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만 바라보고 한주를 버텨온 사람들처럼 이날을 바라보며 몇 달을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운 가족과 친구들이 모이는 명절이 있어 시작부터 들뜨는 9월.

반가운 사람들이 모여들어 이야기도 풍성해지고 여유와 즐거움마저 풍성한 9월의 제주에서 지꺼진('즐겁다' '기쁘다'는 의미의 제주어) 시간을 만들어보자. 

사진=신풍리 잔치마을

잔치 잔치 열렸네, 어멍아방 잔치마을, 신풍리

제주의 자연 풍광에 농촌체험을 더하는 팜스테이가 꾸준하게 발전 중이다. 도내 팜스테이 마을 중 한 곳인 신풍리는 마을로 향하는 길부터 예술인데다 고망낚시체험, 돌담쌓기, 집줄놓기 등 제주 문화 중에서도 전통이 살아있는 독특한 체험이 가능하고 마을 농산물을 이용한 손두부나 낭푼비빔밥도 맛볼 수 있어 특별하다.

뿐만 아니라 세계중요농업유산인 밭담, 4.3당시 쌓아 올린 마을성담, 포제단과 전설품은 연못들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언제든 자식들이 찾아올 수 있게 방을 비워두는 부모님처럼 언제 손님이 와도 묵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마련한 어멍아방잔치마을의 따뜻하고 넉넉한 인심이 가을로 가는 길목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 연휴, 추석맞이 전통체험 한마당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 연휴, 집에서 뒹굴거리고 쉬기만 했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알차게 보내보는 건 어떨까. 제주목관아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과 제주민속촌 등이 명절을 맞아 전통문화 행사를 마련한다. 투호나 윷놀이, 제기차기와 팽이치기 같은 민속놀이 한마당은 물론, 전통 놀이 기구를 직접 만드는 체험과 민속놀이 경연을 하는 곳도 있다.

사진=녹남봉

포근하게 감싸 안아 더 아름다운 녹남봉

올레 12코스의 경유지이자 대정읍 신도 1리에 자리 잡은 녹남봉을 가려면 신도 1리 사무소에 주차한 뒤 걸어야 한다. 걷는다는 말에 벌써 눈살부터 찌푸리는 당신, 괜한 걱정은 노! 오름 분화구까지 10분이면 충분하고 큰 경사도 없다니 도전할 만하다.

지나는 올레꾼들의 휴식을 위한 배려일까? 누구나 가볍게 산책이나 체력단련을 하기에 알맞을 만큼 작은 오름은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좋지만 굼부리를 가득 채운 꽃으로 더 유명하다. 꽃이 지기 전에 찾는다면 형형색색 화사한 백일홍 군락을 만날지도 모른다. 마을과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일본군 진지동굴도 있다니 풍경만 감상하기보다 잠시나마 제주의 아픈 역사도 돌아보는 건 어떨까.

 

올레를 걷다 만난 보석, 남주 해금강, 월평포구

20개가 넘는 올레코스 중 단연 많은 사랑을 받는 올레 7코스. 그 길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지났겠지만 멈춰본 이는 드문 곳들이 있다. 그런 숨은 보석 같은 비경 하나는 남주 해금강이다. 외돌개와 황우지 해안 선녀탕에 가려 빛을 못 본 이곳은 원래 동너븐덕이라는 이름을 가진 너른 바위 일대로 멀리 신선바위와 문섬, 범섬, 섶섬을 두고 새연교도 바라볼 수 있는 명소다.

보석 같은 비경 두 번째로 월평포구가 있다. 언덕사이에 들어앉은 이곳은 작은 배 대여섯 척이 쉬어갈 만큼 작지만 차분하고 수수한 모습으로 마음에 안기는 평안이 크다. 포구 뒤편 바다는 아는 사람은 아는 스노클링 명소이자 낚시꾼들에게도 좋은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고소하고 고마운 그 맛, 제주의 콩과 된장

제주에선 냉국에도 된장을 풀고 심지어 수박도 된장에 찍어먹는 특이한 풍습(?)이 있다. 하지만 놀랄 것 없다. 문화에는 분명 그만한 사연이 있다. 척박한 땅에 농사짓기 어렵던 그 시절의 제주 사람들에게 잘 자라준 콩을 보존하기 위한 방법으로 된장은 필연이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찬물에 후르륵 된장을 풀어 냉국을 만들고 우영팟의 푸성귀와 함께 쌈밥을 먹을 수 있었기에 콩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이 스며있는 섬 제주. 제주의 콩으로 만든 고소하고 진한 두부와 콩국수도 맛보고 전통 장 체험을 할 수 있는 팜파티에서 제주의 된장과 각종 친환경 재료가 더해진 건강한 쌈장 만들기까지 제주의 콩을 고루 맛보고 체험하는 시간을 마련해보자.

