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금융위기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감염자가 늘어나는 시점에 재난영화로 모아지던 관심이, 코로나19 장기화와 함께 경제위기를 다룬 작품들로 옮겨가고 있다.

7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플레이가 지난 2월 1일부터 4월 5일까지 이용자들의 콘텐츠 감상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컨테이젼’, ‘감기’ 등 전염병을 다뤘던 재난영화들의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지만 ‘국가부도의 날’, ‘인사이드 잡’처럼 경제위기를 다룬 영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2011년 영화 ‘컨테이젼’(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2013년 ‘감기’(감독 김성수) 등 바이러스 전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역주행 기록을 세웠다. 개봉 당시보다 더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2월 초 정점을 찍은 이후 3월 중순 이후부터 꾸준히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2월4일 대비 현재 점유율은 17.1%로 떨어졌다.

대신 이 자리를 경제위기를 다룬 영화들이 차지하고 있다. 현재 경제위기 관련 영화의 시청점유율은 3월 초 대비해 한달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3월13일 시청 순위 100위권에 진입해 이후 최고 12위까지 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이하 ‘마진 콜’)도 전달 대비 시청량이 15배 이상 늘어나면서 계속 순위가 올라 최고 21위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실을 파헤친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잡', 금융위기로 인해 홈리스가 된 사연을 영화로 그려낸 ‘라스트 홈’ 등의 인기도 계속 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어 감에 따라, 사람들의 불안이 전염병 자체에서 코로나19가 불러오고 있는 경제사회적 위기에 대한 불안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경제위기 관련 영화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커진 시기는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3월 11일 이후다. 이때를 기점으로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와 JP모건 등 주요 민간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세계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전 세계 주식시장이 일제히 폭락하는 등 경제적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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