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계의 작은거인 김소현이 ‘안나 카레니나’로 다시 한번 화려하게 변신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으로 데뷔해 ‘엘리자벳’ ‘명성황후’ ‘마리 앙투아네트’ 등 그 어떤 배우보다도 아름답고 고귀한 여성을 잘 표현해왔던 그에게 ‘안나 카레니나’는 참 힘들고 여전히 배워나가는 작품이라고 한다. 죽음같은 사랑을 연기하며 많이 생각하고 안나를 이해하려 했다는 그. 주안이 엄마로, 손준호의 아내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지만 역시 김소현은 무대 위에서 빛난다.

지난 17일 개막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3대 걸작 중 하나인 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원작으로 한다. ‘안나’라는 한 여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 속에서 가족과 사랑 등 인류 본연의 인간성에 대한 예술적 통찰을 담아낸 러시아 뮤지컬의 수작으로, 매혹적이고 치명적인 러브스토리와 화려한 무대 연출 등 볼거리가 어우러져 지난해 초연에 이어 재연으로 더욱 업그레이드돼 돌아왔다. 싱글리스트가 27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안나 역으로 변신한 배우 김소현을 만났다.

김소현은 단 한 회차의 공연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그 모습에서 일견 고집스러우면서도 장인의 면모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매번 공연을 녹음하며 다시 무대에 빠진다.

”여유는 끝날 때까지 못찾을 것 같아요. 거의 꿈에도 나타는 수준으로 생각도 많은 공연이고 감정 표현도 끝도 없이해야 해요. 매번 공연을 녹음해서 다시 듣기도 하고요. 사실 큰 공연장에서 하다보니 2층에서 보시는 분들에게는 제 표정이 안 보여요.

그렇다면 목소리만으로도 안나의 감정을 담아야 하는데 ‘죄가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라는 대사 하나도 표정뿐만 아니라 목소리로도 표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 어려워요. 그래서 녹음을 해서 듣고 ‘내가 이렇게 표현하고 싶은데 안 들리네’하고 고치곤 해요. 그런데 몇 번씩 들으면서 고치려 해도 너무 어렵고 또 그만큼 배움이 많은 역할이기도 해요”

초연에 이어 재연을 올린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이번에 새로운 캐스트로 들어온 김소현은 초연 공연을 볼때만 해도 자신이 안나가 될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다고 한다.

“저번 시즌 공연을 봤는데 그때는 그저 ‘아 러시아 뮤지컬이라는게 이렇구나’라고만 생각했죠. 제가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제의를 받고 너무 놀랐지만 대본과 노래, 스토리가 너무 좋았기에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머리 끝까지 자신감이 차있는 상태로 연습에 들어갔다가 바닥으로 순식간에 내리쳤죠(웃음) 이번 작품으로 처음으로 동성인 연출가님을 만났어요. 아이가 있고 결혼했고 그런 점들이 대화를 하면서 많이 공감됐고 덕분에 힘을 많이 얻었어요. 알리나 연출님께 정말 받은 것이 많았어요”

그는 이번 작품으로 ‘안나 카레니나’의 알리나 연출에게 푹 빠진 듯했다. 특히 러시아만의 독특한 연습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여러 차례 말하기도 했다.

“정말 연출님이 너무 열정적이었어요. 그 눈빛이 잊히지 않아요. 프레스콜 때도 말씀드렸는데 연습과정이 브로드웨이나 익숙한 연습과는 달랐어요. 보통은 넘버가 있는데 그런 게 없이 대본을 놓고 그냥 하라고 하셨죠. 그 십자 안에 우리가 들어가야 하는데 없으니 저는 충격이었어요. 그런데 연출님이 배우는 빈자리를 찾아가야 하고 직접 느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배우로서 낯설지만 새롭게 느끼는 것이 많았어요.

특히 세트를 세워놓던 것이 무대로 가고 맨바닥에서 연습하는데 그때 다시 디테일을 잡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마지막 날 연습실에서 올 캐스트가 다 같이 연습을 하는데 점차 하나둘씩 보내고 민영기 씨, 김우형 씨 저하고 셋만 남겨놓고 연습을 했어요. 그러다가 민영기 씨까지 보내고 둘이서 정말 밑바닥에서부터 끌어올리는 연기를 했어요.

현기증을 날 정도로 까지요. 그때 공연이 일주일 남았는데 ‘왜 이런 시련을 주시지’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예요. 그런데 지나고 나니 배우 인생 통틀어 가장 큰 인상적인 순간이 됐죠. 그 연습이 끝나고 한참동안 걸었어요. 제가 그동안 연습하면서 이해 못 한 안나의 퍼즐들이 끼어 맞춰지면서 짧은 기간이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배웠다는 것을 알았죠. 소중한 시간이었고 결이 다른 연습이었어요”

사실 ‘안나 카레니나’는 인간 김소현이 이해하기 힘든 종류의 사랑을 한다. 아이를 버리고 가정을 버리고 오직 사랑을 위해 브론스키에게 간 안나. 결국 그 끝도 비극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관객들에게 이 ‘죽음같은 사랑’을 어떻게 보여주고 설득할지 고민이 많이 됐다.

“결혼생활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배우로서는 감정이나 느껴지는 것들에서는 큰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이런 것들이 오히려 안나에서는 아이를 버린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게 만들었어요. 남편은 버려도 아이는 못 버린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 더더욱 왜 안나가 그런 선택을 했을지 다시 생각해보고 또 생각했죠.

참 어려운 내용이고 흔히 할 수 있는 결정이 아니기에 안나가 더 불쌍한 것 같아요. 안나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못했고, 사랑도 못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훅 사랑을 느낀 거예요. 그래서 나의 갈 길이리라고 느끼고 직진을 했는데 결국에는 아니었던 거죠. 행복이라 생각하고 아이도 가정도 버리고 갔는데 결국에는 죽음을 선택한 건 그래서인 것 같아요. 다른 것을 다 떠나 한 사람의 인생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러시아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연습 과정에서도 독특했지만 무대의 구성방식도 남달랐다. 무대는 세트 전환없이 바로 이어지고 암전도 거의 없다. 또한 중간에 박수를 칠 부분이 마땅치 않아서 낯설다는 평도 많다. 이에 배우 본인도 처음에는 많이 당황스러웠다고.

“가장 큰 어려움이에요. 중간에 박수를 받으면서 하는 게 배우에게도 익숙해서 처음에는 ‘이게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생각도 들긴 했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박수치는 것을 보고 ‘아 몰입하고 계시구나’라는 걸 알게됐죠. 그래서 더 집중해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제는 박수치고 끝나는 게 어색할 정도에요(웃음)”

②로 이어집니다...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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