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품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오리지널이 있음에 쉽게 인정받기 어렵다. 영화 '도굴'도 마찬가지다. 한국판 '인디아나 존스'를 꿈꿨지만 기존 유사영화들에서 봐온 서사와 캐릭터로 또 하나의 아류작에 머물렀다. 

# 1PICK : 아쉬운 서사 살린 배우들의 힘

'도굴'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 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판을 벌이는 범죄오락영화다. 보물을 찾는 범죄오락영화들이 취하는 일반적인 형식을 그대로 따른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불러 모으고, 속고 속이는 사기의 향연이 이어진다. 지루할 틈 없이 빠르게 전개되지만 신선함을 느끼긴 어렵다.

빈약하고 익숙한 서사를 채우는 건 배우들의 몫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이제훈과 조우진, 임원희 등이 각자의 캐릭터를 살려 유쾌한 티키타카를 선보인다. 하지만 범죄오락 장르 영화들에서 늘상 봐온 전형성이 있다. 캐릭터의 진부함이 배우들의 매력마저 깎아먹는 것 같다. 

# 2PICK : 넘쳐나는 흙의 향연...생생함·현장감은 GOOD

고구려 고분 벽화와 선릉 속에 자리한 '조선판 엑스칼리버'를 빼내기 위한 과정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각종 장비를 동원하고 치밀하게 도굴해내는 과정은 익숙하지만 몰입도가 있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선릉을 주요 배경으로 설정한만큼 세트 제작과 실제 선릉 촬영을 병행하며 디테일하게 구현해냈다. 5톤 트럭 100대 규모의 흙이 동원됐을 정도로 리얼리티를 세심하게 신경썼다. 직접 먼지를 뒤집어쓰고 흙탕물 속에서 전동드릴, 해머 등 장비를 동원하며 열연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노고가 여실히 느껴진다. 

# 3PICK : 사람과 보물의 가치...중요한 건?

보물을 손에 넣기 위한 인물들의 물불 가리지 않는 싸움이 펼쳐진다. 무덤 속에 묻힌 보물을 손에 넣기 위해 산 사람을 묻어버리는 일까지 벌어진다. '그깟 물건'으로 치부되는 것들에 생사가 오가니 사람 목숨이 그리 가벼운가 싶어진다. 결국 사람의 가치, 생명의 가치에 대해 되새겨보게 한다. 

'도굴'은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로 코믹한 상황들, 리얼한 도굴 과정을 그려냈지만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러닝타임 동안 지루하진 않으니 킬링타임 영화를 기대한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러닝타임 1시간56분, 12세 관람가, 11월4일 개봉.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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