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는 봉준호였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장르의 불명확성 속에서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의 관계를 희극과 비극을 오가며 자연스러운 변주로 깊이 있게 다뤘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는 블랙코미디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이 영화가 왜 칸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았는지 영화를 보는 순간 단박에 깨닫게 된다.

# 1PICK: 진화하는 ‘봉준호 장르’, 시대를 꿰뚫는 가족희비극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을 등장시키며 우리의 암울한 사회상을 비춘다. ‘돈’이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걸 결정짓는 사회. 봉준호 감독은 ‘괴물’ ‘설국열차’ 등에서 보여준 서로 다른 두 계층의 삶을 이번 영화에서도 다룬다. 하지만 더욱 현실적이고 관객들이 봤을 때 공감할 수 있는 내용과 설정으로 ‘봉준호 장르’를 탄생시켰다.

영화는 전원백수 가족 기우(최우식)가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과외 선생으로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인 사건을 시작한다. 가난한 자는 부자들이 부러워 그들의 것들을 탐하게 되고 부자들은 가난한 자들의 일상과 그들의 아픈 구석을 알아채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겐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은 이 당연한 일로 인해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로 보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 2PICK: 봉준호 작품 중 가장 어둡지 않는 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제외하면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 영화 중 가장 밝은 영화 쪽에 속한다. 유쾌하고 웃음이 터져나오는 장면들이 많이 자리잡았고 캐릭터들의 대사, 캐릭터 그 자체도 이전 영화들과 다르게 평범한 성격이며 진지함이 많이 빠졌다. 하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에서도 사회를 통찰하는 시선은 놓치지 않았다. 이 웃음이야 말로 ‘그래, 우리가 겪는 게 바로 이런 일이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며 헛웃음을 치게 만드는 것이다.

영화는 중반부부터 긴장감이 확 올라온다. 새로운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클로즈업과 바스트 샷이 많은 만큼 이 영화는 인물이 중요한 영화였다. 인물들의 관계, 대화, 행동들이 영화의 모든 의미를 부여한다. 영화에선 두 가족 모두 행복한 일상이 주를 이룬다. 그 행복이 걷잡을 수 없는 아픔이 될 때까지 ‘기생충’은 등장인물들의 유쾌함 속에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 3PICK: 봉준호의 눈은 탁월하다! 완벽한 연기 앙상블

기택(송강호)네 가족은 물론 박사장네 가족 구성원 모두 뭐 하나 버릴 캐릭터가 없다. 송강호는 여전했고 장혜진은 봉준호의 선택에 힘을 받은 듯 날아오른다. 무엇보다 최우식과 박소담의 케미가 빛난다. 두 사람은 실제 남매처럼 자연스러운 가족 연기를 펼친다. 강렬하거나 순하거나 둘 중 하나로 관객들에게 각인됐던 박소담은 다채로운 연기를 통해 팔색조 매력을 뽐낸다.

조여정은 ‘기생충’에서 가장 빛난 배우 중 하나였다. 엉뚱하고 ‘심플’한 박사장 아내 연교 역을 맡아 숨겨진 코믹 매력을 발산한다. 영화에서 웃음이 터지는 장면 대부분에는 조여정이 카메라에 잡혀있었다. 여기에 박사장네 가정부로 나온 이정은은 자신의 역량을 폭발하며 신스틸러의 면모를 재확인시켜줬다. 특별출연한 박서준 역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배우들의 앙상블은 캐릭터가 중요했던 이 영화를 더욱 살려주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자신의 스타일을 잃지 않는 봉준호 감독의 연출, 우리 사회를 그대로 바라보는 스토리, 몰입도를 높이는 배우들의 앙상블 등 ‘기생충’은 뭐 하나 흠을 잡기 어려운 영화다. 러닝타임 2시간 11분, 15세 관람가, 5월 30일 개봉.

사진=‘기생충’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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