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장태준에 대한 윤혜원의 감정은 ‘좋아했다’고 단정하기에는 그 이상이었던 거 같아요. 윤혜원 입장에서 장태준은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 아니었을까요. 시즌1에서는 사랑인지 동경인지 고민의 감정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시청자 분들이 보시기에는 짝사랑이 아닌가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송희섭(김갑수) 의원 비서가 아닌 장태준 의원의 보좌관이 되면서 감정적인 고민의 여지 없이 업무를 수행했던 거 같아요. 정확하고 명확하게 자기 일을 해야한다고 판단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전의 감정이 사라져버린게 아닌가 싶어요”

‘보좌관’ 시즌2에서 윤혜원은 한도경(김동준)과 일보 진전한 관계를 보여줬다. 송희섭 의원실에서의 윤혜원과 한도경이 선후임 관계로 사무적이었다면, 시즌2에서는 보다 인간적인 대화의 채색이 짙어졌다. 특히 장태준의 선택에 대한 한도경의 실망감과 좌절감을 윤혜원이 다독여주며 러브라인이 싹트는 기운도 느껴졌다. 때문에 국회 안에서 촬영분량 만큼 카페에서 함께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보좌관’이 멜로 드라마가 아니라 지극히 국회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 그리고 보좌관을 조명했기 때문에 러브라인에 있어서 아쉬운 건 없어요. 차 한잔 마시고 끝이 나잖아요. 조금은 더 같이 산책이라도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근데 감정선에 있어서 멜로보다는 일을 하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크게 아쉽거나 하지는 않아요”

이 작품에서 이엘리야는 장태준의 둘도 없는 보좌관으로 맹활약했다. 성영기 회장(고인범)의 위협에 죽다살아난 장태준을 끝까지 보필하는 것은 물론, 그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검찰조사까지 자청해서 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야말로 장태준의 사람이었던 셈. 배역도 배역이지만, 배우로서 이정재의 곁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것도 이엘리야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매번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었어요. 연기를 하실때 현장의 흡입력이 굉장했어요. 방해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선배님이 정말 유머러스하세요. 제가 NG를 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열심히 대본을 숙지하고 있으면 ‘네가 하는게 맞는 거야’하면서 다독거려 주시기도 했어요. 또 제가 아쉬워하는게 보이면 ‘다시 한번 해보는게 어때’라고 먼저 물어봐주시더라고요. 되게 든든한 선배님이셔서 정말 의원님을 잘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윤혜원이라는 인물이 더 잘 보일 수 있도록 해주신 건 이정재 선배님이 옆에서 존재해주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극중에서 묘한 적대관계를 이룬 배우들과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시즌1에서 오원식(정웅인)이 드러내놓고 연적이었다면, 시즌2의 양종열(조복래)은 좀처럼 속을 알 수 없어 묘한 긴장감을 안겼다. 윤혜원에게 의원실 내의 ‘프락치’로 가장 큰 의심을 받기도 했지만, 실제 촬영장은 훈훈했다는 후문.

“사실 조복래 선배는 학교를 같이 다녔어요. 제가 20살일 때 보고 10년만에 다시 만난 거였어요. 선배 눈에는 아직 20살 이엘리야가 있는 거에요. 그래서 저보다 늦게 현장에 합류하셨는데 더 분위기를 재미있고 편안하게 만들어주셔서 너무 고맙더라고요. 사실 조복래 선배도 다가가기 쉬운 느낌은 아니거든요(웃음). 친근하게 해주시니까 너무 고마웠어요”

이엘리야는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윤혜원의 캐릭터가 가장 잘 표현된 장면으로 고석만(임원희)의 묘를 찾아간 신을 꼽았다. 장태준에 대한 윤혜원의 충심, 그리고 의원과 보좌관이라는 직업적 특성이 그림으로 잘 표현된 거 같다고.

“시즌2 시작할때 고석만 보좌관의 묘를 닦아주면서 바라보는 장면이 있어요. 대사는 없지만 윤혜원이 장태준 의원의 행동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거든요. 그 모습을 아프고 슬프게 바라봐요. 언어적인 표현이 아니더라도 윤혜원이 장태준 의원이라는 사람의 행적을 함께 아파하고 있고, 감정을 공유하려고 하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그 장면을 화면으로 볼 때도 울컥하더라고요”

현재 첫 주연 영화 ‘너의 여자친구’ 무대인사와 드라마 차기작 ‘모범형사’ 촬영으로 바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이엘리야. 끝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를 물었다.

“김갑수 선배님을 보면서 오랜시간 연기를 해온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물리적으로 오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도 연기를 할 때 가슴이 뛰고 설렐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갑수 선배님은 정말 열정이 대단하세요”

사진=킹콩by스타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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