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이란 책이 누적판매 100만부를 넘기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뭐든지 인기가 있으면 좋고 싫음으로 나눠지지 않나. 온라인상에서는 뜨거운 장외 열전이 펼쳐졌다. 마치 누가 더 잘났다는 것처럼 성 대결이 오갔다. 하지만 10월 23일 개봉하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면 ‘비공감’에 쉽게 클릭하기 어려울 것이다.

# 1PICK: 83년생 정유미가 82년생 김지영으로...

참으로 어려운 출연 결정이 아닐 수 없었다. 누가 봐도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던 정유미였다. ‘82년생 김지영’은 제목만으로도 수많은 논쟁을 낳았다. 하지만 정유미는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그의 말대로 ‘82년생 김지영’은 세상에 꺼낼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였다. 책과 비교하기 보다는 하나의 영화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김지영을 연기한 정유미는 그 나이에 맞는 여자, 엄마, 아내, 며느리의 삶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화장기 없는 얼구, 부스스한 머리, 이런 건 평범한 사람을 표현하는 데 기본적인 것이지만 정유미는 그 이외의 것들도 디테일하게 연기하며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가장 좋았던 건 정유미의 표정에서 감정의 폭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명히 슬프고 힘들텐데 그는 감정을 억누르는 표정을 짓는다. 그 답답함이 오히려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 2PICK: ‘김지영’의 사람들이 주는 공감과 위로

이 영화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 지영의 아내 대현 역을 맡은 공유는 적은 분량에도 김지영의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가 연기한 대현이 김지영과 상반되는 상황이었다면 영화 자체가 무너지지 않았을까. 공유는 이렇게 중요한 대현이란 캐릭터를 마치 관객의 입장에서 김지영의 상처를 눈빛만으로 쓰다듬어주듯 쳐다본다.

여기에 지영 엄마 미숙 역을 맡은 김미경, 외할머니로 특별출연한 예수정, 김팀장 박성연 등 뿐만 아니라 동생 지석 역의 김성철, 아빠 영수 역의 이얼 역시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82년생 김지영’의 보편적인 이야기에 힘을 더한다.

# 3PICK: 논란, 그게 뭐죠? 누구나 보면 공감되는 우리의 이야기

‘82년생 김지영’이 영화로도 논란되지 않을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이미 한번의 파도가 쳤기 때문에 뒤따라오는 파도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82년생 김지영’을 완전히 무시할 이유가 있을까. 이 영화는 현실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겼다.

화장실 몰카, 맘충, 산후우울증, 육아휴직 등 뿐만 아니라 이런 사회적인 이슈들이 현실에서 그려지는 상황까지 보는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다만 ‘이 정도면 괜찮은데...’하는 것보다 더 나아가 상황을 극적으로 보이게 하는 몇몇 장면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2년생 김지영’은 여자들만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빠, 남편, 남자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있다. 특히 공유가 제작보고회 때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감사하다고 했다”는 말이 충분히 공감될 정도로 이 영화는 이 세상의 엄마들에게 헌사를 바친다. 

남녀의 대결이 아닌 오히려 세대간의 문제, 이 사회의 구조를 꼬집는 듯한 ‘82년생 김지영’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른 채 살았던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한다. 러닝타임 1시간 58분, 12세 관람가, 10월 23일 개봉.

사진=‘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