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감독 알렉스 로즈 페리는 전주국제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그의 작품 ‘컬러 휠’ ‘지상의 여왕’ ‘골든 엑시트’ 등이 과거 전주영화제에 초청됐고 이번에는 그의 신작 ‘그녀의 내음’이 ‘뉴트로 전주’ 부문에 초청되는 영광을 안았다. ‘리슨 업 필립’ 연출-각본,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각본을 쓰며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그가 ‘그녀의 내음’으로 록 스피릿보다 강렬한 영화의 매력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그녀의 내음’은 여성 록 밴드 ‘썸씽 쉬’ 리드보컬 베키(엘리자베스 모스)가 밴드의 성공 후 정신적인 고통을 겪으며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너바나, 건즈 앤 로지즈, 오아시스, 라디오헤드 등 록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해 그 시대의 록 밴드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저의 여러 작품이 전주영화제에 초청됐지만 제가 직접 전주를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관객을 볼 수 있어 좋았고 제 영화를 보러와주신 관객분들을 만나게 돼 엉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1960년대 음악영화를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1년 동안 시나리오를 구상하면서 주인공 베키(엘리자베스 모스)를 어느 시대 사람으로 설정할지 고민했죠. 결국 1990년대로 배경을 설정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록 밴드가 돈을 많이 만지던 시기였죠. 밀리언셀러가 쏟아지고 팀이 해체했을 때 명예가 한순간에 떨어지는 이야기를 하려면 1990년대가 알맞았습니다.“

‘그녀의 내음’(원제 ‘Her Smell’)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여성 록 밴드의 이야기를 다룬다. 90년대 L7, 노다웃(그웬 스테이시) 등 당시 여성 록 밴드들은 화려한 화장, 강렬한 의상과 퍼포먼스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런 록 밴드를 잘 표현하기 위해 알렉스 로즈 페리 감독은 ‘지상의 여왕’ ‘리슨 업 필립’ 등 여러 영화에서 같이 작업했던 엘리자베스 모스를 주인공 베키 역으로 캐스팅했다.

”록 밴드 구성원들이 모두 여성이고 그들이 성공했다는 걸 보여주려면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당시에는 여성 록 밴드의 앨범이 200만장 정도 팔리면 인기있는 가수라고 판단됐죠. 그린데이 같은 남성 밴드는 그 시기에 이보다 더 큰 규모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 록 밴드가 이 시기에 성공할 수 있고 성공은 물론 안 좋은 길로 가게 되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엘리자베스 모스와 예전에 작업하면서 여성 록 밴드에 관한 영화를 찍는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가 큰 관심을 보였죠. 문제없이 자연스럽게 캐스팅하게 됐습니다. 워낙 저와 인연이 많은 배우라 캐스팅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엘리자베스 모스 뿐만 아니라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모두에게 따로 연기 주문을 할 필요가 없었죠. 촬영을 시작하기 전 몇 주 동안 공연 신 합을 맞췄고 평소에 그들이 공연을 많이 다녀 어떻게 록 밴드가 퍼포먼스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엘리자베스 모스 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는 수많은 여배우들이 등장한다. 아기네스 딘, 카라 델레바인, 앰버 허드, 버지니아 허드슨 등 할리우드 대표 여배우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아기네스 딘과 카라 델레바인은 모델 출신으로 그들의 개성 강한 모습들이 록 밴드 멤버 캐릭터와 잘 어울려 눈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한 공간에서 계속 진행되는 이야기가 한편의 연극을 보는 것처럼 몰입도를 높였다.

”엘리자베스 모스가 연기한 베키라는 캐릭터 이외에도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중요했습니다. 서로 다른 스토리를 가지면서 하나의 케미를 이뤄내는 게 목표였죠. 그래서 아기네스 딘, 카라 델레바인, 앰버 허드, 버지니아 허드슨 등 제가 생각할 때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배우들을 모두 모으게 됐습니다. 특히 베키는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캐릭터죠. ‘그녀의 내음’을 창작하면서 베키를 완전한 허구의 인물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여러 록 밴드 멤버, 록 앨범 등을 참고하긴 했지만요. 실존 인물이라면 베키처럼 자유롭게 자신의 모든 걸 표출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파트마다 한 공간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건 관객들에게 폐쇄공포를 유발하기 위한 의도였습니다. 한 공간에서 공연하고 녹음하는 록 밴드의 일상을 관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려고 했죠. 파트마다 베키의 록 밴드 ‘썸씽 쉬’의 과거 영상을 넣은 건 멤버들의 관계 변화를 잘 드러내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들의 관계가 과거에는 좋았다가 현재에서는 틀어지는 걸 교차로 보여주고 싶었죠.“

‘그녀의 내음’은 음악영화답게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썼다. 멤버들의 갈등을 표현하기 위해 귀를 자극하는 소음을 집어넣었고 밴드 공연을 편집없이 내보내 곡 전체를 관객들이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그만큼 알렉스 로즈 페리 감독은 아티스트들의 고뇌와 갈등을 음악으로 표현했으며 관객들에게 이들의 이야기를 섬세한 열출로 전달한다.

”음악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녀의 내음’을 제작하기 1년 전부터 사운드 디자이너와 많은 걸 이야기했습니다. 소리를 통해 베키와 그의 주변 사람들의 복잡한 심리를 관객에게 전달하려고 했죠. ‘그녀의 내음’은 다른 음악영화와 다르게 공연하고 노래하는 장면을 끊지 않습니다. 저는 노래가 음악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관객들에게 이를 끝까지 들려줘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저는 베키처럼 예술가의 개인적인 정신적 고통에 공감하지 못합니다. 다만 많은 사람과 협업할 때 하나가 되고 또는 신경전을 펼치기도 하는 과정에는 공감합니다. 그래서 결국 베키가 정신적 고통을 잊게 되고 과거의 행복을 다시 얻게 되냐고요? 결말에 대해 이야기할 순 없지만 저는 언제나 해피엔딩을 지향하는 편입니다.(웃음) 전주영화제에 제 작품이 여러 번 초청됐는데 제 영화를 사랑해주시는 한국 관객분들이 베키와 ‘그녀의 내음’을 보시는 것만으로도 저는 기쁩니다.“

사진=싱글리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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