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혜승(38)씨는 혼족 생활 12년차다. 서울에 본가가 있으나 경제적, 정신적 독립을 위해 분가해 홀로 지내고 있다.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마케팅 직종 차장인 그로선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더욱이 맞벌이 부부의 가사분담이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나 직장일과 가사, 육아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여성에게 맞춰지고 있는 답답한 현실도 결혼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바쁜 일상 틈틈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은 채 미혼인 친구들과 홈파티를 하거나 호젓하게 호캉스 혹은 여행을 하며 힐링을 꾀하는 생활이 익숙하고도 만족스럽다.

사진=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30대 후반의 1인가구 배타미 역으로 출연 중인 임수정

1인가구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해 인구 감소 시점 이후에도 1인가구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결혼 의향이 없는 1인가구 중 ’계속해서 10년 이상 혼자 살 것‘이라고 밝힌 가구 비율이 이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9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가구는 2017년 기준 약 562만 가구로, 전체 인구의 10.9%에 이른다. 이는 기존 예상치인 556만 가구를 넘어서는 것으로, 1인가구 증가 추세가 이전보다 빨라졌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총인구는 2028년 5194만명을 정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1인가구 비율은 계속해서 성장해 2045년 16.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미혼·이혼 인구의 증가 등 가구 형태의 변화를 이끄는 요인들이 작용하면서 1인가구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1인가구의 생활 행태가 사회·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인가구 비중의 증가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서울 등 9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미 30%를 넘었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4월 수도권과 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25∼59세 1인가구 고객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1인가구에 결혼이나 재혼 의향을 물었더니 '언젠가는 할 것’이라는 사람이 전체의 42.5%였다. 이 비율은 지난해 35.5%보다 7.0%포인트 올랐다.

사진=픽사베이

결혼 의향이 '없다'고 답한 사람은 17.7%, '모름·계획없음'이라고 한 사람은 39.8%였다. 연령·성별로 결혼 의향이 없는 이들의 비중을 따져봤더니 20대에는 남성 비율(8.2%)이 여성 비율(4.2%)보다 높았다. 그러나 30∼50대에서는 여성 중 결혼 의향이 없는 비율이 남성보다 더 높았다. 또 절반 이상인 52.7%가 '1인 생활을 지속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 중 53.6%는 그 이유로 '혼자 사는 것이 편해서'라고 답했다.

1인 생활의 지속 기간과 관련, 그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의 비중은 지난해 같은 조사 때보다 늘었다. '향후 10년 이상 혼자 살 듯하다'고 밝힌 응답자의 비율은 지난해 34.5%에서 올해에는 38.0%로 높아졌다. 그 비중은 20~30대에선 남녀간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40대 이후에선 여성이 남성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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