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주의자’와 ‘결혼주의자’간 사랑의 종착지는 결국 ‘이별’일까.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극본 권도은, 연출 정지현·권영일/이하 ‘검블유’) 속 사랑이 위기에 봉착했다.

기존 TV드라마에선 보기 드문 주체적이고 강인한 ‘신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검블유’. 포털 업계를 배경으로 하는 ‘검블유’ 세계에서 극중 1위 포털 업체의 ‘승부욕 화신’ 배타미(임수정)는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성별의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늘 당당한 태도를 견지한다. 그러나 지난 11일 방송에선 ‘비혼주의’ 배타미와 그녀와 결혼하고픈 박모건(장기용)이 결혼 문제로 대립하는 장면이 그려져 두 사람간 사랑의 결말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을 모았다.

‘검블유’ 12회에서 박모건은 배타미에게 “같이 사는 건 괜찮고 결혼은 안 되는 게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배타미는 이전 박모건에게 동거를 제안한 바 있다. ‘동거=결혼 전초전’이라고 생각한 모건에게 타미는 결혼 생각이 없다고 했고 그는 이날 쌓아왔던 불만을 터뜨린 것.

이제껏 타미에게 한 번도 가치관이나 행동을 강요하거나 관계의 주도권을 쥔 적이 없던 모건마저도 '연애의 끝은 결혼'이라 생각하고 비혼 또는 다른 선택지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 이 문제는 대화나 협상으로 극복 가능한 것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배타미는 “같이 사는 데 결혼이 필요한건 이해가 잘 되고? 우리가 함께 산다면 그건 사랑때문이고 난 그 사랑을 법과 제도로 묶고 싶지 않아. 개인의 감정의 일에 국가가 관여하는 게 싫고 그게 내 가치관이야”라고 말했고 비혼을 “선택했다”며 명료하게 표현했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가치관, 경제적 이유, 커리어 욕심 등 수많은 이유로 비혼을 택하고 있다. 결혼이 당연한 삶의 수순이라고 여기는 기성세대와 달리 2030세대에게 결혼은 하나의 선택지에 불과하다. 결혼할 생각이 없는 타미에겐 모건과 결혼에 관해 이야기해야 하는 게 무의미할 터.

또한 이 장면은 비혼 또는 ‘혼삶(혼자 사는 삶)’을 택한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자아냈다. 타미가 모건에게 “너는 네 선택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잖아”라고 말했기 때문. 아니라고 부인하는 모건을 바라보며 타미는 “나만 해명하고 있잖아 지금. 니가 결혼하고 싶은 건 해명할 필요도 없잖아. 그런데 나는 결혼을 안 한다는 이유로 지금 너한테 이렇게 많은 걸 해명하고 있잖아”라고 일갈했다.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를 모건은 설명하지 않지만 ‘비혼인 이유’를 타미는 설명해야 한다. 연애와 결혼, 출산이 ‘일반적’ 삶이라는 가치관이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그 노선에서 벗어나는 건 무엇이든 ‘일반적이지 않은’ 삶의 방식이 된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설명해야 하는 신분이 됨을 타미의 대사가 대신 말해준다. 다른 삶의 방식을 공격하거나 재단하지 않고 인정해줄 순 없는 걸까.

알콩달콩 로맨스를 싹틔워가던 타미와 모건의 사랑은 결혼 앞에서 위기를 맞았다. 불행한 가정사를 지녔기에 더더욱 '연애=결혼'이라고 여기는 남자와 결혼이라는 법 제도에 구속되고 싶지 않은 여자. 두 남녀는 현재 상태론 평행선 위에 서 있는 듯 보인다.

타미는 돌아서며 “우리는 알면서도 이 길을 선택했고 앞으로도 서로에게 미안해하겠지. 계속”이라고 이별을 암시했다. 이 드라마가 서로 다른 삶의 노선을 꿈꾸는 싱글남녀의 결합으로 '판타지'를 이룰지, 결별로 '리얼리티'를 추구할지, 아니면 결혼이 아닌 동거(배타미의 애초 제안대로)라는 선택지로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킬지 사뭇 궁금하다.

사진=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제공,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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