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소름유발자’에 등극한 배우 이학주를 만났다. 민현서(심은우)에 대한 집착으로 데이트 폭력을 휘두르고, 지선우(김희애)에 대한 뒤틀린 복수심으로 집요하게 이들 주변을 맴돌았다. 끝내 스스로를 파괴하고야 박인규의 질주는 멈출 수 있었다.

“옥상신에서 사력을 다한 거 같아요. 리허설 때 ‘이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이상하게 감정이 안 생기더라고요. 너무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오셔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돼’ 하셨어요. 박인규는 이게 다 지선우 때문이라는 생각을 계속 했던 거 같아요. 그렇게 하다보니까 감정이 올라오더라고요.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심은우 배우가 문을 꽝 닫고 가는데 뭔가 무너져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가장 많은 신에서 만난 배우는 바로 심은우. 감정소모가 큰 연기였고, 일반적인 사고로 박인규를 이해하기 힘들때 이학주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 것도 심은우였다.

“심은우 배우한테 고맙죠. 몸싸움 신을 찍을 때는 미안함도 컸고, 이걸 여러번 반복해서 촬영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니까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때 심은우 배우가 굉장히 잘 맞춰주고 좋았다고 말도 해줬어요. 일단 (심은우와) 연기하기가 편했어요. 처음으로 리드하는 신이 싱크대에서 약통을 발견하고 민현서와 지선우 사이를 깨닫는 장면이었어요. 굉장히 부담스러웠는데 심은우 배우랑 하니까 잘 맞아 떨어지더라고요. 그런 경험은 없었던 거 같거든요”

극중 민현서와 박인규는 등장할 때부터 잘못된 폭력으로 얼룩진 연인 관계였다. 드라마 상에서 드러난 정보는 제한적이지만 박인규를 연기하는 이학주 입장에서는 이렇게 되기까지 두 사람의 전사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원래 그러지는 않았다는 현서의 대사에서 두 사람의 생각을 했었어요. 박인규라는 사람의 근간을 무너뜨릴 정도로 큰 사건이 있지 않았을까요. 그 사건이 범죄일 수도 있고, 혹은 다른 일들일 수도 있지만 거기서 선을 넘어가는 선택을 한 거죠. 그러면서 사랑과 가치관도 잘못 잡히고, 박인규도 망가진 거 아닐까요. 현서가 ‘싫어’라고 정확하게 말을 하는 순간, 박인규의 지지대가 없어져서 그런 결말까지 가지 않았나 싶어요”

영화에서는 강렬한 신스틸러를 줄곧 맡아왔지만, 드라마상에서 이렇게까지 강한 악역을 맡기는 처음. 불특정 다수가 보는 드라마에서 지독한 악역을 연기하는데 부담은 없었을까.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대선배들과 연기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됐어요. 또 이걸 해낼 수 있을까, 못해냈을 때 현장에서 만회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있었어요. 센 걸 정확하게 표현을 해낼 수 있을까 부답도 있었어요. 목표점이 있으니까 이걸 못해주면 실패가 정확하게 드러나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김희애와 1대1로 대치를 하는 장면 역시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이학주는 촬영을 앞두고 상당히 떨고 있었다고. 화면에서 볼 때는 두 사람의 감정적 대립이 치열하게 그려져 사건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었다.

“덜덜 떨고 있었어요. 계속 마음속으로 ‘아무 것도 아니다’ 되뇌였어요. ‘저 사람들은 위선으로 가득 차 있을 거다’, ‘너네한테는 그래도 돼, 너넨 많이 가졌잖아’ 박인규 입장에서는 그런 마음을 먹었을 거 같아요.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잘 통했나봐요. 김희애 선배님이 굉장히 많이 기다려주셨어요. 리허설을 되게 오래 하기도 했어요. 박해준 선배님은 저랑 실랑이하는 신이 있는데 박인규가 이태오를 한번 제압을 하는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두 분게 감사해요. 되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말로 표현하기에는 결코 매끄럽지 않은 박인규라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상식선’에서 만들어 내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이학주는 구체적인 인물이 아닌 동물을 연상하며 연기에 임했다.

“박인규에 대한 공감이 힘드니까 동물을 떠올린 거 같아요. 기분이나 기운만 남는 거죠. 그렇다고 이성이 업는 상태로 촬영을 한 건 아니지만, 그런 느낌을 가지려고 했어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SM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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