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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만 바이올리니스트 유치엔 쳉 "동갑 조성진, 대가 자격 충분"

기사승인 2019.06.15  18: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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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출신 '차세대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유치엔 쳉(25)이 초여름의 한국을 찾았다. 유니버설뮤직을 통해 ‘차이콥스키’ 음반 발매와 더불어 작별을 고하는 클래식 앙상블 디토 공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싱가포르에서 날아온 다음날인 지난 12일 오후 종로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활달하고 예의바른 청년 연주자를 만났다.

지난 5일 발매된 ‘차이콥스키’는 2017년 도이치 그라모폰 데뷔음반 ‘Reverie’ 이후 2년5개월 만의 앨범이다.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미하일 플레트네프가 이끄는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가 협연했다. 전작에서 쇼팽 ‘야상곡’, 타르티니와 모차르트 소나타, 비에니아프스키 작품들도 프로그램을 짰다면 신보는 차이콥스키에 ‘올인’했다.

불후의 명곡인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비롯해 차이콥스키 특유의 서정성 짙은 ‘우울한 세레나데’ 작품 26과 유쾌한 ‘왈츠 스케르초’ 작품 34가 수록됐다. 특히 바이올린 협주곡은 낭만적이면서 웅장한 분위기가 압권으로, 연주자에게는 고도의 테크닉과 표현력을 요구한다. 유치엔 쳉은 2015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했을 당시 최종 라운드에서 이 곡을 연주해 “극적 요소의 완급 조절에 탁월하다”는 찬사를 들었다.

“콩쿠르 이후 차이콥스키 연주에 관심이 많았다. 원래는 콩쿠르 끝나고 바로 녹음하려 했는데 시간을 좀 더 두고 충분히 준비해서 내자로 바뀐 거다. 그래서 당시엔 리사이틀 실황 앨범만 발매했다. 이번 음반은 차이콥스키의 아이코닉한 곡들로 프로그램을 정해 총 3곡을 담았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연습 상황에 따라 곡은 다르게 해석되고 연주되곤 한다. 미하일 플레트네프의 경우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해석이 굉장히 유니크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슬로 템포로 시작해 굉장히 심포닉하고 화려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점점 발전해갔다.

“녹음 전 대화하고 바로 레코딩에 돌입했는데 그의 아이디어와 해석이 굉장히 강렬했다. 다른 지휘자들과 다른, 특별한 해석이었고 자신만의 스피드를 가지고 연주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올 3월에도 도쿄에서 4회 콘서트를 함께했는데 음반을 녹음한 지휘자와 연주도 같이 해서 매우 좋았다.”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은 당대 거장들이라면 연주뿐만 아니라 음반으로 남겨 ‘명반’이 즐비한 작품이다. 아우어, 올레그 카간, 야사 하이페츠, 오이스트라흐 그리고 20대 정경화의 암표범 같이 날카롭고 불꽃 튀는 명반은 클래식 애호가들의 필수 컬렉션으로 꼽힌다.

“베토벤과 브람스를 탁월하게 소화하는 오이스트라흐와 브루흐 협주곡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하이페츠의 레코딩을 즐겨 들었다. 한동안 극적인 포스와 맥박이 절로 빨라지는 하이페츠 버전에 많이 빠져 지냈다가 요즘엔 묵직하고 깊이 있는 오이스트라흐 음반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삶의 단계나 생각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나중엔 또 정경화 음반이 더 좋게 들릴 수도 있을 거다.”

그 역시 변화의 시기를 겪었다. 미국 커티스음악원에서 수학할 때인 14~15세 무렵, 은사가 그의 차이콥스키 연주를 듣고는 “왜 쿵푸하듯이 연주하느냐”는 일침을 가했다. 그 말이 뇌리에 뚜렷히 남아 항상 염두에 두고 연주자의 길을 걸어왔다.

“그때는 작품을 기술적으로 접근했다. 그런 시기가 지나면 테크닉을 연주에 어떻게 반영하느냐, 작품에 더 깊이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음악적 이해가 굉장히 중요하며 곡 자체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담아낼수 있을지가 숙제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축적되며 조금씩 변화하는 것 같다. 또 스승, 지휘자와의 대화나 그들로부터 배운 것들이 연주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일으킨다.”

실력파 아시아 연주자들이 그렇듯 유치엔 쳉 역시 명성자자한 콩쿠르를 섭렵했다. 사라사테 국제바이올린콩쿠르 우승(2009),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우승(2011),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2012)을 통해 클래식계의 샛별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일까. 국내 클래식 팬들은 동갑내기이자 2015년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자인 조성진과 비교해 그에게 ‘대만의 조성진’이란 닉네임을 붙여줬다.

“몰랐다. 댕큐!(웃음) 조성진이 몇월에 태어났나?(눈을 반짝이며) 쇼팽 콩쿠르가 열렸을 때 커티스음대 동창 4~5명이 결승까지 진출해 재미나게 봤었다. 그때 조성진의 연주를 보고 ‘저 친구 아주 잘되겠다’고 생각했다. 테크닉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진지하고 명석하며 열정이 넘쳤다. 기술과 예술적 부분에서 컴비네이션을 갖춘 훌륭한 피아니스트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때도 관계자가 ‘대단하다’ ‘브릴리언트하고 패셔니트한 연주자’라고 말한 걸 들었던 적이 있다.”

지난 2017년부터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이끄는 앙상블 디토 멤버로 활동해왔다. 이달 디토의 마지막을 함께하게 됐다. 유치엔 쳉은 오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이어 20일 용인, 21일 부평, 22일 고양, 29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고양시교향악단, 리처드 용재 오닐, 첼리스트 제임스 김과 함께 ‘디토 콘체르토 콘서트’로 청중과 아쉬운 작별을 나눈다. 이날 그는 프란츠 왁스맨의 ‘카프멘 판타지’를 들려준다.

“지난해 거장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디토 콘서트에서 협연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빨리 하게 되다니...꿈이 이뤄져 기쁘면서도 긴장이 많이 됐다. 디토 페스티벌이 열리면 한국에 와서 2주 동안 매일 리허설, 연주를 폭풍처럼 치러냈다. 젊은 연주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좋은 친구들이 됐다. 다들 잘생긴데다 열정과 실력이 너무 대단해서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만족스러웠다.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유치엔 쳉은 밀레니얼 세대답게 늘 오픈 마인드로 클래식 연주에 임한다. 젊은 청중과 공명하기 위해, 클래식의 지평을 더욱 넓히기 위해 사색의 끈을 이어간다.

“영화음악을 연주한다든가 다양한 장르 뮤지션들과 콜라보를 하거나 팝음악과 크로스오버를 시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거라 여긴다. 거장 첼리스트 요요마(대만계 프랑스 태생)가 좋은 예다. 이미 탑에 있는 분이지만 다른 장르와 망설임 없이 협업해 들어본 적 없던 음악을 창조하고.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하는 점은 매우 높이 살 만하다. 우리 세대는 다양한 가능성을 추구하는 게 중요하므로 나 또한 이런 주제에 대해 오픈마인드다. 대신 클래식 연주자로서 연습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는 그는 스케줄이 없을 때는 꿀잠. 영화감상, 친구들과 레스토랑·바 호핑을 즐기며 평범한 또래의 일상을 즐긴다. 요즘엔 체중관리와 컨디션 유지를 위해 운동에 꽂혀 있단다.

사진=유니버설뮤직 제공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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