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극장 관객수가 16년 만에 처음으로 8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극장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우려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1998년 멀티플렉스 도입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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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극장을 찾은 관객은 7만7071명에 불과했다. 2004년 5월 31일의 6만7973명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010년대 들어 10만명을 넘지 못한 날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2016년 4월 5일(9만4906명)에도 10만명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스오피스 1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전날 2만2911명을 불러모으는 데 그쳤다. 개봉 6일째 1위 자리를 지켰지만, 누적 관객은 아직 40만명을 넘기지 못했다. 또한 '사냥의 시간' '온 워드: 단 하루의 기적' '후쿠오카' '이장' '밥정' '결백' '기생충' 흑백판, '콜' 등 개봉 예정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연기하면서 3월 극장가는 더욱 침묵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극장들은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상영 회차를 줄이는 방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구 지역 상영관은 상영 회차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는 임원 임금 20%를 자진 반납하고 직원들에게는 무급휴가를 독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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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 영화 산업 전체에 충격파가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극장 매출은 1조9140억원으로, 전체 영화산업 매출의 76.3%를 차지했다. 극장들은 특히 관객의 영화관람 패턴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도 우려한다. 극장 관람을 기피하고, 안방에서 VOD나 OTT 등을 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여가생활로 정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OTT 업체인 넷플릭스는 이날부터 '오늘 한국의 톱 10 콘텐츠'를 비롯해 '오늘 한국의 톱 10 영화' '오늘 한국의 톱 10 TV 프로그램'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국내 넷플릭스 사용자들이 즐겨 시청하는 최신 트렌드를 매일 공개해 가입자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나아지지 않는 이상, 극장가에 관객 발길이 계속 끊길 것으로 보인다. 박스오피스는 점점 무의미해져가고 있고 잇따른 개봉 연기에 영화계는 울고 있다. 영화를 기다리던 관객들도 아쉽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계가 할 수 있는 건 이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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