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겨울 관객들의 흥미를 톡톡히 자극할 ‘루시드 드림’(감독 김준성)이 오늘(15일)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얼굴을 드러냈다. 자각몽이라는 흥미진진한 소재는 물론, 고수 설경구 강혜정 등 영화팬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흥행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루시드 드림’은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 기자 대호(고수)가 3년 전 계획적으로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루시드 드림(자각몽)을 활용, 과거의 기억으로 가 범인의 단서를 추적하는 스토리를 담았다. 관심을 끄는 소재인 만큼 장르 쾌감에 신경을 집중하며 극적 재미를 키웠지만 장단이 확실하다.

 

의문을 해소하는 ‘꿈’ 속 추격

‘루시드 드림’은 기억 추적 SF 스릴러라는 생경한 장르를 표방한다. 긴 장르 명칭처럼 아들과의 애틋한 감정부터 유괴로 인한 좌절, 자각몽을 활용한 범인 추적이 초반부에 정돈되지 못한 채 어지럽게 펼쳐져 몰입이 쉽지 않다.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개입하는 우연, 대호의 상황에 대한 조력자들의 과몰입 역시 납득하기 쉽지는 않다. 다소 얼렁뚱땅 넘어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다.

 

서사의 이음새보다 이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인공과 악인의 다툼이 아슬아슬하게 대략 51:49로 펼쳐져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대호의 상황은 절대 승리할 수 없는 일방적 패배 위기에 봉착해 있다. 범인에 대한 어떤 단서도 없이, 마냥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닌다. 가능성이 0%에 수렴하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대호가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명백히 없다. 그러나 ‘루시드 드림’은 불가능에 가능성을 더하려 한다. 바로 우연히 도달한 ‘꿈’을 통해서다.

얼핏 꿈이라는 소재는 서사를 쉽게 풀어내려는 게으른 방법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 속 어떤 배경도 통하지 않는 꿈속에서 벌이는 추격, 다툼은 아쉬운 서사에 일면 “그럴 수 있다”는 납득을 전한다. 극 중 꿈을 해킹하는 디스맨(박유천)이 “꿈속에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한다”는 말처럼, 우리는 꿈에 대해 어떤 일이든 능히 해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덕일지도 모른다.

물론 ‘루시드 드림’의 스릴러 서사는 아쉬움이 짙다. 꿈과 현실의 이음새는 매끄럽지 못하고, 비현실적 화술에 극의 서늘함은 반감한다. 하지만 이 아쉬움을 꿈 판타지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작품의 오락적 요소를 나름 부각시킨다. 더불어 허전한 스릴러 감각을 '기억 추적 SF 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쾌감으로 채워낸다.

 

빛나는 설경구의 명품 존재감

고수 강혜정 박인환 등 명품배우가 총출동하는 ‘루시드 드림’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는 캐릭터는 대호를 돕는 베테랑 형사 방섭 역의 설경구다. 3년 째 진전이 없는 유괴사건을 미제 사건으로 넘기라는 윗선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대호를 향한 연민으로 수사를 포기하지 않는 인물이다. 아들을 잃은 대호와 아픈 딸을 둔 방섭은 ‘부성애’를 접점으로 교감하며 작품에 애틋함을 더한다.

이미 ‘공공의 적’ ‘감시자들’ 등에서 멋진 형사 연기를 선보이며 ‘국가대표 형사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그는 이번에도 역시 중후한 눈빛, 애절한 연기력으로 작품에 힘을 싣는다. 또한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대호의 부성애에 얹혀 다른 궤의 부성애를 밝히며 서사 진행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부드러움과 카리스마, 투페이스를 유려하게 소화한 설경구의 존재감은 엔딩 크레딧 후에도 기억에 각인 된다.

러닝타임 1시간41분. 15세 관람가.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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