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길을 터주고, 멀쩡한 조선 하늘에 분홍 꽃비가 내리고 거대 불상이 등장한다. 실로 믿기 힘든 이야기들이다.

수양대군이 자신의 동생을 죽이도 조선의 제 7대 임금 세조로 재위한 시절. 실제 세로실록에는 40여건의 기이한 현상들이 기록돼 있다. 상상을 뛰어넘는 이 기이한 현상들을 김주호 감독은 영화적으로 풀어냈다. 그게 바로 '광대들: 풍문조작단'(이하 '광대들')이다. 감독의 상상력은 영화에 화려하게 펼쳐진다. 

# 1PICK: 손현주의 스크린 첫 사극, '풍문단'의 찰떡호흡

세조를 왕위에 세우는데 공을 세운 중심에는 조선 최고 지략가 한명회가 있다. 손현주는 뾰족 귀와 가슴까지 내려오는 긴 수염으로 권력자의 모습을 강조했다. 그의 묵직한 대사 톤으로 극을 이끈다. 마지막까지도 그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풍문단은 총 5명으로 구성됐다. 덕호(조진웅)는 저잣거리를 떠돌며 입담을 뽐내는 광대, 힘센 홍칠(고창석) 기술을 담당한다. 무녀 근덕(김슬기)은 음향, 진상은 진짜 살아있는 것처럼 그림을 그린다. 팔풍(김민석)은 어디든 잽싸게 뛰어드는 민첩성을 가졌다. 

이들은 야심 정치가 한명회(손현주)와 손을 잡고 세조(박희순)의 미담을 조작한다. 이때는 누구보다 호흡이 좋다. 자신의 기술은 뽐내는데 급급해서일까. 배우들 간의 케미는 느껴지지 않아 아쉬움을 더하기도 한다.

# 2PICK: 상상력의 기반이되는 기발한 발명품! '어마무시 스케일'

김주호 감독은 전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490만 관객)에서 서빙고 얼음을 통째로 턴다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사극에 신선함을 더하며 주목받았다. 이번 '광대들' 역시 감독의 상상력이 더해진 놀라운 발명품들이 등장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영화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은 확성기와 거대 불상, 조명기다. 풍등 또한 그 쓰임세가 신선하다. 은행나무로 만들어진 확성기는 여러 개의 나팔을 엮어 효과를 극대화했다. 주로 근덕과 이야기꾼 덕호가 사용한다.

전체 길이만 무려 48m에 달하는 불상은 금가루를 바른 원형판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대나무로 이뤄진 뼈대 안쪽에 불을 피워 풍등과 같은 원리로 띄운다. 또한 풍등은 안쪽에 불을 피운 후 연막탄과 꽃잎을 담아 하늘로 띄운다. 이게 바로 세조실록 속 분홍 꽃비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비결이다. 다만 '그 시절에 어떻게?'라는 궁금증은 남는다.

# 3PICK: 세조실록 기반 탄탄한 스토리!

영화의 시작이 역사적 사실이 담긴 '세조실록'이기에 스토리는 탄탄하다. '광대들'은 조선 최고의 지략가 한명회와 세조의 이야기에 상상력을 펼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풍문단이 세조의 미담을 조작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되는 '육신전'이 있다.

실제 한명회는 개성의 경덕궁 직을 지내던 한미한 관원이었다. 그는 책략가로 알려지며 수양대군의 눈에 들었고 후일을 도모하게 됐다. 극 중 덕호를 비롯한 풍문단은 이 같은 사실을 떠벌리듯 말하며 한명회의 '탐욕적인 모습'을 부각한다. 

또한 '육신의 충'에 담긴 진실이 퍼지지 않게 관련된 자를 모두 사형시키거나 '가짜 뉴스'가 담긴 새로운 책을 내려는 등의 모습도 담겨 흥미와 긴장감을 더한다.

다만 진지한 스토리에 코미디가 적절하게 담겨있는지는 미지수다. 클라이맥스조차도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긴장감은 없다. 이 때문인지 풍문단이 전하는 '입바른 교훈'들도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루즈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러닝타임은 108분. 개봉은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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