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 섭섭해야 하는데 섭섭했던 게 큰 거 같아요. 스태프분들과 정도 많이 들었고, 좋은 사람들과 촬영을 해서 그런지 헤어지는게 힘들더라고요. 아직까지 쉴 시간이 많지는 않았는데 늦잠도 자고, 책도 사서 읽고 했어요”

아역에서 시작해 벌써 데뷔 15년차 배우가 된 문가영. 지상파 첫 주연작인 MBC ‘그 남자의 기억법’은 유독 ‘여하진’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이 높았던 작품이었다. 필터링없는 솔직함이 돋보이는 여하진에 배우 문가영의 매력이 더해져 시너지를 낸 것. 방영 기간동안 문가영이 여하진으로 인스타그램을 운영한 것 역시 이런 맥락이었다.

“아이유 선배님, 김혜수 선배님도 (캐릭터에 대한) SNS를 하셨잖아요. 극중에 하진이가 SNS를 많이 하잖아요. 시놉시스를 읽고 감독님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하진이 SNS 하는게 좋을 거 같아요’ 말씀을 드렸어요. 근데 사실 첫방송 전까지만 해도 고민이 많았어요. 어떻게 만들어서 활용할지에 대한 구상을 했어요.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즐겁게 할 수 있었어요. 반응들이 바로바로 오니까. 저도 아직 하진이를 떠나보내기 아쉬움이 많으니까 어딘가에 꼭 존재하는 사람인 것처럼 틈틈이 사진을 올리려고 하고 있어요”

여다경은 마냥 맑고 투명한 인물같지만, 알고 보면 절친한 친구를 잃은 고통 속에 스스로의 기억을 봉인해버린 캐릭터이기도 했다. 특히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여러가지 고민도 뒤따랐다.

“사실 메이크업을 안하는 게 제일 좋았어요. 신경써야 할 게 없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하진이가 기억을 되찾는데 대한 기대가 쌓여있으니까, 이 감정신을 충족시켜야 할텐데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우리 드라마가 전개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에 반해 무겁고 딥한 감정을 한 신으로 끝내야 하는 부담이 들 때도 있었어요. 그 안에 눌러담을 수 있었던 건 좋은 경험이 됐어요.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잘 해보려고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어요”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 문가영이 김동욱만큼이나 많은 장면을 함께했고, 또 심적으로 의지했던 건 바로 김슬기. 두 사람의 케미가 유독 좋아 베스트커플상을 염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슬기 언니와 함께한 장면의 절반이 애드리브에요. 후반부로 갈 수록 제 지인들도 극중에 웃음이 진짜 문가영의 소리라는 걸 아시니가 바로 연락이 오더라고요. 왜 연기를 안 하냐고(웃음). 슬기 언니는 제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언니에요. 연기를 잘 받아주고, 베스트 커플상은 우리가 노린다고 했을 정도에요. 촬영 후반부에는 체력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었지만, 현장가는 즐거움이 있었던 게 그 덕인 거 같아요. 드라마 끝난 뒤에도 꾸준히 연락하고 있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연기하다 보니 문가영은 화려함을 강조하기 위해 이번 작품에서 총 130벌 이상의 옷을 소화했다고. 스스로도 “안 입어본 색감이 없고, 안 입어본 스타일이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스타일링이 눈길을 끌었다. 때문인지 유독 문가영의 미모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너무나 감사한 칭찬이기 때문에 들을 때마다 낯설고 좋아요. 하지만 그것보다도 연기를 잘한다는 말이 훨씬 더 기분이 좋아요. 기억에 남는것 중에 하나가 ‘연기 존잘’이라고 말이었어요. 예전보다 젖살이 많이 빠진 것 뿐이지 뭔가 연출을 한 건 아니였어요. 저의 몸매나 이런 글을 볼 때 ‘이게 좋은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의도한 것이 아니기도 했고, 이슈가 될지 정말 몰랐어요”

문가영은 ‘그 남자의 기억법’에 앞서 tvN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를 통해 뇌섹녀의 면모를 뽐내기도 했다. 책을 워낙 좋아한다지만, 방송에서 자신의 독서 이력을 공개하고 말한다는 게 어떤 면에서는 부담도 뒤따랐을 터. 하지만 좋은 프로그램의 취지답게 문가영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도 더 생겨났다. 성공적인 첫 예능 덕분이었을까, 문가영은 오는 6월 ‘식벤져스’로 또 한번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예전에는 예능에 대한 두려움이 컸었어요. ‘요즘책방’을 선택한 이유는 문가영이라는 사람한테 책이라는 게 큰 존재이다 보니 많이 배울 수 있어서였던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적인 분야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걸 하면서 인식이 많이 바뀌었던 거 같아요.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함께해서 배우고, 많은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있는 프로그램이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그런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또 할 마음이 있어요”

사진=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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