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공주’로 장편영화 연출 데뷔해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이수진 감독이 6년 만에 돌아왔다. 20일 개봉한 ‘우상’은 공백기 동안 이수진 감독이 관객들에게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다. 여기에 한석규, 설경구 그리고 ‘한공주’에서 한번 호흡을 맞춘 천우희가 가세했다.

‘우상’은 한 사건으로 얽힌 세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이 영화가 주목을 받게 된 건 충무로 대표 배우들이 한데 뭉친 이유도 있지만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초청돼 전세계의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수진 감독은 오래전부터 ‘우상’을 준비했다. 또한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사회적인 문제들을 담아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상’으로 첫 상업영화 연출을 한 이수진 감독은 공들인 시간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10월쯤에 ‘우상’을 개봉하려고 했어요. 시기가 조정돼 올해 초로 미뤄졌고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된 후 개봉일이 급하게 잡혔죠. 연출하는 사람 입장에서 ‘한공주’때와 비교하면 큰 자본도 들어오고 여유도 생겨서 환경은 좋아졌어요. 그렇지만 하루 촬영분을 다 마쳐야한다는 압박, 장면에 대한 고민은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죠. 분명 ‘우상’은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부분에 있어서 구성이나 결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상’ 제목만 보고 우상이 무엇인지 답을 찾기보다는 영화 속에서 캐릭터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시길 바라요.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면 괜히 딥해지고 무겁다고 느껴지잖아요. 관객분들이 편안하게 즐기는 장르영화라고 생각하시면서 본인 나름대로 영화를 해석하셨으면 좋겠어요.”

‘우상’ 언론시사 이후 “영화가 어렵다”는 말이 쏟아졌다.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와 상황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수진 감독은 “어려울 수 있죠”라면서 영화를 이해하기보다 보는 이가 나름대로 해석하는 게 좋다고 말했죠. 그만큼 ‘우상’은 결말이 열린 영화였다.

“저는 우선 이야기를 생각하고 그 다음에 어떤 장르로 풀어낼지 고민해요. 그렇다고 제가 좋아하는 장르를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저는 스릴러로 풀어낸 ‘우상’ 속 메시지가 관객분들에게 은근슬쩍 다가가길 원해요. 메시지는 강제로 표현되는 게 아니라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잠잘 때나 은근히 떠오르는 것이죠. ‘우상’도 그런 영화가 됐으면 해요.”

“친절함과 불친절함은 상대적인 것이에요. 어떤 사람은 한 영화를 재미있게 봤는데 다른 사람은 재미없다고 할 수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우상’을 본 관객분들도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아요 보통은 캐릭터에 대한 전사를 보여주고 영화가 시작되는데 ‘우상’은 바로 사건 속으로 캐릭터들이 뛰어드니 관객분들이 낯설게 느끼실 수도 있고 반대로 흥미를 느끼실 수도 있죠. 매번 마블 영화만 볼 수는 없잖아요.(웃음)”

이수진 감독은 사회문제 원인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 결과 ‘우상’을 탄생시켰다. 자신의 생각을 영화로 표현하기 위해 캐릭터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했고 그 캐릭터들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영화의 두 축을 담당한 한석규, 설경구부터 영화 중반부터 극의 긴장감을 높인 천우희 그리고 이들 옆에서 이야기에 녹아든 다른 배우들까지, ‘우상’ 캐릭터들은 관객이 뭐 하나 놓칠 수 없게 만들었다.

“‘우상’ 시나리오를 쓰면서 모든 캐릭터에 저를 이입해봤어요. ‘나라면 이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할까’ 고민해봤거든요. 대사 리딩도 해보고 이상한 대사를 바꾸기도 해봤죠. 제일 고민한 캐릭터는 중식(설경구)이었던 거 같아요. 제가 이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거든요. ‘만약 내 아버지가 나한테 큰일이 생기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이 영화를 처음 시작한 이유 중 하나였어요. 저는 주조연, 단역 모두와 리딩했어요. 이 자리를 빌려서 주조연, 단역분들이 분량에 상관없이 연기를 잘하셨다고 자랑하고 싶네요.”

“저는 시나리오를 쓸 때 캐릭터에 어울리는 배우를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느끼는 특정 배우의 이미자가 시나리오에 투영될까봐 걱정됐으니까요. 제일 먼저 한석규 선배님을 캐스팅했어요. 첫만남부터 인상적이었죠. 동네 아저씨처럼 수염도 안 깎고 맨날 흰티만 입으세요. 설경구 선배님은 시나리오를 보고 심장이 쿵쾅거린다고 하시더라고요. 천우희 배우는 ‘한공주’ 때 같이 해서 또 한번 부탁하기 미안했는데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줬어요. 무엇보다 다들 이 이야기를 좋아하고 지지해줬어요. 감독으로서 뿌듯했죠.”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CGV 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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