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남산의 부장들’에서 김규평(이병헌)과 가장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이 곽상천이다. 군대 계급은 곽상천이 한단계 낮지만 중앙정보부장과 대통령 경호실장이라는 직책을 달고 서로 반말을 서슴치 않는다. 그들은 권력욕 때문에 날선 대립을 하는 게 아니라 박통(이성민)에 대한 충성심의 차이로 싸우기 일쑤다. 이희준은 이병헌과 맞붙으며 선배인 그에게서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다.

“영화에서 이병헌 선배님과 멱살 잡는 신이 있어요. 다만 액션은 없답니다.(웃음) 서로 멱살만 붙잡았는데도 새벽 3시까지 찍게 됐어요. 그 장면은 권력 때문에 엇갈린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죠. 촬영 끝나고 숙소 가서 샤워할 때 보니 가슴에 멍이 들어있었어요. 그 장면에서도 애드리브 한번 나올법했는데 일체 없었어요. 욕도 대사 그대로 했죠.”

“솔직히 제 연기에 아쉬운 게 없다면 거짓말이에요. 지금 다시 ‘남산의 부장들’을 찍으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1년 전 촬영 시작때 이희준은 최선을 다해 애썼다고 받아일 수 있지만 이 다음 작품에서는 ‘남산의 부장들’을 밑거름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작품에 관심가져야겠다는 책임감이 더 생겼어요. 그거 하나는 확실해요. ‘남산의 부장들’ 촬영 때 이희준은 100% 극에 올인했다는 걸요.”

곽상천이란 인물은 이희준 배우 커리어에 존재하지 않았던 캐릭터였다. 오로지 몸과 목소리로 곽상천의 모든 걸 표현해야했던 이희준은 영화 개봉을 앞둔 이 시점에서도 혀를 내두르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우민호 감독뿐만 아니라 동료 배우들이 그의 연기를 인정해줬기 때문에 곽상천은 매력있는 캐릭터로 탄생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다들 날카로운 칼날처럼 연기했다면, 저는 통나무로 연기하는 느낌이었어요. 저도 어떤 부분에서는 날카로움이 있었으면 바람이 있었죠. 그런데 우민호 감독님은 그러면 안된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이병헌 선배님도 똑같이 말씀하셨어요. 제가 심플하게 곽상천을 연기했다고 하니 ‘네가 그렇게 해줘서 우리가 숨쉴 수 있었다’고 하셨어요. 정말 뿌듯했죠.”

“가장 좋았던 장면은 예고편에도 나오지만 이병헌 선배님이 헤드폰을 쓰고 무언가를 듣고 있는 신이었어요.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싶은 거예요. 영화 자체가 인물에 중점을 두다보니 역사적인 사건, 캐릭터의 과거사는 거의 배제됐어요. 그래서 ‘남산의 부장들’이 다른 정치 드라마와 차별화되지 않았나 싶어요.”

‘남산의 부장들’이란 하나의 산을 넘은 이희준에겐 또 다른 작품이라는 산이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연기 변신을 한만큼 그는 다른 것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남산의 부장들’로 얻은 걸 관객들에게 다른 작품으로 보여줄 생각에 들떠있었다.

“‘남산의 부장들’으로 얻은 건 근육이라고 할까요? 제가 요가, 필라테스를 즐겨해요. 곽상천 역을 위해 살을 찌우고 다시 빼는 과정에서 쇳덩이를 네 시간 드는 건 시간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버릇이 생겨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안 하면 허전해요. 또 하나 얻은 건 신체적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해봤다는 거예요. 감정적인 부분에서 벗어나 오로지 외관으로 관객들에게 캐릭터의 성격, 심리를 보여준다는 것, 이런 경험하기 쉽지 않은 거 같아요.”

“저는 레이어가 여러겹 겹친 캐릭터를 좋아해요.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그런 인물이잖아요. 겉과 속이 다르고, 혼자있을 때와 사람들 같이 있을 때 행동이 다르듯이 말이죠.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고의적으로 레이어를 다 제거했어요. 다음에는 아주 복합적이고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을 연기하고 싶어요. 그게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사람 같은 캐릭터. 나문희 선생님과 ‘오 문희’를 찍었는데 그 캐릭터는 진짜 사람 같고 멋있어요. 그 영화에서도 제 연기를 기대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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