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선호하는 여름 휴가지 1위에 빛나는 제주. 무더위도 비바람도 이미 제주로 향한 마음을 꺾을 수 없다. 더운 날엔 시원하게, 비가 오면 운치 있게 다가서는 섬.

다양한 즐길 거리로 '모록모록(가득가득)' 찬 제주의 매력 앞에 일단 무장해제하고 무더위로 잃어버린 생기도 되찾아 오자. 제주관광공사가 소개하는 7월의 제주여행 10선을 소개한다.

1. 옛것의 깊은 아름다움, 하가리마을

무지갯빛 학교와 연꽃 만발한 연화지 사진 앞에서 사람들은 으레 하가리를 떠올린다. 호젓한 정취의 마을 안길로 들어서면 전통 올레길이 펼쳐지고 수백 년을 살아낸 폭낭이, 옛사람 손길 닿은 초가가, 마을공동체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연자방아가 보이기 시작한다. 

하나하나 쌓아올린 돌담 위로 덩굴 식물과 푸릇한 이끼가 살아가는 차곡차곡 쌓인 세월의 힘을 도시 어디에서 맛볼 수 있을까. 옛 것 위에 새로움이 입혀진 마을, 개발과 보존을 조화롭게 이어가는 돌담마을 하가리를 좀 더 깊이 온전히 알아갈 기회가 지금 열려 있다.

2. 키 큰 나무들의 푸른 환대, 장생의 숲길&상잣성 숲길

잘 가꾸어진 나무 데크도 좋지만 자연 그대로의 흙길이 그립다면 장생의 숲길으로 가보자. 빽빽하게 우거진 키 큰 삼나무를 따라 구불구불 걸어가다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서 숨을 돌려도 좋다. 함께한 이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야기를 나누는 3시간여의 탐방으로 얻는 것은 건강만이 아닐 것이다.

긴 시간의 탐방이 부담이라면 상잣성 숲길을 권한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경계 지점에 있어 섬 어디서도 1시간 내에 찾을 수 있는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안에 조성된 길 중 하나로 60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다. 잣성은 옛 우마 관리와 목장 경계용으로 쌓은 돌담을 부르는 이름인데 고도에 따라 상중하로 나뉜다. 옛 목축 문화의 유물과 함께 자연의 정기를 마음껏 받아보자.

3. 늘 함께라 외롭지 않아... 이달오름

제주 서부엔 오름계의 '탑스타' 새별오름만 있는 게 아니다. 새별오름보다 한적하면서도 나름의 매력을 뽐내는 이웃사촌들이 있으니 그중 하나가 바로 이달오름이다. 이달이촛대봉과 이달봉, 두개의 봉우리로 구성된 이달오름은 얕은 풀밭 식생을 자랑한다. 

오름을 오를 땐 오매불망 정상만 그리지 말고 시선을 낮춰보자. 키 작은 야생화들이 소담스레 방문객을 기다린다. 남쪽 벼랑 아래로는 찔레나무 사스레피나무, 꽝꽝나무가 무리지어 자연의 위용을 드러내기도 한다. 정상에 오르면 한라산을 비롯해 새별 오름, 괴오름, 북돌아진 오름 등 주변 오름을 관망할 수 있고 불어오는 바람에 잠시 숨 고르기에 더없이 좋다. 

4. 한적하고 특별한 나만의 해수욕장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은 물이 알려준다 해도 과언 아니다. 빠른 곳은 6월 말부터 늦어도 7월이면 제주의 해수욕장들이 개장하고 바다에 몸을 맡긴 채 자연의 일부가 되는 충만한 자유시간도 같이 열린다. 각종 편의 시설과 주변 상권 발달한 유명 해수욕장도 좋지만 편리한 만큼 복잡함과 소란스러움도 감수해야 한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해수욕을 원한다면 한적하고 비밀스러운 바다를 찾아가보자. 비지정 해수욕장보다 한가한 지정해수욕장도 있고 수심이 낮거나 놀이시설을 구비해 아이들이 놀기에 더 좋은 곳도 있다. 아무래도 한산한 비지정 해수욕장은 프라이빗한 만큼 편의시설이 적을 수 있고 무엇보다 안전에 소홀할 수 있으니 좀 더 주의할 것. 

5. 아찔한 체험으로 더위 물리치기, 9.81파크&제주빅볼랜드

덥다 덥다 푸념만 하다 보면 몸은 점점 더 지치고 쳐지게 마련이다. 더위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반짝 힘을 내 짜릿함에 도전해보자. 카트라고 다 같은 카트가 아니다. 인공이 아닌 자연의 중력을 이용한 그래비티 레이싱장에서 중력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긴다. 나를 넘어설 수 있는 건 오직 나! 중력 가속도는 감히 머리로 계산하려 하지 말자. 

