 묻어있었다.

“한 마디요?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웃음) 만약 SNS였다면 팬들에게 ‘♥’를 남길 것 같아요. 작지만 가장 정확한 진심이 담긴 이모티콘이죠.”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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