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개최되는 제5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각양각색의 음식문화와 삶을 만날 수 있는 올해의 추천작을 공개했다.

올해 서울국제음식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총 29개국 67편의 작품들은 세계 각국 각양각색의 음식문화와 그만큼이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개막작 '푸드 파이터: 먹거리를 구하라'를 필두로 한 영화제의 프로그램은 4개의 상설 부문과 2개의 특별전까지 모두 6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그 중 황혜림, 원윤경 프로그래머가 놓치기 아까운 10편의 추천작을 정성스레 엄선해 소개한다.

‘새로운 맛의 발견’은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신작과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음식영화를 소개하는 부문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선댄스영화제 등에서 상영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에이브의 쿠킹 다이어리'(감독 페르난두 그로스테잉 안드라지)는 열두 살 소년 에이브의 성장 이야기다. 이스라엘인 엄마와 팔레스타인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고 부모님은 에이브를 종교 없이 키웠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에이브에게 유대교 또는 이슬람교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그러던 중 에이브는 퓨전 요리가 특기인 브라질 셰프 치코를 만나게 되고 어떻게 음식을 조화롭고 맛있게 섞어 만들 수 있는지 배운다. 추수감사절 저녁에 자신의 다양한 뿌리를 모두 반영한 여러 요리를 준비하는 에이브. 가족들은 에이브의 요리를 통해 기나긴 싸움을 끝내고 화목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오랜 세월 지속된 민족 갈등을 한 가족 안에서 다루면서 함께 나누어 먹는 음식과 사랑의 힘을 보여주는 따뜻한 성장 영화로 올해 선댄스영화제 상영작이다.

'이만큼이면 충분해'(감독 프란체스코 팔라스키)는 따뜻한 코미디 영화다. 주인공 아르투로는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가진 셰프지만 욱하는 성질로 싸움을 하고 구치소까지 다녀왔다. 사회봉사 명령으로 자폐 청소년들을 위한 센터에서 요리 수업을 하게 된 아르투로는 요리에 타고난 재능과 절대 미각, 그리고 요리에 대한 열정까지 모두 갖춘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스무 살 청년 귀도를 만난다.

귀도가 토스카나에서 열리는 청년요리대회에 참가하면서 아르투로가 멘토로 동행하게 되된다. 매사에 진지한 청년 귀도와 성질 급하고 분노조절 못 하는 아르투로, 생각도 성격도 다르지만 음식에 대한 진실한 마음만은 통하는 둘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았다.

부문 ‘지속가능한 밥상’은 먹거리 위기부터 산업형 농업과 공장식 축산 및 낭비되는 음식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먹거리와 음식문화를 생각하는 작품들을 소개하는 부문이다. 총 3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감독 크리스토퍼 퀸)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등의 소설로 잘 알려진 미국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명 논픽션을 토대로 하는 이 작품은 공장식 축산의 문제를 파고드는 다큐멘터리다.

‘우리가 먹는 달걀과 유제품, 고기는 어디서 오는가’ 하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영화는 농업과 우리가 먹는 방식을 본래대로 되돌리고자 애쓰는 농부들의 이야기를 통해, 환경을 오염시키고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며 동물 학대를 방조하도록 했던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모색한다.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할리우드 스타 나탈리 포트먼이 제작에 참여해 더욱 화제를 모았다.

‘슈퍼푸드의 이면’(감독 앤 신)은 슈퍼푸드의 세계화라는 거시적인 문제를 조명한다. 매년 세상에는 새로운 ‘슈퍼푸드’가 등장하고, 놀라운 영양성분과 효능을 자랑하며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곤 한다. 영화는 슈퍼푸드 이면의 사실과 신화를 파고들면서, 슈퍼푸드 산업이 세계 곳곳의 농어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탐색하는 장편 다큐멘터리다.

볼리비아, 에티오피아, 필리핀, 그리고 캐나다의 하이다과이 등 4개 국가에서 촬영된 영화는 각지의 멋진 풍경과 함께 그곳에서 살아가는 농어민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셰프의 스페셜’ 부문은 세계적인 셰프들의 요리세계와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영화들을 선보인다. 서울국제음식영화제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셰프 다큐’ 영화들을 모았다. 그중 ‘셰프 펑키의 특별한 파스타’(감독 갭 태러불지, 알렉스 이매뉴얼)은 파스타에 미친 셰프의 이야기를 담는다. 에반 펑키는 직접 손으로 반죽하고 모양을 빚어 만드는 수제 파스타로 유명한 셰프였다.

