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배우가 된 배성우를 보는 게 관객입장에서는 조금 불행하다. 배역의 크기가 커진만큼 다작요정, 흥행요정으로 불리던 그를 볼 수 있는 작품의 수가 줄었기 때문. ‘안시성’ 이후 1년만에 첫 주연 영화 ‘변신’(감독 김홍선)으로 관객들과 관객들과 만남을 준비하고 있는 배성우를 만났다.

“자막에 제 이름이 먼저 뜨니까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과 이야기도 더 많이 나누게 되고, 공포물도 먼저 찾아보게 됐어요. ‘컨저링’ 시리즈도 봤는데 공포영화 메커니즘을 알게 되니까 이제 별로 안 무섭더라고요. 어떻게 장치를 했을까 생각하면서 보게 되니까요. 사실 무서운 게 싫어서 일부러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배성우는 ‘변신’에서 세 명의 조카를 둔 삼촌이자 구마 사제인 ‘중수’ 역을 맡았다. 엑소시즘 등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많아지면서 ‘검은 사제들’ 강동원, ‘손 the guest’ 김재욱, ‘사자’ 박서준 등 많은 배우들이 사제복을 입고 연기를 펼쳤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중수가 더 시니컬한 캐릭터였어요. 수정되는 과정에서 조금 더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휩싸여있는 사제로 바뀐 거죠. 바뀐 대본 안에 잘 들어가야 하니까 걱정도 많았고, 노력도 많이 했어요. 다른 분들이 연기한 사제 연기? 보기는 봤어요. 한국 공포영화는 잘 보게 되더라고요. 공포영화지만 마냥 무섭게만 하는게 아니라 은근히 재미도 있고, 어떤 부분에서는 위트도 있잖아요. (다른 작품과) 성격이 다른 사제여서 ‘아, 삼촌이구나’ 생각하게 됐죠”

당연히 사제복만 갖춰입는다고 캐릭터가 완성되는 건 아니지만, ‘변신’에서는 배성우가 직접 라틴어로 성서를 읽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소화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는 말에 배성우는 “신기하고 재미있더라고요”라고 전했다. 

“사실 라틴어는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라틴어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계셨거든요. 저는 따라가면서 외우면 되는 거니까요. 그 선생님은 거꾸로 발음하는 부분도 본인이 만드셔야 하니까 많이 어려우셨을 거 같아요. 알고보니까 신학을 공부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왜 사제가 안 됐냐고 여쭸더니 ‘거룩하지 않아서’라고 하셨어요. 신학과 학생들끼리 자주하는 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대사에 넣자고 제안했어요. 약간의 위트를 섞은 말이기도 하니까요”

배성우는 거듭 중수 캐릭터를 사제보다는 삼촌에 비유했지만, 공포영화 특성상 주인공인 그에게 비장함을 요하는 장면이 찾아올 수 밖에 없었다.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멋진 장면에 그는 “저는 멋부리는 연기를 싫어해요”라고 고백했다. 

“연기하면서 멋부리는 걸 굉장히 싫어해요. 의도가 보이는 순간에 재미가 없어지잖아요. 그렇게 연기하면 관객의 머리로 들어간다고 생각하거든요. 관객들 가슴으로 들어가야 웃기던 슬프던 하잖아요. (비장한 장면에서) 자세가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정서적으로 설득을 해야겠다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어요. 영화를 보신분들은 ‘도깨비냐’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공포영화를 기본 골자로 하지만 일반적인 빙의 소재도 아닌데다, 장르적인 설정이지만 사제복을 입고 판타지에 가까운 이야기를 그리다보니 여러모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변신’. 여기에 엔딩크레디트에 가장 첫 번째로 이름을 올리는 작품이니 중압감이 느껴질듯 싶었다.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특히 이번 영화는 가족극처럼 다같이 끌고 가잖아요. 작품 하나에 분량이 많아지니까 그 전에는 다작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게 이제 한 작품에 축약된 거죠. 제가 2014년에 영화를 많이 찍었어요. 그때는 여러편을 찍을 수 있는 분량이었으니까요. 그때는 오히려 ‘너무 많이 하는거 아닌가' 고민을 했어요. 친한 선후배들이랑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아직은 많이 찍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재작년같은 경우는 ‘안시성’ 한 편만 찍었어요. 나중에 ‘라이브’(Live)랑 겹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배성우는 올해 안으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다시 한번 더 관객들에게 인사를 할 예정. 비록 예전만큼 다작을 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깊어진 감수성과 입체적인 캐릭터로 또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끝으로 배성우에게 배우로서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에 대해 물었다.

“나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따로 해보지는 않았어요. 연기가 어떻게 보면 취미같기도 해요. 취미가 따로 없거든요. 연기로 좋은 감정을 표현했을때 굉장히 신나고 재미있는 부분이 커요. 이 일 자체가 즐거워요. 스트레스는 어떤 직업이든 받는 거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작품마다 차별성을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부분이 있어요. ‘다르다’는 기준은 어차피 제 안에서 나오는 거지만요. ‘배성우한테 저런 면이 있어’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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