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친절한 금자씨’로 상업 영화에 데뷔한 배우 라미란은 숨 없이 달려왔다. 그 전에도 연극무대를 통해 연기 인생을 차근차근 걸어왔던 그는 이제 연기 인생 20년차, 영화 데뷔 14년차의 중견 배우다.

그러나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는 것은 “낯간지럽다”며 너스레를 떨곤 한다. 그런 그에게 ‘걸캅스’는 또 다른 도전이다. 영화 데뷔 14년만에 맡은 첫 주연작이기 때문. 그가 많은 영화들 중에 ‘걸캅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싱글리스트가 지난 3일 종로 삼청동 한 카페에서 ‘컬캅스’의 주연 라미란을 만났다.

‘걸캅스’는 전설의 형사였다가 현재는 퇴출 0순위 민원실 주무관 미영(라미란)과 집에서는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거리는 시누이자 현직 꼴통 형사 지혜(이성경)이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를 알게 되고 비공식 수사를 펼치는 이야기다.

첫 주연작인 만큼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는 질문에 라미란은 “입조심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주연의 무게감이 있긴 했지만 다 내려놨어요. 사실 시사회 때만 해도 그러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뭣이 중헌디’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며 속을 털어놨다.

사실 ‘걸캅스’는 개봉 전임에도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젠더 논란부터 시작해 뻔할 것이라는 ‘시나리오 예상글’까지 주연배우로서 이러한 논란에 여러 생각과 부담을 느꼈을 터. 특히 최근에 터진 연예인 불법촬영 사건, 클럽 버닝썬 마약 사건과 유사한 점들이 이 영화에서 발견이 됐다는 점도 영화를 향한 관심을 키웠다. 하지만 라미란은 단호히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부정했다.

“이 작품은 몇 년전부터 시작한 작품이고 감독님도 쓸 때 티비에서 먼저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뉴스를 보시고 자료를 찾아보시면서 시나리오를 작업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뭔가 지금 일어난 사건을 타깃으로 하고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죠.

다만 작년 말에도 몰카 사건과 보도가 있었어요. 유명 연예인이 끼어있지 않았지만요. 그런데 이후 연예인까지 연루되면서 사건이 크게 퍼졌고 우리 영화랑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아요”

그는 이 영화가 무거운 것만은 아니라고 답했다. 오히려 라미란은 관전 포인트를 ‘성장’에 두기도 했다. 또한 영화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심했다고.

“일단 저라는 사람을 캐스팅했다면 유쾌하게 가겠다는 의도가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물론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장난칠 때도 없었고 그럴 시간도 없었어요. 까불 수가 없었죠. 이 영화가 무거운 메시지를 전하지만 마냥 무겁게만 여기지 않았으면해요. 인물들이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을 중심에 두고 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극 중 그가 맡은 미영이란 인물은 전설의 형사였지만 현실에 부딪혀 이제는 하루벌어 먹고 사는 경찰 민원실 주무관. 그는 미영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미영이라는 인물은 형사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있는데 출산과 육아를 거치고 자연스레 현실적인 인물이 됐어요. 살아야 한다는 현실과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남편이 있었죠. 그런데 저는 그런 설정이 더 좋았아요. 막 필드에서 뛰는 형사가 아니라 이제는 그냥 워킹맘이고, 지혜(이성경)도 마찬가지죠. 넘치는 열정에 오버액션해서 징계를 먹어요. 우리 영화가 제목이 ‘걸캅스’지만 둘다 사실 캅스가 아닌거죠. 그런 이들이 왜 사건에 관여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지점이 더 공감갔어요”

“미영은 사실 형사를 해본 경험이 있으니 나설 수 있던 것 같아요. 만약 이 여자가 형사가 아니고 정말 평범했으면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해본 적있으니 용감히 뛰어들었던 거죠. 미영은 사실 가해자 자체도 화나지만 스스로를 탓하는 피해자들을 보고 더 화가 났을 거예요. 나쁜 놈들은 살아있는데 스스로 상처입히는 것들이, 너가 잘못한 것이 아닌데도 숨고 왜 그래라는 분노가 더 강한 캐릭터죠. 그 지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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