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들’은 박형식을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하게 만들었다. 해본 적 없던 영화 촬영을 하게 됐고 수많은 배우와 함께 팀워크를 맞추며 한편의 연극처럼 ‘배심원들’을 만들어갔다. 특히 남우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자신의 연기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그만큼 박형식에게 ‘배심원들’은 소중한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2주 넘게 배심원 대기실 세트장에서 촬영했어요. 매일 거기로 출퇴근하고 똑같은 옷을 입으면서 시간과 날짜 개념이 사라졌죠. 영화에서는 하루에 벌어진 일인데 말이죠.(웃음) 세트장 촬영을 오래하다보니 선배님들과 끈끈해졌어요. 혹여나 저희의 친해진 감정이 연기로 드러날까봐 걱정하기도 했죠. 오히려 영화가 왁자지껄한 스토리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도 해봤어요.”
“저는 장난치고 농담하는 걸 평소에 좋아해요. 그래서 남우를 연기하면서 애드리브를 하고 싶었죠. 캐릭터상 그냥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해서 조금 답답했어요. 저는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연기한 안민혁처럼 ‘똘기’있는 캐릭터를 맡는 걸 재미있어해요. ‘상속자들’ 명수 캐릭터도 (김)우빈이 형의 캐릭터를 막대하는 맛이 있었죠.”
박형식은 ‘배심원들’을 찍으며 교훈과 경험을 얻었다. 법에 대한 자신이 알지 못한 부분을 깨닫게 됐고 연기 재미에 맛을 봤다. ‘배심원들’에 담긴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법의 소중함과 올바른 법 사용, 배심원의 가치 등 박형식은 이 모든 걸 오롯히 마음으로 느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장면은 김준겸(문소리) 판사님에게 법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는 신이었어요. 남우는 법에 대해 무지한 애였거든요. 김준겸 판사님이 남우를 배심원으로 선택하면서 ‘법은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존재합니다’라는 말을 남우는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죠. 그 장면이 울컥하면서도 서운한 거예요. 김준겸 판사님이 남우한테 한 행동 때문에요. 연기를 하면서도 감정이 확 올라왔죠.”
“배심원 회의실 촬영을 하면서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어요. 대사와 상황이 이상하다고 선배님들이 판단하자 조현철 선배님이 다르게 연기해보자고 말씀하셨죠. 저희끼리 상의하고 확정한 다음 감독님에게 가서 협상을 봤어요. 감독님도 고집이 있으세요. 저희가 떼로 가서 들이밀어도 꿈쩍하지 않으세요.(웃음) 윤경호 선배님은 시도때도 없이 애드리브를 준비하셔서 웃겼어요. 이런 분위기 자체가 행복했어요. 마치 공연을 준비하는 것처럼 팀워크가 발휘됐죠.”
‘배심원들’을 끝으로 박형식이 군입대를 한다. 6월 10일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대에 입대하는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연예계 활동을 한번 돌아봤다. 쉼없이 달려온 끝에 마주한 ‘배심원들’은 박형식에게 완벽한 입대 선물이었다. 박형식은 ‘배심원들’을 통해 겪은 것들을 2년 뒤 제대해서도 잃지 않고 연예계 활동하며 지켜나갈 생각이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법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저도 배심원에 뽑히면 남우처럼 처음에 어리바리할 거 같은데 그게 저한테 희망을 줄 거 같은 거예요. 일상에서 법원 우편물을 받으면 겁부터 날 것 같은데 이 영화를 보고나서는 그런 일이 줄어들 것 같기도 해요. 많은 관객분이 배심원에 대해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쉬지 않고 계속 활동했기 때문에 군대 가서는 저를 되돌아볼 시간을 가질 거 같아요. 제가 ‘배심원들’로 첫 상업영화를 찍었잖아요. 지금까지 잘 달려온 결과라고 생각해요. 아직까지 제 점수는 30점이에요. 100세 시대니까 1년에 1점씩 채워야죠.(웃음) 제가 집돌이라 밖에 잘 안 나가는데 입대날짜가 다가오니 지인들을 찾게 되더라고요. 일상에서든 군대에서는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요. 저 사람이 절 싫어하면 그렇게 받아들이면 돼죠. 직업만 다르지 우리 모두 다 열심히 살잖아요. 모두를 응원하고 존중하며 살고 싶어요.”
사진=UA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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