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종편, 케이블 등 국내에서 방영되는 예능이 무려 185개(지방 방송국 자체 프로그램 포함)에 달한다. 이 중 주요 채널, 황금시간대 편성 프로그램은 손에 꼽히지만 그야말로 예능 전성시대인 셈. 하지만 막상 리모컨을 잡고 TV 앞에 앉으면 ‘뭘 볼까’ 고민이 밀려온다. 아무리 채널을 돌려봐도 마치 자가복제라도 한 듯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최근 예능을 축약하자면 ‘먹고, 여행하고, 사랑하라’ 아닐까. 지난해 채널A ‘하트시그널’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연애를 화두로 한 프로그램이 대폭 늘어났다. 이전부터 인기였던 쿡방, 먹방 등 음식을 주제로 한 예능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며 각 방송사별로 대표 프로그램이 하나씩 있을 정도. 여행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핀잔 속에서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양날의 검 ‘여행 예능’

일상의 힐링vs상대적 박탈감

tvN ‘짠내투어’, KBS ‘배틀트립’ 최근 종영한 JTBC ‘트래블러’까지. 모두 여행을 중심에 둔 프로그램이다. 여행 정보 제공이나 다양한 체험 등 기획의도는 분명하지만 시청자들 사이에서 “왜 연예인들 여행을 방송에서 봐야 하냐”는 핀잔이 나오는 게 사실.

‘무료한 일상의 힐링’ 혹은 ‘상대적 박탈감’ 두 가지 기로에 놓여있는 셈. 특히 해외여행에 초점이 맞춰질수록 이런 갈등은 심해진다. 그러나 ‘기본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여행 예능을 제작사나 방송사 입장에서 쉽게 외면할 수 없다. 때문에 일각의 이런 비판 속에서도 계속해서 여행 예능은 그 수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뷔페급 구성 ‘푸드 예능’

한식·양식·중식...명인의 식재료까지

음식을 주제로 한 예능은 이제 손에 다 꼽기 힘들 정도로 많아졌다. 일반적인 쿡방, 먹방과 거리가 있지만 음식을 주제로 한 예능에서는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손꼽히는 백종원만 하더라도 새 예능 ‘미스터리 키친’, ‘고교급식왕’이 방송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SBS ‘격조식당’, JTBC ‘냉장고를 부탁해’, tvN ‘수미네반찬’ ‘현지에서 먹힐까? 시즌3’, 올리브 ‘밥블레스유’,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등. 말 그대로 일주일 편성표가 음식으로 가득 채워진 셈. 매번 식상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이런 예능이 계속 생기는 것은 시청자들의 수요와 직결된다. 음식이라는 친근한 소재가 화제성과 직결되면서 이제는 콘텐츠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최근 시작한 SBS ‘격조식당’의 경우에는 명인들의 식재료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야말로 예능프로그램이 한식, 양식, 중식까지 뷔페급 구성력을 갖추고 있다.

 

다큐와 예능 사이 ‘연애 예능’

연예인부터 일반인까지 썸ing

한때 육아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뤘다면 현재는 연애가 가장 핫한 화두 아닐까. 일반인 출연자들의 ‘시그널 하우스’라는 공간에서 동거하게 하며 썸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비춘 ‘하트시그널’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과거의 ‘짝짓기’ 예능이 노래와 춤, 장기자랑 등 매력어필으로 웃음을 안겼다면 최근에는 보다 내밀한 다큐 형식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

tvN ‘작업실’, MBC ‘호구의 연애’ 시즌2 방영을 앞둔 '연애의 맛'까지. 그만큼 연애 감정을 그리는 예능이 인기지만 부작용도 따른다. 다큐에 가까운 기법으로 접근하다보니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이 과도한 악플로 이어지며 출연진들이 피해를 겪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 연애 예능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은만큼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해나가야 '롱런'을 내다볼 장수 프로그램이 탄생하지 않을까.

사진=각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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