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6개월이라는 공백이 무색할만큼 소집해제 후 복귀작으로 SBS ‘해치’를 통해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정일우를 만났다. 영조가 등장한 드라마들이 보통 왕으로서의 업적에 주목하는데 반해, ‘해치’는 그의 방황하던 젊은시절을 담은 작품. ‘돌아온 일지매’, ‘해품달’, ‘야경꾼일지’ 등 유독 시대물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온 정일우는 이번에도 흥행공식을 성립시켰다.
“우선 김이영 작가님 작품이라서 믿고 시작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또 젊은 영조를 그린 작품이 없었잖아요. 영조라는 인물의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였는데 작가님이 열심히 옆에서 잡아주셨어요. 글쓰기도 힘드셨을텐데 잘 도와주셔서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가장 감사한 사람이 작가님 같아요. 이경영 선배, 정문성 형의 연기력은 굉장히 자극제가 됐죠”
팩션이기는 하지만 ‘해치’의 중심인 영조는 분명 실존하는 인물. 때문에 연기를 하는데 있어 여러모로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영조는 천출의 피를 가지고 태어난 왕자라는 설정, 그리고 백성들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인물로 그려지기 때문에 진정성있게 연기하려고 굉장히 노력했어요. 얼굴 표정이나 눈으로 연기를 만들기 보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 부분도 작가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었던 거 같아요. 그 전에 작품할 때와 연기 습관, 스타일이 많이 바뀌지 않았나 싶어요. 아무래도 데뷔작이 시트콤이다 보니까 과한 표정같은게 나올때가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내려두고 연기하려고 했어요”
‘해치’는 사극 특성상 젊은 배우들부터 중년 배우들까지 다양한 세대가 하나가 되어 연기했던 작품. 하지만 힘든 현장에서 오히려 배우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어느 때보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촬영을 이어나갔다고 전해졌다.
“종방연 분위기도 좋았어요. 배우분들이 스태프를 위해서 상도 준비하고 선물도 준비했어요. 배우들끼리 조금씩 갹출해서 스태프를 위한 이벤트도 준비했어요. 한상진 형님이 이벤트 광이더라고요. 저는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형들이 준비해주셔서 감사했죠”
소집해제 후 거의 바로 촬영장으로 향했다고 할 정도로 정일우의 복귀는 빨랐다. 쉬어갈 시간이 없었지만 정일우는 빠르게 캐릭터에 몰입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농담으로 군복무와 촬영 중 뭐가 더 힘들었냐고 묻자 “촬영이 힘들었어요”라고 웃어보였다.
“언제 복무를 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았던 거 같아요. 거의 매일이 지방 촬영이었어요. 영조가 만나는 인물이 많고, 대사도 너무 어렵고,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던 거 같아요. 아침마다 오늘 어떻게 가지? 걱정이였는데 무사히 끝내서 다행인 거 같아요”
그럼에도 배우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많은 정성을 쏟았지만 ‘좀 더 잘할 수 있었을텐데’하는 연기적인 욕심에서 오는 마음이었다.
“아쉬운 점은 너무 많죠. 드라마를 하다보면 극이 진행되면서 (배우랑) 캐릭터랑 만나는 지점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좀 더 앞당기고 싶어요. 이후에는 제가 영조가 되어 있는 상태니까 어떤 상태에서 연기를 해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나오거든요. 낯선 상황에서 캐릭터에 몰입을 해야 하니까 초반에 찍은 것들이 아쉬운 부분이 있죠”
무엇보다 정일우에게 이번 작품에서 큰 힘이 된 건 선후배, 그리고 동료 배우들이었다. 특히 팽팽한 대립관계에 있던 밀풍군 역의 정문성, 그리고 끝내는 정치적 동지가 되어준 민진헌 역의 이경영이 대표적인 인물.
“이경영 선배, 정문성 형과 연기할때가 제일 좋았어요.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힘이 있더라고요. 그런 영향 때문에 제 연기도 한층 더 발전하게 된 거 같아요. 문성이형 같은 경우는 이번 작품 끝나고 또 한번 꼭 같이 연기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케미가 잘 맞았어요. 그리고 형 자체가 굉장히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 형이 잘 챙겨주기도 하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해서 친형처럼 의지하면서 촬영을 했어요. 이전 작품들은 끝나면 서로 너무 바쁘니까 연락 하기도 힘들고 했는데 문성이 형이랑은 오래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사진=싱글리스트DB(라운드테이블 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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