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는 일명 ‘칸의 행운부적’으로 통한다. 그가 출연했던 ‘박쥐’ ‘밀양’은 칸영화제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이번에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에 이어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으로 4번째 만남을 가졌다. 한국영화 100년사 첫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된 ‘기생충’은 송강호의 영화 인생에서 가장 들뜬 순간을 선사했다.

송강호는 ‘기생충’에서 전원백수 가족의 가장 기택 역을 맡아 가장 날 것의 연기를 펼쳤다. 그는 칸영화제 폐막식에 봉준호 감독과 참석하며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손에 얻었다. 그리고 세계 영화인들 앞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며 생애 두 번 다시 올지 모르는 순간을 만끽했다.

“칸에 있을 때는 하루하루가 긴장됐어요. 현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걱정됐죠. 오히려 한국에 와서 일정을 소화하는 게 바쁘더라도 마음 편했어요. 칸영화제 폐막식 참석은 이번이 세 번째였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상을 받은 적은 없지만 ‘박쥐’ ‘밀양’ 모두 칸에서 상을 받았죠. 이번 황금종려상 수상은 정말 믿기지 않았어요. ‘꿈이 현실로 이뤄지는 구나’하고 생각했죠. 봉준호 감독의 퍼포먼스, 멘트 배려에 감탄했죠.”

“‘기생충’에서 기택의 감정이 중반부터 변화하기 시작해 좋았어요. 봉 감독한테 오랜만에 편한 마음으로 촬영했다고 전했죠. 제가 했던 영화들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저 스스로 모든 걸 끌고 갔던 적이 많았어요. 이번에는 제 어깨에 많은 짐을 지지 않고 다른 배우들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의 인연은 20년 전으로 흘러간다. 신인배우와 연출부 팀원으로 만났던 두 사람은 ‘살인의 추억’을 통해 국내 관객을 사로잡았고 ‘괴물’로 천만 영화라는 대업적을 세웠다. 이후 ‘설국열차’로 할리우드에 같이 진출했고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정점을 찍었다.

“봉 감독과 저는 신뢰가 있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캐스팅을 결정할 필요가 없죠. 봉준호라는 ‘작가’가 ‘플란다스의 개’부터 ‘기생충’까지 그의 집요한 리얼리즘의 세계를 차곡차곡 쌓아왔다고 생각해요. ‘기생충’은 리얼리즘 세계의 정점이었죠. 그래서 제가 ‘봉준호의 진화를 목격할 것이다’고 많이 이야기했어요. 솔직히 거창한 말이지만 돌이켜보면 그렇게 거창하게 들리지 않아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 단번에 봉 감독의 능력이 또 한번 발휘됐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기택은 연체동물 같은 캐릭터예요. 그래서 더 슬프게 다가오는 인물이었죠.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환경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기택을 보면서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기택이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했지만 기우(최우식)와 기정(박소담) 그리고 아내 충숙(장혜진) 앞에서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을 느껴요. 봉 감독은 기택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면서 느껴지는 감정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했죠.”

송강호의 말대로 그가 맡은 기택은 영화에서 가장 보편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다. 이 캐릭터를 통해 봉준호 감독은 한국 사회의 가난한 자와 부자의 상하관계를 가장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특히 반지하와 대저택은 보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송강호 역시 기택네가 살고 있는 반지하가 한국 정서를 잘 드러내는 공간으로 꼽았다. 현실 사회를 통찰하는 봉준호 감독의 능력에 송강호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봉 감독이 해외 관객들은 이 영화가 너무 한국적이어서 공감하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칸에서 그 예상은 뒤엎어졌죠. 특히 반지하 공간에 대한 세계 각국 영화인들의 공감을 받았어요. 유럽 기자들은 자신들의 나라에도 반지하가 있다고 하고요. 물론 그 공간이 주는 정서는 다르겠지만요. 외신과 평론가들도 봉 감독이 ‘기생충’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는지 정확히 알더라고요. 저는 그게 가장 놀라웠고 반가웠어요.”

“봉 감독과 20여년 동안 함께 작업하면서 그가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력만큼은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개인적으로 2년 후배지만 한명의 예술가로서 존경할 수밖에 없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바보가 될 정도로 놀라울 때가 많았어요. 처음 만나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정말 한결같은 사람이에요. 나이가 들면서 외관은 바뀔 수 있지만 사람 그 자체는 바뀌지 않잖아요. 뭐 몸무게 말고는 달라진 점을 모르겠네요.(웃음)”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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