레이스 뒤엔 잊지 말고 주행 기록과 영상도 챙기자. 중력은 커다란 공에도 작용한다. 스스로 공이 되어 데굴데굴 구르는 동안 "난 누구? 여긴 어디?" 잠시 헷갈릴지라도 확실한 한 가지는 신난다는 사실! 

6. 여행의 완성은? 면세점이지!

찍고 타고 맛보고 즐겼는데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바로 쇼핑이 빠졌기 때문이 아닐까.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의 공연과 국제 규모 행사가 열리는 중문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는 국내 최초 내국인 지정 면세점인 중문면세점이 연중무휴 운영된다. 중문면세점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 계획이 있는 내국인 여행자를 위한 곳이다. 

어른도 아이도 좋아하는 제주신화월드에서 신나게 놀았다면 제주관광공사 신화월드면세점을 찾자. 해외로의 출국을 앞둔 누구나 면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여행 뒤의 허무함을 달래줄, 혹은 사랑하는 이의 마음 녹일 선물도 ‘득템’ 가능. 참고로 두 곳에서 산 제품들은 제주를 떠나기 전 공항과 항만 인도장에서 받을 수 있으니 쇼핑은 미리미리 끝내서 손과 마음은 더 가볍게 여행을 즐겨보자.

7. 물맛 좋은 제주, 물 기반 향토기업 투어

진정한 미식가는 물맛도 감별한다. 국가대표 워터 소믈리에 대회가 있을 정도로 물맛에 예민한 우리나라에서 단연 인정받는 물이 제주에 있다는 건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맛있고 건강한 물의 탄생 과정을 직접 보는 것도 분명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물맛이 좋으면 술맛도 좋기 마련이다. 화산암반수를 이용한 69년 역사의 맑고 깨끗한 소주공장, 향토기업 한라산 소주도 자신 있게 문을 열고 호기심 많은 여행자를 기다린다. 30년의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노하우에 15년 이상의 브루마스터, 그리고 제주의 깨끗한 물이 빚어낸 제주맥주 양조장 투어는 이미 ‘인싸’들의 핫한 여행 코스다. 

8. 돌고래네 집으로 놀러가자! 야생 돌고래 투어

지구 위 수많은 생명들 중 우리 인간은 일부일 뿐이다. 바다의 주인 돌고래에게 손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요트에 올라 돌고래의 너른 집을 조심스레 방문하자. 약속하지 않았기에 돌고래를 마주하는 기쁨이 더 크다. 

남방큰돌고래의 마지막 서식지라는 대정 앞바다에선 이제는 국민 돌고래 친구가 된 제돌이와 춘삼이도 산다. 작은 배로 이동하며 최대한 조용히 돌고래를 방해하지 않는 것이 이 투어의 포인트. 수족관 아닌 돌고래의 진짜 집에서 손님 다운 예의는 기본이다. 

9. 뜨거운 여름밤엔, 야간 불빛 투어

뜨거운 낮의 제주가 힘들다면 잠시 쉬었다가 밤의 제주에 물들어보자. 올레 15코스에서 만나던 고즈넉한 사찰의 번쩍이는 변신에 눈도 번쩍 뜨일 것이다. 1만 8천개 LED 연꽃이 피어나는 선운정사에서는 종교 불문 나이 불문 모두가 행복하다. 곽지 마을에서 사찰까지 이동할 차량도 요청할 수 있다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관광객에게도 딱이다. 

조각 공원에 어둠이 내리면 빛의 숲이 열리고 세상에 없던 환상의 숲에서 로맨틱함이 피어난다. 허브농장에선 허브 향에 한 번 불빛에 또 한 번 즐겁다. 인생 사진이 마련된 불빛테마파크에선 불빛 정원 산책 뒤에 만나는 불꽃놀이 레크리에이션도 ‘가성비 만점‘이라는 후문이 들린다. 

10. 한 치도 예상되지 않는 여름 제주의 맛, 한치

여름밤 제주의 수평선을 밝히는 빛의 정체가 바로 한치 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그 아름다운 빛을 타고 열리는 맛의 세계는 더 아름답다. 여름의 제주는 한치가 제철이다. 싱싱한 한치 살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한치회는 이 여름 한 번은 먹어야 할 기본 중의 기본 '미식템'이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한치주물럭이 소주 한 잔을 부르고 ‘파사삭’ ASMR 작렬하는 튀김 한 입에 머리가 ‘쨍’ 하도록 시원한 맥주가 그립다. 

흔하디 흔한 라면과 떡볶이도 한치를 만나면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분위기를 잡고 싶다면 한치물회에 빠진 파스타에 도전해보자.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맛의 조합에 눈 뜰지도 모른다. 아무리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이라지만 '한치' 맛은 알고 가야 살맛 나지 않을까?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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