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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류보리 작가 "시청자에 위로 드리고 싶었다"

기사승인 2020.10.26  15:3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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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리에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26일 CJ E&M이 공개한 콘텐츠 영향력 지수(2020년 10월12~18일) 드라마 부문 1위, 종합 2위를 차지했다. 과거 클래식을 외피로 한 드라마들이 있었지만 이 작품은 클래식의 본질적 의미를 드라마의 주제에 녹여냈을 뿐만 아니라 슈만-클라라-브람스의 러브스토리, 바흐부터 프랑크에 이르기까지 순도 높은 음악, 용어들을 작품 곳곳에 배치하며 특별한 내음을 조향했다.

대학에서 클래식을 전공하고 클래식 음악 마케팅 일을 했던 류보리 작가의 손길 덕분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꿈과 행복’이란 명료한 가치를 성장 서사 속에 되새김질 하도록 한 젊은 작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본인의 학력 및 이력 때문에 '서령대 경영학과 졸업→음대 입학' 채송아(박은빈)를 두고 자전적 캐릭터란 유추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송아와 저와의 공통점은 없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저도 2가지 전공(바이올린·경영)을 했지만 송아와 전혀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었고, 진로의 선택 시점과 이유도 송아와 전혀 공통점이 없습니다. 송아의 단단한 내면, 자기 확신을 추구하는 모습은 제가 닮고 싶은 부분이기 때문에 송아는 저를 닮은 캐릭터가 아니라 제가 닮고 싶은 이상형에 가깝습니다.

- 바로크 시대 바흐부터 낭만파 쇼팽·슈만·브람스, 현대 라흐마니노프·프랑크에 이르기까지 유명하거나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들이 대거 포진해 있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선곡을 했나요. 더불어 자신이 너무 잘 아는 분야를 손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점도 궁금합니다.

▲ 드라마의 스토리나 상황과 관련있는 곡들로 골랐고, 친숙한 유명 레퍼토리와 조금은 낯선 레퍼토리를 적절히 분배하는 것도 고려했습니다. 선곡 이유를 극중에서 자연스럽게 녹여야하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가장 적절한 설명 방법을 찾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 송아의 졸업연주회 곡으로 브람스의 ‘F-A-E 소나타’(스케르초 악장)를 선곡한 이유는 15회 송아가 준영에게 하는 말과 엔딩 나레이션(F-A-F)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준영의 졸업연주회 앙코르 곡인 리스트 편곡 슈만 ‘헌정’의 가사는 꼭 시청자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에 방법을 고민하다가 준영이 가사지를 인쇄해 옆에 두고 연습하는 장면으로 썼습니다. 준영이 앞서 이별 통보를 한 송아에게 용기내어 “사랑한다”고 고백한 뒤 “시간이 좀 필요하다. 기다려줄 수 있겠느냐”는 송아를 묵묵히 기다리며 어떤 마음으로 ‘헌정’을 연습했는지도 영상으로 함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 스스로 만족한 장면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자칫하면 ‘클래식 길라잡이 ABC’같은 교육 영상물이 될 수 있어 이런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방법을 찾는 것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또 극중 임팩트 있게 등장하는 연주자들의 습관이나 특징을 사전에 자연스럽게 녹여놓는 것도 필요했는데(예를 들어 현악기 연주자들이 오른손 약지에 반지를 끼는 것을 사전에 미리 깔아둬야 16회에서 준영이 송아의 오른손에 반지를 끼워주는 신에서 그 의미가 추가 설명없이 한 번에 전달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 것들이 작위적으로 느껴지거나 지나친 복선으로 느껴지지 않게, 혹은 지루한 설명처럼 느껴지지 않게 녹이는 것이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재밌었습니다.

- 송아의 내레이션으로 극 전개가 이뤄졌고, 함축적인 대사들이 많았습니다. 인상적인 내레이션과 대사를 꼽아준다면?

▲ 3회 엔딩에서 준영의 피아노 선율로 위로받은 송아의 내레이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그날 나는 알 수 있었다. 말보다 음악을 먼저 건넨 이 사람 때문에, 언젠가 내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다시 닥쳐온다면 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릴 것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상처받고 또 상처받으면서도 계속 사랑할 것임을…그날, 알았다”.

