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기 센’ 언니들이 뭉쳤다. 지난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연출 정지현, 권영일/극본 권도은/이하 ‘검블유’) 이야기다.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지금껏 없었던 건 아니다. 대부분은 일과 사랑을 두고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갈등하거나, 여전히 남아있는 가부장적인 인식 속에 시름하는 여성들의 고충이 그려졌다.

‘검블유’는 시작점부터 달랐다. 포털업계의 양대산맥인 유니콘과 바로의 임원들 과반이 여성이다. 전개의 중심점에 서 있는 배타미(임수정), 차현(이다희), 송가경(전혜진)은 커리어는 물론 경제적으로 아쉬울 게 없다. 때문에 연인 관계에 있어서도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다. 왕자님 같은 남자 주인공에 휘둘리며 픽하면 눈물을 쏟는 모습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봄밤’, ‘단 하나의 사랑’의 후발주자로 수목드라마 경쟁에 뛰어들어 다소 아쉬운 시청률을 보이고 있지만 감히 인생 드라마라고 말할 수 있는 ‘검블유’의 매력 포인트를 짚어봤다.

 

◆ 남성 대 여성·선과 악…이분법적 구도 탈피한 ‘공생관계’

‘검블유’는 남성 대 여성 이분법적인 경쟁 구도를 취하지 않는다. 배타미 차현, 송가경의 경쟁상대는 여자를 억압하고 박해하는 남성이 아니다. 서로를 깎아내리기 위한 경쟁을 펼치지도 않는다. 배타미와 차현 두 사람은 바로 안에서 실시간 검색어를 두고 사기업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에 대해 계속해서 토론을 펼친다.

배타미와 송가경의 관계도 흥미롭다. 배타미는 과거 존경했던 업계 선배이자, 지금은 대기업 시댁에 휘둘리는 처지가 된 송가경과 경쟁하면서도 한편으로 인간적인 연민을 느낀다. 

‘검블유’는 유니콘과 바로가 점유율을 두고 첨예하게 경쟁할지라도 모두가 업계 안의 ‘공생관계’라는 점을 계속해서 상기시킨다. 때문에 인물들의 고민과 관계가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다가온다.

 

◆ 임수정·이다희·전혜진, 이렇게 매력적인 여주는 처음이야

우선 배타미는 승부욕에 실력도 갖춘 IT회사 임원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자신의 일이 정당한가를 되짚어 보며 자괴감을 느끼는 여린 내면이 숨어 있다. 때문에 “스타일 참 안 맞는” 민홍주(권해효)는 물론이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차현에게도 장점을 흡수해가는 진취적인 여성상이다. 여기에 박모건(장기용)과의 연애에서는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도 끝내 직진을 선택하는 ‘사이다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차현은 냉미녀에 독설가 같지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다혈질 근성으로 등장할 때마다 웃음을 자아낸다. 세상 똑똑해 보이지만 정작 남자친구 표준수(김남희)의 바람으로 회사에서 망신살이 뻗치는 허당기 가득한 인물. 하지만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깊은 차현은 오너의 위치에서 자유롭지 못한 민홍주를 대신해 배타미를 감싸주는가 하면, 어린시절 학교 선배 송가경에 대한 향수로 여전히 그녀를 보듬고 위로해주는 존재.

송가경은 포털업계의 정점에 서 있는 듯 하지만 대기업 KU의 며느리로 여차하면 시어머니의 소환을 받는 ‘안습 캐릭터’. 자신의 일을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이마저 시댁의 이용을 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가경이 매력적인 건 최소한의 신념을 놓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 지금껏 숨죽이고 살아온 송가경이 드디어 시어머니에게 반기를 들기 시작하며 앞으로 어떤 폭풍을 몰고올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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