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부터 감독, 화가, 글 작가, 작곡가, 최근에는 유튜버까지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구혜선이 이번에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진산갤러리에서 전시회 ‘니가 없는 세상, 나에겐 적막’을 지난 7일부터 7월28일까지 개최한다.

처음에는 그의 이색적인 행보에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으나 꾸준한 활동과 성과로 진정성을 보여줬던 구혜선. 2009년 첫 개인전 ‘탱고’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으며 이번이 벌써 8번째 개인전시다.

이처럼 이미 여러 번 전시를 통해 대중들에게 작품을 선보였지만, 이번 전시는 그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최근에 세상을 떠난 반려견을 잃고 처음으로 여는 전시이기 때문. 그 때문일까, 전시장을 가득 채운 흑백의 작품들이 구혜선이 느꼈던 ‘적막’이 무엇인지 실감케 했다. 싱글리스트가 지난 7일 진산갤러리에서 전시회 ‘니가 없는 세상, 나에겐 적막’을 개최한 작가 구혜선을 만났다.

“지금은 이렇게 웃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참 힘들었다”고 말문을 연 구혜선은 그간 근황과 작품을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컬러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지만 모순되게도 작품 속에서 어떤 색도 찾아볼 수 없었다.

“컬러 프로젝트지만 어떤 색깔도 생각나지 않았다. 반려동물 첫째 아이가 떠난 직후라 마음이 많이 무거운 채로 그림을 그렸다. 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여서 그런지 주제를 ‘적막’으로 지었다”

앞서 영화감독이나 작가, 화가로 여러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정작 본업인 배우로는 자주 만나기 힘든 구혜선.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언제 다시 볼 수 있냐고 묻자 그는 “배우 일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지만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역할적인 면에서도 새로운 것을 하고 싶기도 하다. 대본도 여러개 보고 있는 데 최근 일년 반 사이 배우 활동이 없어서 그렇게 보시는 것 같다. 하지만 또 상황이나 제 마음도 맞아야 하니까...배우 활동에 대한 열망은 항상 있는데 그 상황에서 또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됐다(웃음) 사실 그림을 다시는 안 그리고 싶었는데 또 그리게 되더라. 이 전시가 끝나면 정말 다시 배우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

왜 그는 다시는 그림은 안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일까. 이에 대해 구혜선은 “어떤 것을 해도 그런 것 같다. 작곡도 그렇고 하고 나면 항상 몸살을 심하게 앓게 된다. 그래서 음악도 하고 나서 다시는 안해야지, 미술도 안해야지 결심을 했는데 슬프면 다시 하게 된다”며 “왜 춤을 추기 싫은 계속 춤을 추는 동화가 있지 않나.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데 그 동화가 딱 생각이 났다. 몸은 움직이기 싫은데 손은 움직이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슬픔은 작가 구혜선에게 동력인 듯했다. 그렇지만 소중한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은 어떤 것으로도 해소되지 않았다고.

“사실 작품 활동을 한 것은 치유가 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막상 작품을 걸어놓고 나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치유가 됐냐고 묻는다면...그렇게 보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웃음)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가족이 떠난 것이니 많이 힘들었다. 저뿐만 아니라 제 가족들도 그렇고 다들 2~3주간 앓아 누웠다.

저같은 경우는 병원 도움도 받으며 약도 먹었다. 하지만 저한테는 남은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을 책임지려고, 아이들의 엄마로서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떠난 아이에 대한 집착을 놓고 그저 그 아이에 대한 생각에 집중했다. 나의 마음보다는 그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작가 구혜선은 지금은 익숙하지만 처음에는 대중의 질타를 많이 받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작가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심했다. 그러나 구혜선은 오히려 그런 ‘부정적’ 시선이 동력이 됐다고 한다.

“대중에 부정당하는 힘으로 작품 활동을 했던 것 같다. 20대 때에는 부정당하는 것이 슬펐고 ‘내가 나쁜 건가, 잘못된 것인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를 돌아보는 것이 좀 객관적이게 됐다. 대중의 부정이 오히려 나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고 한편으로는 ‘나 같아도 내가 싫었겠다’라는 중용의 마음도 가지게 됐다”

최근에는 시나리오집 ‘마리 이야기& 미스터리 핑크’를 출간하기도 한 구혜선. 그는 “결혼하고 연애담이 담긴 소설을 출간했다니 좀 그렇긴 하다”라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 시나리오는 그가 10년 전쯤 쓴 시나리오로 영화화되지 않아서 소설로 각색했다고 한다.

“20대 때 사랑에 미쳤던 시절을 그렸다. 실제로 집 앞에서 당시 좋아했던 남자애를 기다렸던 것은 저의 경험담이다. 20대 때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했던 감정은 그때만 나올 수 있는 것이라 더 소중한 것 같다”

열렬한 사랑은 지나갔을지라도 현재의 구혜선은 남편 안재현의 든든한 삶의 동반자로서 행복한 삶을 꾸리고 있다. 최근 안재현의 소속사로 이적한 소식까지 전해지며 끈끈한 부부의 정을 보여줬다.

“결혼 전에는 저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남편의 상황도 고려하고 더 조심스러워졌다. 사실 제가 하는 일이 남편에게 피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고 연기에 집중하고 싶기도 해서 이적했다. 요즘 워낙 운동하고 작품 준비하느라 바빠서 오늘 뭐하러 가는지 말을 안했다. 아마 기사가 뜬 것을 보고 알지 않을까 싶다(웃음)”

마지막으로 구혜선에게 작품 활동은 무슨 의미인지 묻자 “지금이 되고 미래가 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나온 시간의 감정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작품을 보는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과정이 괴롭지만 항상 보람차다”고 밝혔다. 

한편 구혜선의 전시 ‘니가 없는 세상, 나에겐 적막’은 7월28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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