이 장면은 송아와 준영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이 내레이션은 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말이기 때문에 16회 엔딩 장면에서도 변형해 사용했습니다. 또 15회 엔딩에서 송아가 ‘F-A-F’라는 문구에 대해 말하는 내레이션도 많이 신경써서 기억에 남습니다.

- 나문숙(예수정) 이사장 추모음악회에서 준영(김민재)-현호(김성철)-정경(박지현)의 슬픈 선율의 멘델스존 피아노 트리오 협연 신도 화제가 됐습니다. 

▲ 멘델스존의 피아노 트리오 1번 1악장은 제가 모든 클래식 음악들 중에서 손꼽을 정도로 정말 사랑하는 곡이기 때문에 피아노 트리오 장면을 위해 가장 먼저 떠올린 곡입니다. 유명한 곡이지만 대중성 측면에서는 아마도 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2번 2악장이 가장 유명한 곡이고 그래서 잠시 고민했지만 조금은 덜 친숙하더라도 제가 정말 사랑하는 곡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다행히 이 멘델스존 트리오 1번의 1악장이 바이올린과 첼로가 서로를 맴돌거나 함께 유니즌으로 연주하고, 피아노가 두 악기를 받쳐주는 느낌이기 때문에 준영-정경-현호의 관계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최종 선곡하게 됐습니다.

- 최근 만났던 젊은 피아니스트, 지휘자 모두 '브람스'의 “음악이 위로해줄 수 있을까”란 극중 대사를 거론하더라고요. 코로나 시대를 맞은 음악가들에게 더욱 특별한 화두로 떠오른 것 같아요. 이 테마에 천착하게 된 이유가 뭔지요.

▲이 드라마는 작년 초에 본격적으로 대본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사실 코로나 시대를 예측하고 ‘음악이 가진 위로의 힘’이라는 테마를 넣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음악가 분들이 이 드라마를 봐주시고 그 대사에 대해 생각해 주셨다니 기쁩니다.

이 드라마를 쓰기 훨씬 오래 전부터 제 나름대로, 기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음악(예술)이 무슨 필요가 있고 소용이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아 힘든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상황에서 음악을 사랑했고 관련 일을 했던 제 스스로를 설득시키기 위해 답이 필요했거든요.

당시에는 답을 얻지 못해 오래 번민했는데 오랜 생각과 여러가지 경험 끝에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예술이 당장 나의 배고픔을 채워주지 않더라도 어느 순간 마음에 다가오고 위로를 건네준다면 언젠가 다시 힘든 시기가 또 찾아왔을 때 그 위로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예술의 힘일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예술의 존재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동의하시는 분들도 있고 아닌 분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런 결론을 내렸기에 3회에서 송아의 입을 빌어 "음악을 업으로 선택한 사람들은 적어도 그렇게 믿어야 하지 않을까"란 대사를 넣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자신이 믿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대신 믿어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 드라마도 시청자분들께 단순히 시청하는 순간의 재미 외에 감히 조금의 위로라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훗날 주인공들을 다시 떠올려보고 ‘아 그때 내가 그렇게 위로를 받았지’ 하고 한번 더 힘낼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 야심찬 소망이 있었습니다.

- 다른 일을 하다가 드라마 작가로 업을 바꿨습니다. 왜 작가에 도전하게 된 건가요. 무엇을 성취하고 싶으신지요.

▲ 클래식업계를 떠나 다른 회사를 다니며 일 자체는 즐겁게 하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큰 의미를 찾지 못했습니다. 즐거움과 재미, 성취는 느꼈지만 그 이상의 것을 얻지 못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정말 우연히 드라마 작법 교육기관을 알게 됐고, 글을 쓰면서 제 자신을 들여다보며 스스로 힐링이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거창하지만 한 사람의 사회구성원으로서 기왕이면 다른 사람들과 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삶을 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작가가 되어 ‘좋은’ 드라마를 쓰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드라마는 TV만 켜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매체니까요.

그 후 전혀 예상치 못하게 극본 공모전에 당선돼 드라마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작가로서 성취하고 싶은 것은, 제가 처음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유 그대로 ‘좋은’ 드라마를 쓰는 것입니다. 그 ‘좋은’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찾는 게 제가 작가로서 계속 고민하고 생각해야할 화두입니다.

사진=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제공

용원중 기자 goolis@slist.kr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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