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해도 밉지 않은 사람이 있다. 김병철은 그런 배우 아닐까. 줄곧 악역만 연기해온 것 같은데 그 이면에 인간적인 나약함까지 화면에 그려내며 ‘호감캐’에 등극했다.

“촬영기간이 4개월 정도였는데 큰 문제없이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을 하고 있어요. 시청자 분들이 끝까지 봐주셔서 15%가 넘는 시청률이 나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병률은 올해 초 종편 및 케이블 드라마의 새 역사를 써내려간 JTBC ‘SKY 캐슬’에 이어 ‘닥터 프리즈너’까지 좋은 성적표를 거뒀다. 지상파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드라마 성적이 저조한 시국에 또한번 ‘히트작’에 출연하며 ‘타율이 좋은’ 배우가 됐다.

“제가 시청률이 그렇게 나올 수 있는 작품에 참여했다는 게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지금까지의 지상파 드라마와 차이점? 특별히 다르다는 생각은 없어요. 시청자 반응이 다른 건, 다른 맥락이 있는 거 아닐까요. 운 좋게 좋은 작품에 참여한 거 같습니다”

사실 ‘닥터 프리즈너’는 ‘SKY 캐슬’ 종영과 맞물려 타이트하게 스케줄이 잡혀 있는 드라마였다. 때문에 다른 배우들이 ‘SKY 캐슬’ 종영 후 인터뷰나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왕성하게 예능에 출연할 때도 김병철은 드라마 촬영현장에 있어야 했다.

“출연한 이유요? 돈 벌려고요(웃음). 대본 처음 읽었을 때 재미있더라고요. 속도감 있고, 흡인력 있다고 생각했어요. 방송을 보니까 제 생각보다 좀 더 집중을 시키더라고요. 선민식은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고압적인 태도도 보이지만, 자기가 필요로 할때는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랑 손잡는 유연함도 있더라고요. 그런 면도 흥미로웠어요. ‘SKY 캐슬’ 끝나고 바로 작업을 했기 때문에 좀 다른 걸 하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다고 여겼어요”

사회 특권층으로서의 선민의식, 엘리트주의를 선망하는 기회주의자, 그리고 이런 캐릭터의 성격에서 나타나는 오만한 태도까지. 자칫 차민혁과 선민식은 비슷한 캐릭터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김병철은 보다 섬세한 연기를 위해 두 캐릭터의 차이점을 찾아냈다.

“차민혁은 권위적이기만 하고 유연하지 못한 사람이었던 거 같아요. 애초에 유연한 사람이었으면 가족이랑 좀 더 잘 지내지 않았을까요. 또 차민혁은 자신이 아내나 가족을 대하는 태도를 학대가 아닌 당연한 행동이라고 여겼던 거 같아요. 반면에 선민식은 자기가 하는 행동이 범법이라는 걸 명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통해서 뭔가를 얻고, 또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게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연이은 작품의 흥행이 배우 김병철에게 가져다 준 변화는 무엇일까. 농담처럼 출연료가 올랐냐는 말에 김병철은 “올랐죠. 현실적인 변화도 있어요”라고 솔직하게 답변했다.

“이제는 작품 이외에도 저에 대한 관심을 더 가져주시는 거 같아요. 연기적인 면도 조금은 변한 거 같아요. 아무래도 작품할 때 제 역할을 집중해서 보게 되는데, ‘닥터 프리즈너’ 같은 경우는 선민식이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잖아요. 내 역할도 당연히 보지만, 전체 대본을 볼 수밖에 없게 되더라고요. 작품 전체의 방향성을 고려하게 되고, 그런 지점에서 책임감이 더 생기는 거 같아요”

작품에 대한 칭찬, 좋은 시청률까지 흠잡을 곳 없는 드라마였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아쉬움도 남았다. 초반 나이제(남궁민)과 선민식의 대립구도가 뚜렷했다면 중반부 이후에는 이재준(최원영)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선민식의 강렬한 이미지가 중화됐다.

“이재준이 등장하면 이야기의 축이 양자구도에서 삼자구도에서 바뀔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되면 삼자의 무게가 균형을 이루면서 긴장감을 유지할 거라고 봤는데 선민식 쪽의 무게가 가벼워지더라고요. 작품 전체적으로 아쉬운 지점이라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긴장감이 드러날 수 있었을텐데 싶기도 했어요. 근데 최원영씨가 연기한 이재준이 다채롭게 표현돼서 후반부를 채웠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또 ‘SKY 캐슬’ 이후 ‘닥터 프리즈너’에서 공연한 최원영에게 다른 면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실상 마주치는 장면이 거의 없고, 평면적인 캐릭터를 맡았던 지난 작품과 달리 이번에는 그 존재감이 두드러졌기 때문.

“‘SKY 캐슬’ 황치영이 굉장히 긍정적이잖아요. 그런 전형성이 강한 인물은 연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뚜벅뚜벅 해내더라고요. 이번에 본격적으로 함께 연기를 한 게 처음이라고 봐도 될 정도인 거 같아요. 최원영씨가 표현력이 좋은 연기자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대본에 명시돼 있지 않은 연기를 하더라고요. 저도 맞춰서 반응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걸 생각하게 만들고, 긍정적인 영향을 준 동료 연기자였습니다”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싱글리스트DB(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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