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 문신이 남긴 문집에서 400년 전쯤 한문으로 쓴 ‘홍길동전’이 발견됐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지난해 가을 '홍길동전의 작자는 허균이 아니다'를 펴낸 이윤석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지소 황일호가 쓴 홍길동 일대기인 노혁전을 '지소선생문집'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지소선생문집’은 황일호의 후손이 1937년에야 간행했는데 노혁전은 그가 전주 판관으로 일하던 1626년에 전라감사 종사관 임게에게 이야기를 듣고 적었다고 한다. ‘홍길동전’이 최초의 한글소설이며 저자가 허균이라는 통념을 깨는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황일호는 노혁전 앞부분에서 "노혁의 본래 성은 홍이고 그 이름은 길동이니 실로 우리나라 망족(명망 있는 집안)이다. 불기(구속을 받지 않음)의 재주를 품었으며 글에 능했다"라고 써 노혁이 홍길동임을 분명히 했다. 노혁전에서 홍길동은 한글소설 홍길동전 주인공처럼 도둑 우두머리다. 어머니 신분이 미천하다는 점도 동일하다.

이 전 교수는 "노혁전은 전(傳)의 형식을 갖췄지만 내용상으로는 야담의 전통을 따르고 있으며 사실과 허구가 섞여 있다"며 "당시에 전하는 홍길동 관련 이야기를 모두 모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실록은 일관되게 홍길동이 도적이라고 말하는데 충청도 지역에서 활동한 상당히 큰 도적떼의 우두머리였다"며 "무인으로 공을 세워 당상관이 된 관료 엄귀손과 친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전 교수는 허균이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지었다는 설의 근거가 이식이 쓴 '택당집'에 등장하는 "허균은 '수호전'을 본떠서 홍길동전을 지었다"라는 문장에 불과하다면서 현존하지 않는 허균의 홍길동전은 같은 시기 인물인 황일호가 적서차별을 비판하며 기록한 노혁전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허균이 썼다는 ‘홍길동전’과 현대인이 읽는 한글소설 ‘홍길동전’은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글소설 ‘홍길동전’에 숙종 때 도둑인 장길산이 나온다는 점이 허균과 한글소설의 무관함을 보여준다면서 "한글소설 ‘홍길동전’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나온 소설인 '소대성전'이나 '조웅전'과 분량도 비슷하고 작품 성향도 거의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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