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물숨’으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초청돼 CGV아트하우스상과 한국경쟁 특별언급상을 받은 고희영 감독이 3년 만에 ‘숨’ 시리즈 2탄 ‘불숨’으로 돌아왔다. 그는 ‘불숨’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꿈, 열정을 가마 속 불로 표현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불숨’은 마음에 품은 한 점의 그릇을 만들기 위해 한평생 불과 싸워온 천한봉 도공과 그에게서 불을 물려받기 위해 어둠 속에서 남몰래 힘을 길러온 딸 천경희씨의 이야기를 6년 동안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두 사람의 각기 다른 꿈을 ‘불’과 연관지으며 그들의 날 선 소망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날이 서다’라는 건 도자기를 만들 때 유약이 잘 녹기 시작한다는 걸 이야기한다. 고희영 감독은 도공들이 삶을 통해 인간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획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말해준다. 또한 그 꿈을 이루더라도, 이루지 못하더라도 또 다른 난관과 벽에 부딪히게 되며 끝없는 도전이 계속된다는 걸 알려준다. 반복적인 작업 영상이 대부분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신비롭게 느껴진다.

천한봉, 천경희 두 부녀는 각자의 꿈이 있다. 천한봉 도공은 일본의 국보가 된 비운의 조선 막사발과 똑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한다. 딸 천경희씨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가마에 불을 떼며 혼자 도자기를 구우려고 한다. 영화는 두 사람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관객에게 전달하면서 그들의 욕망과 열정이 불처럼 타오르다가 식고 다시 타오르는, 이런 과정을 가마 속 불로 표현했다. 

그들의 다른 꿈은 가마 앞에서 불과 함께 씨름하며 커져간다. 활활 타오르는 불에 의해 도자기가 구워지듯 이들의 바람과 기대도 한없이 커져간다. 하지만 이내 국보와 같은 작품을 만드는데 실패하자 모든 도자기를 박살내버린다.

수없이 이런 과정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영화는 인생도 기대와 바람처럼 모든 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준다. 가마 속에서 도자기가 익어가는 모습, 가마 앞에서 불과 싸우는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이 보는 내내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이 영화가 도공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부녀 사이의 갈등을 다룬다는 점도 흥미롭다. 보편적인 아버지와 자식의 모습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몰입도를 높이는 도공들의 도자기 만드는 과정, 가마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을 담은 아름다운 영상, 여기에 목적이 다른 두 부녀의 갈등과 화합 이야기 등이 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러닝타임 1시간 33분, 12세 관람가, 개봉 미정.

# ‘불숨’ 상영 일정이 궁금하다면?

5월 6일 오후 7시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GV)
5월 9일 오전 10시 30분 CGV전주고사 6관

사진=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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