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되지 않았던 역사를 수면 위로 꺼내든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이 베일을 벗었다. 책임감을 지니고 영화 촬영에 뛰어든 감독과 배우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달됐다.

21일 압구정CGV에서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이하 ’장사리‘)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메간 폭스를 비롯해 배우 김명민, 김인권, 곽시양, 공동 연출을 맡은 김태훈 감독, 곽경택 감독과 학도병단으로 분한 기대주 김성철, 이호정, 장지건, 이재욱이 참석해 영화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학도병 분대장을 연기한 최민호는 군복무 중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평균나이 17세, 훈련기간 단 2주의 772명 학도병들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투입됐던 장사상륙작전을 그린다.

먼저 곽경택 감독은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곽 감독은 “처음 계획 단계 때부터 참여하진 못했지만 제의를 받고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아버지였다”면서 “평안남도 출신의 아버지가 고생하며 자식들을 키운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듣고 자랐다. 남북이 갈라진 현 상황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던 중 장사상륙작전 이야기를 접하고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태훈 감독 역시 “인천상륙작전 뒤에 가려진 장사상륙작전에 대해 알게 됐을 때 매력을 느꼈다”고 참여 계기를 밝히고 “곽경택 감독님과 공동으로 연출하게 돼 큰 영광”이라고 공동연출의 소감을 전했다.

’장사리‘는 김명민, 김인권, 곽시양이라는 쟁쟁한 배우들을 비롯해 할리우드 배우 메간 폭스가 출연한단 소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유격대 리더인 이명준 역할을 맡은 배우 김명민은 영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장사리 전투에 대해 많이 들어왔는데 어디서도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지 않았다. 중요한 전투와 (연기하게 된) 이명준 대위가 사람들에게 묻힌 데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한 “감독님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작전에 대해 알리고 싶어져 참여하게 됐다. 이명준 대위가 리더로서 느꼈던 고충이 와닿은 것을 비롯해 여러 가지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의미 있는 영화게 출연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제작보고회 등장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낸 메간 폭스는 ‘장사리’에서 6.25전쟁을 세상에 알렸던 전설적인 종군기자 메기를 연기한다. 한국영화 첫 출연이자 역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도 처음이라고 밝힌 메간 폭스는 “이제까지 다양한 CG가 등장하는 영화에 참여하곤 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중요한 사건을 다룬 이번 영화에 어느 때보다 진지한 마음으로 임했다”고 막중했던 책임감을 밝혔다.

지난 1월 촬영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메간 폭스는 “한국이 영화를 만드는 방식에서 특별한 점을 발견했다"며 "촬영과 동시에 편집이 이뤄진다. 어떤 신을 촬영한 뒤 다음 신 촬영을 준비하는데 방금 전 촬영한 것을 편집하고 있었다. 다른 어떤 곳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혁신적인 영화 작업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에서 항상 좋은 시간을 보내곤 한다. 한국영화를 좋아하는 만큼 다음 기회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장사상륙작전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알아야 하고, 알려야 하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는 감동적인 소신을 전해 연기변신에 기대를 모았다.

전쟁영화다 보니 현장이 순탄하지 않았을 거란 점이 짐작된 가운데 모든 배우들은 촬영 분위기와 케미를 극찬해 이목을 끌었다.

김명민과 함께 유격대를 이끄는 박찬년 역을 맡은 곽시양은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그리는 영화다 보니 감독님, 선후배님들과 함께 엄숙한 동시에 한편으론 즐거운 촬영 현장이었다“고 전하며 ”학도병 친구들이 똘똘 뭉칠 수밖에 없었던 게 (실화에) 772명의 희생이 있었고, 그 마음을 가지고 촬영했다. 힘들기도 했고 다치기도 해서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학도병들을 부단히 챙겨주는 일등 상사 류태석을 연기한 김인권은 “학도병들은 실제 전쟁에 참여한 친구들 같았다”면서 “정말 끈끈한 우정을 보여줬다. 영화 속 관계 이상으로 심하게 친해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로 친했다”고 학도병을 연기한 배우들의 합에 부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자 김태훈 감독은 “겨울에 촬영해서 시기적으로 따뜻하거나 시원한 곳에서 할 수 없었다”며 “촬영 로케이션도 평탄하지 못한 곳에서 진행했지만 그럼에도 배우, 스탭들이 환상의 케미를 보여줘 큰 사고 없이 일정 내에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학도병 기하륜을 연기한 김성철은 “현장에 빨리 오거나 남는 시간에 공기, 땅따먹기 같은 소꿉놀이를 같이 했다”면서 “전에 실제 전쟁에 참여한 학도병들이 이렇게 놀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고 캐릭터에 푹 몰입한 면모를 드러냈다.

영화 제작시 주안점을 뒀던 부분에 대해 곽경택 감독은 “큰 액션이 있는 전쟁영화를 하다 보면 감독으로서 새로운 샷이나 영화적 입문법을 도전해보려는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고민하다가 김태훈 감독, 촬영감독과 상의를 했는데 스타일보단 현실감 있게 가자고 결정했다. 현실 상황에 놓인 것처럼 다큐멘터리처럼 찍는 방식으로 정했다”고 스타일을 귀뜸했다.

이어 영화를 만들게 된 소감에 대해 “현장에서 혼자 걸으면서 ‘나는 여기서 영화를 찍고 있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생각하곤 했다”며 “‘그 분들은 얼마나 힘든 삶을 보냈나’ 떠올리면서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찍었다”고 밝혔다.

영화를 관객들에 선보이는 소감으로 김명민은 “잊힌 영웅들에 대해 상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학도병들에 대해 마음속으로 기리는 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거듭 영화를 통해 역사를 알리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이 자리를 빌어 선후배분들, 772명의 학도병으로 분한 보조 출연자들, 저체온증과 손가락이 찢어지면서까지 촬영해줘 진심으로 감사하다. 메간 폭스에게도 감사하다”며 “70여 년 전 장사리에서 잊혀진 영웅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경의를 표한다”고 해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여성임을 숨기고 오빠 대신 입대한 학도병 문종녀를 맡은 이호정 역시 “잊어서는 안 되고 기억해야 할 영화라고 생각한다. 많은 응원과 기대 부탁드린다”는 바람을 예비 관객들에 전했다. 김인권은 “전쟁영화는 다른 영화보다 2~3배 이상 고통이 따르는 작업이다. 알게 모르게 부상도 많았다. 그만큼 치열하게 촬영했고 그 마음이 전달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오는 9월 2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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