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위에 세워진 견고한 디자인·건축물이 관객을 색다른 감흥의 세계로 안내한다.

‘바우하우스’(감독 토마스 틸쉬, 닐스 봅스링커)는 예술과 기술의 조화를 모토로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꿈꿨던 디자인 혁명의 아이콘 바우하우스 100년과 그 신념을 이어가는 현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근대건축 거장 중 하나로 꼽히는 발터 그로피우스가 1919년 세운 독일의 예술종합학교 바우하우스는 단순하고 아름다우면서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건축, 미술, 무용, 음악 등 문화예술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설립 당시 초현실주의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 추상회화의 초석을 다진 파울 클레, 무용가이자 전위적 무대예술가 오스카 슐레머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들로 구성된 교수진은 “인간 중심 디자인의 가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바우하우스”를 추구했다. 모든 예술 분야의 인재를 키웠고, 전세계 디자인 흐름과 교육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부유하지 않아도 멋진 공간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건축, 아이들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과 공간, 신체 특성을 제대로 알고 존중하며 움직이는 무용, 가난한 동네에도 근사한 디자인을 가미해 주민들의 행복에 기여하는 도시건축 등 우리 삶을 둘러싼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바우하우스’는 현대 예술가들의 프로젝트와 전문가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타미 준의 바다’(감독 정다운)는 바람 따라 길 따라 시간의 ‘집’을 지었던 디아스포라 건축가 이타미 준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본명 유동룡)이 이방인에서 세계를 향한 울림을 전한 건축가가 되기까지의 삶을 담았다. 그는 기능만으로 구성된 차갑고 무미건조한 공간보다는 살아가기 위한 삶의 공간이 기억 그리고 시간으로 함께 채워질 집을 짓기를 원했다. 흙, 돌 등 자연에서 캐낸 원석 같은 재료로 자연과 사람, 지역과 문화를 존중하는 공간을 빚어낸 인물로 유명하다.

흙으로 빚은 벽돌로 완성한 ‘온양미술관’, 석공과 함께 작업하며 자연석으로 쌓아 올린 ‘석채의 교회’, 제주의 오름과 민가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포도호텔’, ‘엠 빌딩’ 등은 인간의 감성과 온기가 깃든 공간들로 이타미 준의 따뜻한 건축정신을 상징한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서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을 수상하며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샀다. “한 건축가의 삶과 건축물들에 담긴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 “정치와 역사가 강제했던 세상과의 불화를 자기만의 이상 실현에 매진하는 노력을 통해 조화를 구현한다” “첨예한 긴장 속에서 독특한 세계를 탄생시킨 예술가이자 투쟁가의 초상”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공간으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위대한 디아스포라 건축가의 일대기를 섬세하게 담아낸 웰메이드 다큐멘터리는 광복절인 오는 8월 15일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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