갑자기 레스토랑 문을 닫고 업계에서 사라졌던 그가 몇 년 만에 다시 나타나서 복귀를 준비한다. 캐나다의 레스토랑 그룹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그에게 파스타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 이탈리아 볼로냐의 파스타 장인을 다시 찾아가 초심을 다진다. 과연 새 레스토랑은 그의 바람대로 과거의 실수를 만회할 만큼 성공할 수 있을까?

‘오!? 미쉐린 스타’(감독 라스무스 디네센)는 미쉐린 가이드의 위대함과 결점을 탐구한다. 영화는 바로 이 시점에서, 미쉐린 스타를 획득한 셰프들과 레스토랑들을 찾아 다니며 그들의 일상을 깊이 있고 진실되게 담아내려 노력한다. 아름답고 창의적이고 역동적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현실감각이 필수적인 레스토랑 업계를 향한 애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2017년 산세바스티안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서울국제음식영화제는 2016년 프랑스, 2017년 이탈리아, 2018년 스페인 등 영화와 요리에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국가를 선정하여 매해 특별전을 선보여왔다. 올해는 호주의 삶과 문화에 대해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특별전 2019: 호주의 맛'을 기획했다.

‘호주 와인 혁명’(감독 스티븐 올리버)는 잘 알지 못했던 호주 와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1970년대만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호주 와인이 불과 40여 년이 지난 지금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까지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다큐멘터리. 와인 제조자, 와인 마케터, 와인 평론가, 그리고 와인을 즐기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

‘무슈 마요네즈’(감독 트레버 그레이엄)는 지난 2017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상영작. 멜버른에서 성장한 예술가 겸 영화감독 필리페 모라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부모님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을 만들기 위해 떠난 여정에서 아버지가 독일에서 태어났고 비밀리에 프랑스 레지스탕스를 위해 일하며 “무슈 마요네즈”라는 암호명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버지의 삶에 대해 더 알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그는 아버지가 전설적인 마임의 거장 마르셀 마르소와 함께 나치로부터 아이들을 구출해냈으며 그 과정에서 바게트와 마요네즈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국영화 100주년 특별전: 영화로 만나는 한국 사회와 음식문화'는 제목 그대로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하여 1950~1990년대 한국영화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 사회와 음식문화를 돌아보는 특별전이다. ‘쌀’(감독 신상옥)은 한국전쟁 후 사회상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상이군인인 차용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무주 구천동 산골짜기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용의 고향은 대부분이 메마른 황무지로 논이 없어 늘 쌀 부족에 시달린다. 아버지가 죽은 후 용은 가난을 벗어나겠다는 일념 아래 논을 일구기로 결심한다. 바위산을 뚫고 금강과 연결되는 수로를 만들 계획을 세운 용은 마을 사람들과 힘을 모으고 관청에 보조금을 요청한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선거를 핑계로 지원을 미루고, 산을 뚫는 공사에 동조했던 마을 사람들은 고된 노동에 쓰러져 간다.

‘삼공일 삼공이’(감독 박철수)는 1995년작으로 여성의 몸과 욕망, 심리에 대한 통찰을 담은 작품. 새희망바이오아파트 302호 주민 윤희는 여성잡지에 성에 관한 글을 쓰는 자유기고가다. 거식증으로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하는 윤희에게 301호로 이사 온 새 이웃 송희가 요리를 들고 찾아오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음식을 만들어 나르는 송희와 어떤 음식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토하는 윤희. 갈등을 겪던 둘의 관계는 서로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달라진다. 거식과 폭식이라는 섭식 장애를 통해 여성의 몸과 욕망, 심리에 대한 사회적 통찰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에도 현대적인 문제의식이 돋보인다. 

서울국제음식영화제는 오는 9월 6일부터 11일까지 6일간 서울남산국악당, 대한극장에서 개최된다.

사진=서울국제음식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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