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부터 6월 26일 개봉한 ‘비스트’까지 전혜진은 스크린 걸크러시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그가 뿜어내는 포스는 관객들을 사로잡고 연기력은 몰입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그런 그가 ‘비스트’에서 온몸에 문신을 하고 욕설을 내뱉으며 이성민, 유재명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춘배 역으로 다시 한번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려 한다.
‘비스트’는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으려는 형사가 또 다른 살인 사건을 은폐하면서 라이벌 형사와 벌어지는 심리 게임을 다뤘다. 영화 안에는 수많은 플롯이 존재하고 캐릭터들의 심리를 깊숙이 다루는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전혜진 역시 춘배 역을 맡고 걱정이 앞섰지만 그는 도전을 피하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는 완성된 상태가 아니었어요. 원작에서는 제가 맡은 춘배 캐릭터가 남자였고 그 당시 시나리오에서는 ‘창배’였죠. 이정호 감독님도 춘배 역을 캐스팅할 때 고민 많이 하셨다고 했어요. 처음에 춘배를 봤을 때 매력적이어서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루 지나고 나니까 염려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특히 한수(이성민)와 부딪히는 신이 많아 둘 사이의 기류를 어떻게 풀어내야할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죠. 춘배가 영화 중간중간에 등장해 극을 흔드는 역할을 하니 그 점에 신경 쓸 게 많았죠.”
“그래서 외형적인 것에 손을 많이 댔어요. 저와 감독님 모두 춘배의 외형에 대해 생각이 많았고 문신, 피어싱, 의상, 화장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했죠. 무엇보다 저와 잘 어울려야 했어요. 촬영 시작 전에 여러 문신도 해보고 메이크업도 지워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춘배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어요. 감독님은 삭발도 권유하셨죠.(웃음) 촬영 첫날에는 얼굴 반을 가리는 문신을 했어요. 감독님이 문신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담으셨거든요. 그런데 문신이 과하면 춘배랑 어울리지 않았던 거예요. 그래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습대로 결정됐어요.”
전혜진이 맡은 춘배는 보통 인물이 아니다. 형사 앞에서도 거침없이 험한 말을 쏟아내고 와일드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하지만 전혜진이 연기했기에 이 모든 건 어색하지 않았다. 전혜진은 그동안 강한 여성 캐릭터를 맡아와 제 옷을 입은 듯한 연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는 몸과 마음이 지칠만한 촬영 중에서도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기에 바빴다.
“춘배라는 역할은 평범하지 않고 대책 없는 인물이에요. 이 캐릭터가 언제 또 나오는지 시나리오를 훑게 되더라고요. 일부러 춘배에게 공감가는 부분을 찾지 않으려 했어요. 평탄치 않은 삶을 산 아이라고 생각해 있는 그대로 표현해보자고 생각했죠. 그래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고 아쉬움도 많이 남았죠.”
“이 영화는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다른 살인 사건을 은폐한 형사 한수와 라이벌 민태(유재명)의 이야기잖아요. 두 캐릭터가 서사를 이끌어가는 만큼 춘배는 그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했죠. 특히 한수와 마주하는 신에서는 더욱 그래야했어요. 그 두 캐릭터 사이에 액션이 많잖아요. 이성민 선배가 많이 걱정해줬어요. 제가 액션 경험이 적거든요. 저는 그저 이성민 선배를 믿고 따랐어요. 그래도 몸이 성하지 않더라고요. 무엇보다 총을 쏴볼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었어요.(웃음)”
‘비스트’는 이성민과 유재명이 이끌어가는 영화다. 두 사람이 많은 캐릭터의 서사 속에 전혜진이 연기한 춘배가 존재한다. 하지만 춘배는 한수와 민태 사이에서 이들을 흔드는 역할을 하며 잠깐잠깐 등장해도 보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전혜진의 능력을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춘배의 공간이라든지 캐릭터를 설명할 다른 부분이 있었다면 이 캐릭터에 대해 저도 잘 알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영화에서 이 모든 게 드러나면 춘배의 신비함이 사라질지 모르죠. ‘비스트’라는 영화는 이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았어요. 제가 등장한 장면이 편집된 부분도 거의 없었죠. 솔직히 조금 욕심을 낼 걸 그랬나봐요. 감독님께 춘배 더 나오게 해달라고. 무엇보다 한수와 민태의 심리 구도가 공감이 갔어요. ‘비스트’는 두 인물의 심리 게임을 보면서 즐겼죠.”
“이성민 선배는 같이 극단 생활을 오래했고 ‘로봇, 소리’에서 제가 아내로 나와 ‘비스트’에서 호흡하기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유재명 선배는 이번에 처음 만났거든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 인품이 그렇게 좋으신 줄 몰랐어요. 특히 재명 선배가 촬영하면서 심적으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했어요. 다들 힘들어하니 이상하게도 동료애가 생기더라고요. 최다니엘씨도 마주치는 신이 없었지만 회식자리에서 부등켜 안으며 서로를 위로했죠. 촬영 끝나고 나나서 기분이 홀가분해졌어요. 감독님도 촬영 때는 엄격했는데 끝나고 나서는 유한 사람으로 돌아왔죠.(웃음)”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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