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보수주의자'로 불렸던 정두언 전 의원(62)이 16일 오후 유명을 달리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유서를 써놓은 채 나가 서울 홍은동 자택 인근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권력의 정점에 섰던 ‘킹 메이커’부터 야인까지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고인에 대해 정리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1957년 3월 6일 서울에서 운전기사인 아버지와 공사장 잡일을 하던 어머니 사이에서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전라남도 광주 출신으로, 할아버지는 일제시대 때 군수를 지냈고 아버지는 해방 후 만주에서 귀국했다. 정성태 전 신민당 의원은 먼 친척 동생이자 운전기사 역할을 하던 그의 아버지를 각별히 여겼고, 이 때문에 그의 가족은 정성태 전 의원을 큰아버지라고 불렀다.
정 전 의원은 서울 창서국민학교와 배문중학교, 경기고를 졸업했다. 중학교 때부터 팝송을 애창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으나 이를 접고 서울대 무역학과에 진학하였다. 서울대 재학 시절 록밴드 ‘스피리트 오브 1999'를 결성해 활약했다. 노래에 대한 열망은 정치인이 된 이후에도 이어져 2003년 ‘정두언과 함께 떠나는 추억의 팝송여행’, 2005년 2집 ‘두바퀴로 가는 행복’, 2009년 4집 ‘희망’을 발매하기까지 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그 뒤 특혜인 장교 복무 대신 사병으로 자원입대해 강원도 양구군 소재 부대에서 복무하고 육군병장으로 만기전역했다. 이어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행정 사무관시보에 임용됐다.
노태우 정무제2장관을 보좌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20여년 간 정무장관실, 문화체육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 국무총리 비서실 등을 거쳤다. 1987년 4월에는 4.13 호헌 결사 반대운동에 동참했다. 그해 일주일간 휴가를 내고 KBS 탤런트 공채에 응시, 최종 시험까지 합격했지만 아내와 가족들의 만류로 포기했다.
1991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2년간 연수를 받으며 조지타운 대학에서 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 뒤 국무총리 비서실로 옮겨 국무총리실 정무 비서관, 정보 비서관, 공보 비서관 등을 지냈다. 2000년 이회창 대표의 권고로 정계 입문, 서울 서대문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교통사고로 2개월간 병상에 입원했던 어느 날,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찾아와 캠프 합류를 권했다. 민선 3기 이명박 서울특별시장 당선으로 서울특별시 정무 부시장으로 임명됐고 2004년 서대문(을)구에서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후보 캠프의 선대위 기획본부장과 전략기획 총괄팀장으로 활동했다. 그해 12월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17대 대통령 당선자 보좌역을 맡았다. MB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재선했고 2010년 7․14 전당대회에서 지도부에 입성, 최고위원으로서 중도개혁과 보수혁신의 길을 주장했으며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려나며 추락을 거듭했다. 급기야 2012년 임석 솔로몬 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출두했으며 2013년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추징금 1억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해 형량을 채우고 만기 출소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우며 ‘MB 저격수’ ‘폭로 끝판왕’ 소리까지 들었던 그는 2016년 20대 총선 새누리당 공천과정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현역의원 40여 명의 이름이 담긴 공천 살생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알려줬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히면서 파문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당시 총선에서는 낙선(서대문을)했다.
균형잡힌 시각과 빠른 두뇌회전, 풍부한 국정참여 경험과 출중한 언변으로 ‘판도라’ ‘사사건건’ 등 각종 방송에서 정치평론가 겸 단골 게스트로 출연해 왔고,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에 휴전 일식집을 개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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