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명가’ Mnet의 간판 오디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보이스 코리아’가 무려 7년 만에 시즌3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불거진 ‘프로듀스 101’ 시리즈 투표조작 논란으로 신뢰성 추락을 겪었던 터라 말 많고 탈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신규 편성을 둘러싼 고민이 적잖았을 거라 여겨진다. 지난 29일 첫 방송은 소박하지만 성공적인 론칭을 보여줬다. 더불어 아쉬움도 안겨줬다.

먼저 제작진의 영리한 선택이 돋보였다. 2017년 이후 채용시장에서도 편견이 개입돼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출신지·가족관계·학력·신체조건 등의 요인은 배제하고 실력만으로 평가해 인재를 뽑는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하고 있다.

‘보이스 코리아’는 일찌감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첫 사례였다. 외모와 춤 등 비주얼 요소보다 음색과 가창력으로 코치를 ‘돌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대적 흐름에 걸맞은 포맷의 프로그램을 소환함으로써 명분을 확보했다.

‘보이스 코리아’는 네덜란드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더 보이스(The Voice)’의 판권을 구입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국내 포맷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해외 인기 포맷으로 잡음의 소지를 없앨 수 있다.

다음으로 시즌1 우승자인 손승연과 준우승자인 유성은, 시즌2 우승자인 이예준과 ‘SKY캐슬’ OST 'We All Lie'를 부른 하진(본명 정진하) 등이 가요계에서 여성 보컬리스트로 맹활약 중이다. 자연스레 시즌3 주인공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상승하는 시기였다.

이런 물적 토대 위에서 집을 짓고 오픈한 ‘보코3’는 MC와 코치진을 쇄신하는 것으로 새로움을 안겨줬다. 과거 신승훈, 강타, 백지영, 길 대신 성시경(발라드), 김종국(발라드+댄스), 보아(힙합·댄스), 다이나믹듀오(힙합)로 코치 군단을 물갈이하고, 밀레니얼 MC 장성규를 투입했다.

장르의 안배와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서 내공을 쌓아온 보아의 신뢰도, 성시경-김종국의 경쟁적 티키타카가 잔재미를 선사했다. 자신을 제외한 3명의 코치 중 1명의 선택을 막을 수 있는 '블락찬스' 룰도 흥미로웠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은 참가자들이다. 얼마나 재능이 있느냐, 신선하느냐가 채널고정 혹은 광탈을 유발한다. 첫 회에서 몇몇 주목할 만한 참가자들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신촌블루스의 ‘골목길’을 선곡한 김예지는 개성 강한 음색과 4차원 매력으로 코치들의 올턴과 기립박수를 받았다.

4인조 그룹 오브어스는 중창이 주는 하모니를 느낄 수 있게 해줬고, 해체된 걸그룹 디아크 출신의 정유진은 벤의 ‘열애중’을 깔끔한 가창과 절절한 감정으로 불러 눈물샘을 자극했다. 소속사가 계약을 풀어주지 않아 7년을 흘려보내고 막 군제대한 황주호는 허각의 ‘바보야’를 불러 중성적 매력의 목소리를 뽐냈다. ‘그라소나를 위한 난봉가’를 부른 조예결은 퓨전국악 보이스 톤으로 코치들을 매료시켰다.

아쉬움도 있다. 기존 기획사에서 선보이는 훈련된 아이돌 가수와는 다른 신선한 매력과 재능의 원석을 마주하는 ‘소름’을 맛보진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숱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비슷한 유형의 출연자들을 접해왔기에 첫 회에 등장한 경연자들의 소속사·팀 해체 관련 사연, 보이스와 가창력은 살 떨릴 정도까진 아니었다.

이런 점이 한계로 작용할지, 버스커버스커·악동뮤지션·투개월·손승연을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새로움으로 세상을 '턴' 시킬지 궁금해진다. 그동안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좌절을 겪었던 '재야의 고수'들이 실력을 겨루면서 시청자들로부터 “진짜가 나타났다”는 평가를 받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Mnet '보이스 코리아 2020'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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