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꽃’ 때도 그랬지만 대선배님들이랑 연기를 하면 무기력함을 느낄 때가 있어요. 왜 나는 저렇게 못할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들 자체가 저한테 원동력이 된 거 같아요. 스스로 채찍질을 해가면서 성장시키는 스타일이에요. 매번 좋은 것만 먹을 수는 없잖아요. ‘저 선배님처럼 되어야 겠다’가 아니라 ‘왜 나는 저렇게 못하고 있을까’라는 박탈감이 저를 성장시키는 거 같아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한소희는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여다경이라는 캐릭터의 120% 살려내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전개상 주인공 지선우(김희애)에게 적대적인 인물이지만,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데 성공한 것. 덕분에 마냥 나쁘기만한 악역이 아닌 치명적인 매력으로 점철된 여다경이 완성됐다.

“촬영중에는 잘 못느꼈어요. 아는 언니랑 가로수길에 마스크만 끼고 갔는데 다경이로 많이 알아봐주셔서 ‘우리 드라마를 많이 보시는구나’ 생각했어요. 어느 음식점에 가도 다 ‘부부의 세계’를 보고 계시더라고요. 우리 할머니는 끝가지 제 편을 안 들어주셨어요. 거의 지선우 선배님에 빙의를 하셨어요. 처음에는 우리 손녀딸 나온다고 좋아하시더니 나중에는 ‘너 왜 그러냐’ 하셔서 ‘작가님이 그렇게 쓰신 거다’ 말씀을 드렸어요(웃음)”

소위 ‘냉미녀’로 불리는 외모지만 한소희는 특유의 천진함으로 인터뷰를 유쾌하게 이끌었다. 질문에 대한 답변에 망설임이 없었고, 부러 말을 꾸미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SNS 등에서 재조명된 타투와 흡연 사진에도 명쾌하게 답변했다.

“작품이 이슈가 되니까 저의 과거의 모습들도 관심을 가져주시는거 같아요. 그때의 저도 저고, 지금의 저도 저잖아요. 그때가 나쁘다 틀렸다고 할 수도 없는 거 같아요. 관심에 대한 부담은 어느 정도 없다면 거짓말인 거 같아요. 시청자 분들게 계속 제 모습을 비쳐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더 만족시켜드리고 싶고, 기대치에 부응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니까 부담으로 다가오는 거 같아요. 행복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 공존해요”

‘부부의 세계’가 큰 사랑을 받았고 한소희라는 배우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 시키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돈꽃’으로 시작해 ‘백일의 낭군님’, ‘어비스’까지 내연녀이거나 악역을 맡아온 데 대한 부담감도 있을 터. 연이어 이런 역할을 맡은 이유에 대해 묻자 한소희는 “그러게요, 제가 사연이 있어 보이나봐요”라며 웃었다.

“평범하지 않게 무언가를 할 거 같은 이미지가 있나봐요 저한테. 왜 계속 그런 역할을 하는지. (풋풋한 로맨스도 하고 싶은지) 네. 그런걸 떠나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멀쩡히 살아 계시고, 평범한 가정에 평범하게 자라서 평범한 사랑의 결실을 맺는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혹은 사랑은 필요없고, 지지를 받으면서 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올해로 27살, 배우가 아닌 20대 한소희의 일상도 궁금했다.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광고나 화보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기는 했지만 맛집 좋아하고, 친구들과 있는게 좋은 평범한 20대였다.

“친구들이랑 맛집 찾아다니는거 좋아해요. 사실 특별한게 없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도 친구들이랑 야식도 많이 먹으러 다녔어요. 평범한 20대인거 같아요. 물론 직업적으로 오는 특이점들 때문에 운동을 좀 더 열심히하고, 식단 조절을 하는 건 있지만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9아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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