 

제주, 예술의 영감이 되다...에이피맵(APMAP) 2019

보기만 해도 힐링이라는 녹차밭 명소에서 예술 작품도 만나는 특별한 경험은 어떨까. 국내의 역량 있는 신진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현대미술 프로젝트 ‘에이피맵 2019’는 15팀의 젊은 작가와 건축가가 요모조모 뜯어본 제주 그 자체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집줄을 이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제주인의 모습이 양 끝에 서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조형물이 되고 고된 물질 뒤 해녀들이 휴식을 얻던 해녀불턱에서 영감을 받아 쉼을 얻는 벤치가 탄생했다.

제주 곳곳에서 만나는 산담의 조형미와 의미를 재해석하는가 하면 제주만의 어로 방식인 자리돔테우가 트램펄린 놀이로 새로 태어났다. 이제 녹차의 파릇한 향을 음미하는 동시에 제주인들의 삶이 그대로 투영된 작품들을 살펴보는 맛이 더해질 것이다. 전시는 9월 22일까지 진행되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넘치는 흥으로 온 섬이 들썩들썩, 9월 제주축제들

축제 없는 제주를 상상할 수 있을까. 9월의 제주에는 흥겨운 축제가 계속된다. 가요제나 거리퍼레이드는 기본, 칠머리당영등굿, 소망기원굿과 제주어 말하기 대회, 맨손 고기잡기 등 각종 프로그램이 마련된 산지천 축제부터 마을 전통문화와 자랑거리 담은 마당놀이, 지역 동아리 경연, 각종 문화 체험이 있는 서귀포 칠십리 축제가 열린다.

재즈와 팝, 포크와 알앤비, 마술 등 다양한 장르의 버스킹 공연이 펼쳐지는 누웨마루 버스킹 페스티벌에 제주의 전통문화 밭담을 테마로 다양한 체험과 걷기 행사가 있는 제주 밭담축제도 마련됐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축제로 제주가 한바탕 들썩인다.

사진=제주 자동차박물관

온 가족이 즐겁다...세계 자동차&피아노 박물관-제주 조각공원

아이들보다 아빠가 더 좋아한다는 자동차박물관에 찾아온 또 하나의 볼거리! 피아노박물관이 추가로 문을 열었다. 시대 흐름에 따른 피아노의 역사도 살피고 블링블링한 금빛 피아노와 조각가 로댕이 만든 피아노도 만나볼 수 있는 곳. 관람 뒤 어린이 교통 체험장에서 우리 아이 생애 첫 면허증을 만들고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근처에 있는 조각공원으로 향하자.

곶자왈 숲에 둘러싸인 너른 공원은 무려 3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돌담과 어우러진 유명 작가의 작품을 보며 오솔길과 뮬리 정원을 느리게 걷다 보면 온 가족의 즐거움과 예술적 감각은 절로 올라갈 것이다. 세 가지의 산책 코스 중에서 골라 걸을 수 있는 데다 감성사진용 피크닉 세트와 추위 타는 일행을 위한 담요 대여도 가능하다고.

 

낮부터 밤까지, 도심에서 마을로...야밤버스 & 팜팜버스 시즌4

낮의 제주 시티투어 버스를 타본 사람이라면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차례다. 제주 도심 명소를 한 번에 묶어 밤의 진한 매력을 담아낸 야밤버스는 이호테우등대, 동문재래시장 등 가까운 도심 명소를 돌며 특별한 추억을 전한다. 야밤 DJ가 진행하는 음악프로그램에 해안도로 잔디밭에서 펼쳐지는 거리공연과 밤바다 피크닉, 감동사연 이벤트와 전문가가 찍어주는 사진까지 그야말로 실속 구성에 벌써부터 대박 예감이다.

도심보다 좀 더 느긋하고 한적한 마을 여행은 팜팜버스로 가능하다. 마을 사람들의 안내에 따라 제주 농어촌의 이색 체험을 묶어 놀고 먹고 배우는 꽉 찬 버스투어가 있다는 것도 알아두면 쓸모 있다. 이번 시즌에는 6개 마을이 함께하는데 9월에는 교래리, 의귀리, 하도리를 만날 수 있다.

사진=오메기떡

잔칫집의 필수요소, 즐거움을 더해주는 전통 떡 3종

어렵던 시절, 척박한 환경 안에서도 맛을 향한 제주인의 아이디어는 샘솟았다. 지금의 화려한 간식 문화에 못 비길지 몰라도 심심한 듯 담백한 그 맛에 진득함이 있다. 제주의 잔칫날과 명절 차례상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던 전통 떡 3총사를 소개하자면 먼저 기름떡이 있다. 익반죽한 찹쌀가루를 별 모양으로 구워 설탕을 뿌린다. 또 제주산 메밀과 무가 빙글빙글 돌아서 빙떡, 술을 빚다 남은 오메기 반죽이 떡으로 발전한 오메기도 떡도 유명하다.

사서 먹어도 좋지만 직접 만들어 먹으면 추억이 생겨 더 좋다. 마을공동체가 운영하는 카페에선 오메기 떡을,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드리는 카페에선 빙떡과 기름떡을 만들어볼 수 있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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